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 일을 하다 보면 참 많은 사람을 만나고, 참 많은 일을 겪게 됩니다.
좋은 일도 있고, 속상한 일도 있고,
집에 가서도 하루 종일 있었던 일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날도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하루하루 보내다 보니 어느새 관리 현장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었네요.
돌아보면 처음 소장 일을 시작했을 때는 모든 일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민원도 잘 해결해야 하고,
직원 관리도 잘해야 하고,
대표회의와의 관계도 좋아야 하고,
회계도 알아야 하고, 시설도 알아야 하고, 법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소장이라는 자리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는 자리가 아니라,
여러 사람 사이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하나씩 풀어나가는 자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후배 소장님들에게 제가 현장에서 느껴온 몇 가지 이야기를 편하게 나눠보고 싶습니다.
1. 원칙은 지키되, 사람의 마음도 한번 봐주세요
입주민이 관리사무소를 찾아와 불편한 이야기를 하면 우리도 모르게 규정부터 설명할 때가 있습니다.
“그건 규정상 안 됩니다.”
“그건 관리사무소에서 할 수 없습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상대방은 이미 마음이 상한 상태일 수 있습니다.
저는 요즘 가능하면 먼저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려고 합니다.
“많이 불편하셨겠네요.”
그 한마디를 먼저 하고 나서 규정을 설명하면 분위기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원칙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원칙을 전달하는 방법까지 딱딱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2. 직원들도 결국 같이 하루를 버티는 사람들입니다
전기과장, 시설직원, 경리직원, 경비원, 미화원.
소장은 여러 직원을 관리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모두 같은 단지를 함께 지키는 사람들입니다.
직원이 실수하면 화가 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크게 혼내고 자존심을 상하게 하면 당장은 조용해져도 마음은 멀어집니다.
잘못한 것은 분명하게 이야기하되, 사람까지 미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직원이 사고나 실수를 숨기지 않고 먼저 소장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소장님, 제가 이런 실수를 했습니다.”
직원이 이 말을 할 수 있는 관리사무소라면 큰 사고 하나를 미리 막을 수도 있습니다.
3. 입주자대표회의와는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소장 일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관계 중 하나가 입주자대표회의와의 관계일 것입니다.
너무 가까워도 오해가 생기고, 너무 멀어도 업무가 어려워집니다.
결국 가장 좋은 방법은 자료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공사라면 견적서와 비교표를 준비하고,
시설 문제라면 사진과 점검 결과를 준비하고,
법적인 문제라면 관련 법령과 관리규약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사람 관계도 중요하지만 소장을 오래 지켜주는 것은 결국 친분보다 자료와 절차였습니다.
4. 중요한 일은 꼭 기록으로 남겨두세요
현장에서 오래 일하면서 가장 많이 느낀 말이 있습니다.
말은 사라지고 기록은 남습니다.
민원 처리, 공사 과정, 업체 협의, 시설 점검, 사고 내용, 대표회의 결정사항.
그때는 별일 아닌 것처럼 보여도 나중에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중요한 이야기를 전화나 말로 들었다면 메모라도 해두고, 가능하면 문자나 업무일지 등으로 다시 정리해 두는 습관을 들였으면 합니다.
나중에 일이 생기면 사람의 기억은 조금씩 달라집니다.
그때 소장을 지켜주는 것은 기억보다 기록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5. 하루에 한 번은 단지를 직접 돌아보세요
소장실에 앉아 있으면 전화도 오고 결재할 것도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있는 날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중요한 문제는 현장을 한 바퀴 돌다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차장 누수, 계단 파손, 배관 이상, 소방시설 문제, 불법 적치물 같은 것들은 보고서보다 눈으로 먼저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조금 귀찮더라도 하루에 한 번쯤은 단지를 직접 돌아보는 습관이 큰 사고를 막아줍니다.
6. 모르면 물어보면 됩니다
소장 자리에 있으면 왠지 모든 것을 알아야 할 것 같은 부담이 생깁니다.
하지만 공동주택 관리 업무는 너무 넓습니다.
전기, 소방, 승강기, 회계, 노무, 계약, 입찰, 개인정보, 장기수선까지 한 사람이 다 완벽하게 알기는 어렵습니다.
모르는 일이 생기면 선배 소장에게 전화도 하고, 위탁회사에도 물어보고, 업체나 관계기관에도 확인하면 됩니다.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저도 지금도 모르는 일이 생기면 물어봅니다.
오히려 가장 위험한 순간은 잘 모르면서 아는 척하고 결정할 때입니다.
7. 경력이 쌓여도 공부는 계속해야 합니다
소장 일을 오래 했다고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법도 바뀌고, 제도도 바뀌고, 관리 방식도 계속 달라집니다.
특히 관리비, 장기수선충당금, 입찰과 계약, 개인정보, 시설 관련 법규는 꾸준히 봐야 합니다.
결국 회의석상이나 민원 현장에서 소장을 당당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큰 목소리가 아니라 정확한 근거입니다.
모르는 법 조항 하나를 다시 찾아보는 것이 때로는 경력 10년보다 더 큰 힘이 될 때도 있습니다.
