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사찰 없다’는 정권의 도청
배성규 논설위원
입력 2021.02.18 03:59 | 수정 2021.02.18 03:59
박지원 국정원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왼쪽부터 박정현 2차장,박 원장, 김선희 3차장. /이덕훈 기자
미 연방수사국(FBI) 에드거 후버 전 국장은 1924년부터 고위층 사찰 정보를 무기로 미 정계의 막후 실력자로 행세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이 나치 독일의 침투를 막기 위해 FBI에 도청을 허용해 그럴 수 있었다. 그는 루스벨트에게 정치인 사찰 정보를 제공해 총애를 받았다. 정치인과 시민운동가에 대한 불법 도청 사실이 폭로됐지만 끄떡없었다. 미국 요인들에 대한 막대한 도청·사찰 정보 덕분이었다. 그는 죽을 때까지 무려 48년간 FBI 수장 자리를 지켰다.
▶한국에도 도청이 있었다. 김영삼 정부 때는 ‘미림팀’을 만들어 총리, 장관, 청와대 수석, 여야 대표 등을 도청했다. 미림팀장 집에서 압수된 도청 테이프만 274개였다. 이는 ‘M보고’라는 이름으로 안기부장과 차장에게 보고됐다. 당시 미림팀장은 “아침에 청와대에 보낼 (도청) 보고서를 만드느라 손톱이 노래져 빠질 지경이었다”고 했다.
▶1999년 김대중 정부는 국가정보원·정보통신부·법무부 합동으로 신문 광고를 냈다. ‘국민 여러분 안심하고 통화하십시오! 휴대전화는 감청이 안 됩니다.’ 당시 야당에서 휴대전화 도청에 대한 의혹을 거세게 제기하자 장관들이 단체로 나와 기자회견도 했다. 하지만 2003년 국정원의 휴대전화 무더기 도청 사실이 폭로되면서 새빨간 거짓말임이 탄로 났다. 그 도청 장비를 폐기하는 데 트럭을 동원해야 할 정도였다.
▶당시 국정원은 전직 대통령부터 여야 정치인, 공직자, 언론인, 경제인, 시민 단체와 노조 간부까지 1800명을 도청했다. 주요 전화국의 중계 통신망에 감청 장비를 연결해 모든 통화를 감시했다. DJ 정부의 햇볕 정책을 비판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를 수시로 도청하고, 정치권 인사의 사석 발언을 문제 삼아 겁을 줬다. 이 ‘통신 첩보’는 매일 사각형 봉투에 담겨 국정원장에게 보고됐다. 이 사건으로 임동원·신건 전 원장과 김은성 전 차장이 구속돼 유죄를 선고받았다. 노무현 정부에선 국정원이 2007년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 친인척의 부동산 정보를 열람했다. 사찰이었다. 문재인 정부에선 탈원전 반대 단체와 한수원 노조에 대한 동향 보고서를 작성했다.
▶박지원 국정원장이 16일 국회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불법 사찰이 없었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 때 국정원이 국회의원 등에 대해 작성한 문건에 비하면 김대중 정부의 도청은 훨씬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 “사찰이 없었다”고 한다. 이 정권 사람들은 거짓을 당당하게 말한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이건 좀 너무했다.
배성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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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철
2021.02.18 13:59:26
부산 재 보궐선거가 밀리니 국정원발 거짓폭로로 선거민심조작하러 박지원이가 나섰다.이명박정권때 민정수석이었던 박형준 때려잡기식 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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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순
2021.02.18 13:40:35
거짓말을참말처럼하는고위층들기가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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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영
2021.02.18 13:28:56
원래 그 사람들 속성이 그렇습니다. 증거가 있고 눈으로 보면서도 오리발인데...... 정직 하지 못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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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호
2021.02.18 11:14:21
뭐 이런것들이 다있을까? 이건 뭐 인간들이라 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꼬라지는 인간을 닮았으니 아니라고 하기도 그렇고, 하여튼 희한한 족속들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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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태언
2021.02.18 10:20:12
깨꾸 개누깔이 국정원장 임명되자마자 문재인에게 충성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떠벌이더니 선거철 맞춰서 사찰공작 한 방 제대로 날리네. 이거 공작이란거 이젠 국민들도 잘 알고 김대중.노무현때 사찰이 심했던거 잘 알고있어서 아마 오히려 야당후보자한테 유리하게 작용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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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식
2021.02.18 09:41:17
문재인부터가 공산당 추종자인데 거짓말 안하면 이상하지. 문재인 정권 자체가 거짓말 정권이다. 그 거짓말에 속는 국민이 개돼지 국민이지. 그 개돼지가 이미 국민의 반이 넘었다고 본다. 다음정권에서는 본격적으로 나라가 침몰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세월호 될 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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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숙
2021.02.18 09:32:02
김대중은 그 개인사찰 건 하나만으로도 감방에 가기에 충분했다. 물론 각종 비리를 더하면 종신형 혹은 사형. 본인도 아는지라 이회창과 타협을 시도했고 실패하자 김대업 동생과 가짜테잎으로 희대의 대선사기를 저질렀다. 지금이라도 부관참시를 해야 정의가 바로 선다. 세월호따위는 비교대상이 아예 아닌 역적질. 그런데 역적이 현충원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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