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ciel 님 글>
도쿄에 가신다면 오다이바는 꼭 들렀다 오세요. 오다이바는 원래 작고 보잘것없는 섬이었는 데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정비한 인공섬입니다. 세련된 쇼핑가와 재미있는 볼거리가 가득하기 때문에 하루종일 있어도 심심하지 않습니다. 일본 젊은이들의 데이트코스 1순위로 늘 꼽히는 곳이 바로 이 오다이바입니다.
지금부터 오다이바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 오다이바 찾아가는 길
도쿄관광시에 가장 자주 이용하게 되는 교통편은 전철입니다. 관광지와 연계가 잘 되어있고 요금이 다른 교통편에 비해 저렴해 배낭여행객은 대부분 전철로 이동합니다.
오다이바에 갈 때도 전철을 이용하게 됩니다. 다른 방법도 있지만 전철이 가장 간편해보입니다. 우선 우리나라 서울 지하철 2호선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주는 순환선인 야마노테센을 타고 JR심바시역에서 내립니다. '카라스모리구치'라고 불리는 출구로 나오면 바로 앞에 유리카모메 심바시 역이 있습니다. 여기서 유리카모메로 갈아타면 오다이바에 30분내로 도착합니다.
그런데 이 유리카모메란 전철이 매우 재밌습니다. 무인시스템으로 조종되기 때문에 보통 기관사가 타는 제일 앞자리에도 탈 수 있습니다. 전면이 통유리로 되어있어 앞이 훤히 보이기 때문에 놀이공원의 청룡열차를 탄 것마냥 재밌습니다. 조금 무리해서라도 꼭 앞자리에 앉으세요. 저는 앞자리에 앉으려고 일부러 종점까지 가서 되돌아나왔습니다. 관광객 외에도 출퇴근용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편이라 앞자리에 앉기가 그리 쉽지는 않답니다.
유리카모메 심바시역
요금은 하루종일 마음대로 탈 수 있는 1일권이 800엔입니다. 오다이바란 지역이 걸어서 다니지 못할 정도로 넓은 것은 아니지만 다음날을 생각해 무리를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구입했습니다. 잘 샀다고 생각합니다. 다리도 덜 아프고 시간도 벌 수 있었습니다.
구입은 티켓자판기에서 1일권이라고 써있는 버튼을 눌러서 구입하면됩니다. 버튼 누르고 동전을 집어넣으면 티켓이 나옵니다. 저는 일본어를 못하기때문에 역무원에게 물어보고 샀습니다. 티켓 끊는 데 역무원이 뒤에서 지켜보고 있길래 '스미마셍'하고 말걸어서 서투른 영어로 1일권 끊으려고 한다고 말하니 친절하게 가르쳐주었습니다.
유리카모메 Oneday open ticket, 이렇게 생겼습니다. 날짜를 보세요. 17년 10월 31일이라고 되어있습니다. 지금이 2017년 10월 31일도 아닌데 년도수가 17년으로 적혀있는 건 현재 일본이 헤이세이(平成) 17년이라 그렇습니다. 천황의 연호를 전철 티켓 같은 데도 쓰다니 조금 놀라웠습니다.
▣ 오다이바 간단 정리
전철역별 볼거리
-오다이바까이힌코엔 역: 오다이바 해변공원, 레인보우브릿지, 덱스도쿄비치 외
-오다이바역: 아쿠아씨티, 자유의 여신상, 후지TV본사 외
-아오미역: 파레트 타운(비너스포트, 썬워크), 메가웹, 히스토리개라지, 대관람차 외
-고꾸사이뗀지죠쇼몬역: 샤워트리35, 물의 과학관 외
일정잡기
-자유여행객은 스스로 일정을 잡아야하기때문에 얼마나 시간을 투자해서 무엇을 볼것인가 정하는 데
에도 많은 고민이 따를 수 있습니다. 제가 몇가지 tip을 말씀드리겠습니다.
: 여행사에선 3,4시간만 머물러도 충분하다고 말했지만 저라면 최소 반나절은 구경하는 쪽으로 권합
니다. 전 점심때부터 밤까지 7시간 가까이 머물렀지만 못본 곳이 많습니다. 만약 세련된 쇼핑가를
거닐기 좋아하고 사야할 쇼핑리스트가 있다면 하루를 전부 투자해도 좋을 것입니다.
