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는 조용한 내조를 공언했다. 김 여사는 지난해 12월 26일 경력 부풀리기 의혹 관련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김 여사는 ‘광폭행보’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 여사의 코바나컨텐츠 전 직원을 대동해 봉하마을을 방문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코바나컨텐츠 전 직원이 대통령실 채용 과정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 외에도 국민의힘 중진의원 부인들을 만나는 등 ‘광폭행보’를 둘러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여사의 광폭행보를 둘러싼 리스크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김건희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제2부속실을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여권에서는 ‘공약파기’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뉴시스
- 이순자.권양숙 전 대통령 영부인 예방..본격 광폭행보 - ‘김건의 리스크’ 현재진행형...발목잡는 것은 무엇?
“조용한 내조 VS 제2부속실 설치”
정치권 한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광폭행보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김 여사가 공언한 대로 아내 역할에만 충실히 할 것인지 여사로서의 역할을 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당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사태로 인해 탄핵됐다.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를 공적라인에 포함했다면 탄핵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를 반면교사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목받는 김건희 여사, 논란속 광폭행보
김 여사는 1972년생으로, 역대 최연소 영부인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사업가 출신 퍼스트레이디로,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때부터 남편보다 재산이 더 많은 것으로 유명했다. 자연스럽게 김 여사에 대한 관심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대선 과정에선 김 여사를 둘러싼 도이치모터츠 주가조작, 허위 경력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김건희 리스크’가 대선 승리를 좌우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 때문에 김 여사는 공식 선거운동에도 나서지 못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영부인 호칭을 쓰지 않고 제2부속실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김 여사의 공적 활동을 최대한 축소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문제는 김건희 리스크는 현재 진행중이라는 점이다. 김 여사의 허위 경력 의혹은 경찰이 수사 중이다. 최근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최근 김 여사 변호인 측과 조율한 뒤 허위 경력 의혹에 대한 서면조사서를 발송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도 있다. 이 사건은 조만간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이 사건과 관련, “이미 수사가 되고 있고, 대단히 많이 진행되고 있다”며 “1년 넘게 수사했고 최종적인 처분만 남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련의 이유 등으로 국민들은 조용한 내조를 바라고 있다. 넥스트리서치가 윤 대통령 취임 한 달을 맞아 1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여사가 ‘대통령 내조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는 응답은 60.6%다. ‘영부인으로서 공적 활동을 하는 편이 낫다’는 응답은 31.3%로 두배 가량 높았다.
‘조용한 내조’를 바라는 국민들의 민심과는 달리 김 여사는 연일 광폭행보를 보이면서 연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29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찍은 사진이 대표적이다. 김 여사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을 방문했다. 그때 찍은 사진들은 김 여사의 팬클럽 ‘건희사랑’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공개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대통령실 공보라인을 통하지 않고 보안구역 사진이 외부로 유출된 것이다. 이를 촬영하고 배포한 사람이 누군인지 등을 놓고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 이후에도 윤 대통령과 김 여사가 영화관람을 하면서 찍은 미공개 사진이 팬클럽을 통해 공개되는 일이 또 다시 발생했다.
김건희 리스크의 절정은 지난 13일 김 여사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만나기 위해 봉하마을을 찾으면서다. 처음에는 김 여사가 무속인을 동행해 봉하마을을 찾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가 이내 김 여사의 지인으로 밝혀졌다.
이 인사는 충남대 무용학과 김모 겸임교수로 알려졌으며, 코바나컨텐츠 전무로 근무했다. 코바나는 김 여사가 2009년부터 운영해 온 전시 기획사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사실상 휴업 상태다.
김 교수는 특히 윤 대통령 선대위에서 생활문화예술지원본부장, 인수위에서 사회복지문화분과위원회 자문위원을 각각 지냈다. 김 교수는 지난달 초 김 여사가 충북 단양 구인사를 방문했을 때도 동행했다.