8. 민원을 마음속까지 가져가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마 많은 소장님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일 것입니다.
열심히 했는데도 욕을 먹고,
내 잘못이 아닌데도 항의를 받고,
억울한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날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런 말을 하나하나 마음에 담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결국 내가 먼저 지칩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이렇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이 사람이 나라는 사람을 미워하는 게 아니라 지금 관리소장이라는 자리에 화가 난 거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퇴근할 때는 관리사무소 일을 어느 정도 단지에 두고 나오셨으면 합니다.
내일 다시 해결하면 됩니다.
9. 혼자 잘하는 소장보다 시스템을 만드는 소장이 오래 갑니다
처음에는 직접 해야 마음이 놓일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소장이 모든 일을 직접 하다 보면 결국 지칩니다.
중요한 것은 직원들이 실수하지 않도록 구조를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중요한 업무는 서로 확인하고,
반복되는 실수가 있다면 사람을 탓하기 전에 절차부터 한번 살펴보는 것입니다.
소장이 잠시 자리를 비워도 관리사무소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조직이 좋은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10. 모든 사람에게 좋은 소장이 되려고 하지 마세요
이 이야기는 저 자신에게도 자주 하는 말입니다.
모든 입주민에게 좋은 말을 들을 수는 없습니다.
모든 동대표와 생각이 같을 수도 없고,
모든 직원에게 좋은 사람일 수도 없습니다.
때로는 안 되는 일을 안 된다고 말해야 하고,
때로는 직원에게 싫은 이야기도 해야 하며,
때로는 대표회의와 다른 의견을 내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만 고민하면 소장은 흔들리기 쉽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법과 원칙을 지키고,
직원을 보호하고,
관리비를 투명하게 집행하고,
시설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결국 소장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후배 소장님들에게
처음 소장 자리에 앉으면 작은 일에도 마음이 흔들립니다.
민원 전화 한 통에도 신경이 쓰이고,
대표회의가 있는 날이면 괜히 긴장되고,
직원 문제가 생기면 내가 부족한 건 아닌지 고민하게 됩니다.
그런데 너무 조급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하나씩 겪고,
하나씩 배우고,
하나씩 기록하다 보면 어느 순간 현장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어느 날 후배 소장 한 분이 전화를 걸어올 겁니다.
“소장님, 이런 일이 생겼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그 전화를 받고 이야기를 해주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나도 어느새 선배가 되었구나.”
관리소장이라는 직업은 아마 평생 공부해야 하는 자리일 것입니다.
그래도 서로 경험을 나누고, 힘든 날에는 전화 한 통 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면 조금은 덜 외롭게 갈 수 있습니다.
우리 조경회가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잘난 사람들끼리 모이는 곳이 아니라,
서로 모르는 것을 물어보고,
힘든 일을 털어놓고,
먼저 겪어본 사람이 조금 알려주고,
또 언젠가는 내가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는 곳.
후배 소장님들도 너무 서두르지 마십시오.
흔들릴 때도 있겠지만 다시 중심을 잡으면 됩니다.
사람을 잃지 않고,
기록을 남기고,
원칙을 지키면서
우리 모두 오래 현장에서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조경회 회원님들께 여쭙고 싶습니다
관리사무소 일을 하시면서
“이것만큼은 후배에게 꼭 알려주고 싶다”는 한 가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민원 때문에 힘들었던 경험도 좋고,
직원들과의 관계에서 배운 점도 좋고,
입주자대표회의와 부딪히면서 깨달은 점도 좋습니다.
짧은 한마디라도 괜찮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우리가 별일 아닌 것처럼 지나온 경험 하나가,
지금 막 현장에서 고민하고 있는 후배에게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선배님들의 경험도 듣고 싶고,
후배님들의 고민도 듣고 싶습니다.
댓글에서 서로의 경험과 생각을 편하게 나눠주셨으면 합니다.
우리 조경회가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어려울 때 서로에게 전화 한 통 할 수 있고,
함께 오래 현장을 걸어갈 수 있는 그런 모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애쓰고 계시는
모든 관리사무소 직원분들을 응원합니다.
첫댓글 리더인 소장은 하나의 찰학이 있어야합니다.
나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저의 찰학이자 아이덴티티는
1. 아침 조회는 매일한다(전직원을 참석,하늘이 무너져도 함)
2.모든 것은 공유한다.
-입대의 안건.계약자료.공사.민웡등
3.모든 것은 기록물 관점에 자료 분류 및 보관한다
-입대의 회의자료는 제본하여 공유 중
소장님의 좋은말씀 잘 읽었습니다
관리소장은 사람을 적재적소에 잘 배치하고 직원들 각자의 장점과 단점을 면밀하게 파악하여 장점은 최대한 잘 활용하고 단점은 지속적인 교육과 친밀한 소통으로 변화시키는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나만의 캐릭터로 신명나는 일터로 출근하고 싶어지는 환경을 만들어주는것이 우리 소장님들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어느 여름과 가을의 중간쯤에서 구월의 마지막날 아쉬워지는 연차휴가의 두시간을 남겨놓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