눈물이 안나오는데도 소리내어 운 적은 많아도눈물이 많이 나오는데엉엉 소리를 내지 않기는 생전 처음이였다.가슴이 쪼개지는 것처럼 힘들었다.박완서 /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나, 어렸을 땐 누군가랑 헤어질 때 이렇게 슬프지 않았어.아니, 어쩌면, 난 사랑을 하고 있으니까 이런 때 슬퍼하지 않으면 안 돼. 하면서 억지로 슬퍼하곤 했었지는지도 몰라.하지만 지금은 달라."마호는 심호흡을 하며 눈물을 간신히 참아내고 있는 듯 했다."도요키하고 헤어질 때마다 가슴 깊은 곳의 살점을 1파운드씩 도려내는 듯한 느낌이 들어.마음이 너무 아프고 허전해서 견딜 수가 없어.1파운드가 몇 그램이었지?"자신 역시 눈물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애쓰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억지로 웃으며 말한다."450그램 정도? 심장 부근의 살점을 그렇게 많이 떼어내면 틀림없이 죽고 말걸?"마호는 갑자기 고개를 들더니 정면을 향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난 자기랑 만나고 이별하면서 매번 죽어."1파운드의 슬픔 / 이시다 이라 실연했는데 억지로 기운내려고 애쓰는것은미처 익지도 않아 시퍼런 바나나를 레인지에 넣어 노랗게 만들려는 것. 이라고..요시모토 바나나 / 하치의 마지막 연인당신이 미안하다고 했습니다.나는 고개를 들수가 없었습니다.차마 당신을 쳐다 볼 면목이 없어서.당신은 늘 나한테 미안하다고 했지요.당신이 잘못해서 일이 생긴 것도 아닌데따지고 보면 누가 미안할 것도 없는 일인데늘 당신은 먼저 내게 미안하다고 했지요.정말로 미안한 것은 나인데,내가 당신을 미안하게 해서 정말 미안합니다. 사랑을 할 땐 서로가 평등한 관계다하지만 이별을 할 땐 표면적으로 묘한 계급이 발생한다.상처를 내는 사람과 상처를 입는 사람...이별을 하는 사람과 이별을 당하는 사람...미안해야 하는 사람과 아파해야 하는 사람...마치 가해자와 피해자처럼이별은 어느날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 같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이별은 차근차근 꽤 오랫동안 진행되고 축적되며마음속에 조심스럽게 자리잡는다.'이별을 마음 먹은 날' 부터 '이별하기 전까지의 날들'이 꽤 오랜시간이 걸리는 것처럼.이별의 순간 이별의 말을 하는 못된 가해자는가해자가 되기 전까지 끊임없이 상대에게 상처 받는 피해자다.그 상처의 감정은 슬픔일 수도 있고,차이일 수도 있고,짜증일 수도 있고,서로에 대한 무지일 수도 있다.그 피해자들은 어느샌가 자기도 모르게 이별의 마음을 먹는다.하지만 마음만 먹을 뿐 쉽게 뱉지 못한다.그 쉽게 뱉지 못함은 미안함일수도, 사랑의 찌꺼기 일수도,여태껏 사귄 시간에 대한 미련일 수도 있다.그러다가...어떤 날에... 어떤 특별한 계기는...그 피해자를 '그만 만나' 라는 무기를 든 가해자로 바꿔 버린다.이렇듯... 속내를 들여다 보면 이별이란 행위는...양쪽 모두 피해자이거나 혹은.. 양쪽 모두 가해자인...그런, 이율배반적인.. 행위이다....
♬ 죽을만큼 - 시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