나아가 봉하마을 방문 때 김 여사와 동행했던 전직 코바나컨텐츠 직원 2명이 대통령실 직원으로 일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채용 과정에 대한 논란까지 불거졌다. 김 여사의 비선 개입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과거 서울의소리 기자와의 7시간 통화 내용으로 김 여사의 선거 개입 의혹이 불거졌던 만큼, 선거 때는 물론 캠프인선 등에도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공적라인이 아닌 비선라인을 통해 인선이 이뤄졌을 수 있다는 섣부른 해석까지 낳고 있는 상황이다. 논란이 커지자 윤 대통령은 “공식적인 수행이나 비서팀이 전혀 없기 때문에 혼자 다닐 수 없다. 어떻게 방법을 좀 알려달라”며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김건희 여사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전직 대통령 고 전두환씨 자택을 찾아 부인 이순자 여사와 대화하고 있다. 2022.06.16. 뉴시스
제2부속실 설치 여부 놓고 여권내 ‘갑론을박’
이제 관전포인트는 ‘제2부속실 설치’ 여부다. 제2부속실은 대통령 부인의 일정을 관리하고 수행, 비서 업무와 의상, 헤어 등을 보조하는 역할을 했다. 정권마다 차이는 있지만 실장과 경호원 등 6명에서 10명 수준으로 운영됐다.
여권 내에서는 2부속실 설치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김 여사 논란 대응을 위한 방법론에 있어서는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당 내부에서는 유사한 논란이 반복될 경우 여론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제2부속실을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동시에 민주당에 '공약 파기'라는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김용태 최고위원은 “대통령실은 제2부속실 설치를 검토해주시길 바란다”며 “대선 과정에서 김 여사께선 조용한 내조를 말씀하셨고 윤 대통령도 제2부속실 폐지를 약속했지만, 영부인이라는 자리의 역할과 상징성을 고려한다면 영부인의 내조는 공적 영역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인에 의존하기보다는 대통령실의 체계적인 지원이 뒷받침되도록 하는 게 불필요한 논란을 양산하지 않을 수 있는 방향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윤 대통령은 본인이 공약한 제2부속실을 안 두고 싶은 것 같은데 부속실을 안 두니까 팬클럽이나 김건희 여사 개인 회사 직원들이 부속실을 대체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자꾸 잡음이 나오니까 그냥 더불어민주당 요구대로 ‘공약 못 지켜서 죄송하다. 실제로 업무를 해보니까 제2부속실이 필요하다’ 사과하고 부속실을 만드는 게 맞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반면, 권성동 원내대표는 “제2부속실 설치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것"이라며 "자기들은 제2부속실이 있었는데 우리가 폐지 공약을 내걸고 안 만드니 자신들 뜻대로 하라고 한다. 이것은 오히려 정치적 의도를 갖고 공격하는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제2부속실이 부활하지 않더라도 대통령 부인의 공적 활동을 충분히 뒷받침할 수 있다”며 “공약 파기이기 때문에 가급적 하지 않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여권 내에서 갑론을박이 계속되자 민주당은 김 여사의 광폭행보를 부각시키며 비선 논란 의혹과 함께 윤 대통령의 공약파기를 집중공격할 모양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며 “대선 때 국민께 약속한대로 조용한 내조에만 집중하게 할 것인지 아니면 국민들께 공약 파기를 공식 사과한 후 제2부속실을 이제라도 만들어서 제대로 된 보좌시스템을 하루빨리 구축하든지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조냐 영부인이냐...尹 대통령의 선택
김건희 여사가 경남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마친 후 권양숙 여사를 예방해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2.06.13. 뉴시스
또 최재성 전 정무수석은 김 여사가 ‘제2부속실’ 설치를 꺼리는 건 “대통령 부인으로서의 공적 활동과 개인의 사적 활동, 두가지를 모두 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공적 시스템에 들어 가는 순간 대통령 부인에게는 사적 활동이 없고 친구를 만나도 다 기록에 남기에 제2부속실이라는 공조직 설치를 꺼린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제2부속실을 설치하든지, 김 여사가 내조에만 전념하던 지 양자택일을 해야만 김 여사를 둘러싼 문제들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윤 대통령은 어떤 결단을 내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