시간대는 아침은 피하고 오후에서 밤까지 머무르는 쪽이 좋습니다. 레인보우브릿지나 자유의 여신
상은 야경이 훨씬 예쁩니다. 일정이 바빠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면 밤시간을 오다이바에 투자
하세요. 쇼핑몰이 6~8시부터 문을 닫기 시작하기 때문에 쇼핑몰 먼저 구경하는 게 좋습니다.
▣ 오다이바 여행기
아오미역에서 내리면 팔레트타운과 바로 연결되는 데 가운데 계단을 사이에 두고 왼쪽, 오른쪽 건물로 나뉩니다. 왼쪽 건물 1층이 썬워크, 히스토리개라지구 2, 3층이 비너스포트, 오른쪽 건물이 메가웹입니다.
우선 바로 눈에 띄는 메가웹부터 찾아갔습니다.
메가웹 입구
메가웹은 도요타 자동차 전시장입니다. 자동으로 움직이는 미니카인 이컴라이드를 타러 갔습니다. 운전면허가 없다보니 차에도 관심이 없어 이컴라이드만 슝~ 타고 나올 생각이었는 데 막상 가보니 재밌습니다. 반짝반짝한 새 차들 이것저것 만져도 보고 운전석에 앉아서 사진도 찍다보니 시간이 잘 갑니다.
메가웹, 이컴라이드를 타자
이컴라이드는 자기가 알아서 코스대로 메가웹주변을 한 번 돌아주는 자동찬데 타보는 데 200엔!!
실제로 보니 정말정말 깜띡한 2인용 자동차였습니다. 작동방법은 한글로 쓰인 프린트 보여주니까 따라하면 되구요 그러고도 직원이 또 설명합니다. 그냥 타고 초록색 버튼에 불들어왔을 때 꾹 눌러주면 출발한다는 것만 알면 됩니다. 나머진 '딴 버튼 쓸데없이 누르지 말아라, 차가 중간에 멈춰도 절대 차밖으로 나오지 말아라, 비상시엔 빨간 버튼 눌러라.'같은 얘기들입니다. 핸들이 혼자서 돌아가기고 하고 운전석도 우리나라와 반대로 오른쪽에 있으니까 새롭습니다.
이컴라이드 내부, 핸들 옆의 초록색 버튼이 출발 버튼,
검정색 버튼들은 누르면 목적지가 바뀌어 버리니까 누르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것들,
로고에 가려져 잘 안보이지만 빨간색 비상 버튼이 하나 더있음
타고서 조금 기다리면 초록색 버튼에 불 들어와요. 꾹 눌러주면 됩니다.
메가웹 안엔 이런 멋진 차들이 가득합니다. 대부분 다 타보기도 하고 만져볼 수 있습니다. 미리 신청하면 시승가능한 차량도 있습니다.
메가웹 구경을 마치고 바로 맞은편에 있는 비너스포트에 갔습니다. 상점이 가득찬 쇼핑몰인데 그보다는 건물을 유럽처럼 꾸며놓아 그 자체가 너무 아름답습니다. 게다가 천장을 인공적으로 하늘처럼 보이게 꾸며놓아 무척 신기합니다. 쇼핑몰이 아니라 하나의 테마 파크같습니다.
저 사진 속의 하늘이 인공하늘입니다. 비너스포트의 명물입니다.
이게 쇼핑몰이라니, 믿어지시나요?
비너스 포트 중심부의 분수대입니다. 실물이 훨씬 아름답습니다.
비너스 포트는 꼭 들리세요. 만약 제게 오다이바에서 딱 한군데만 보라고 한다면 이곳을 말하겠습니다.
명차들의 전시장, 히스토리개라지
비너스포트를 나와 길을 잠시 잃었습니다. 워낙 넓어서 돌아다닐 때 조금 헷갈리더군요. 걷다보니 눈에 띄어 들어간 곳이 바로 히스토리개라지였습니다. 여기도 자동차회사인 도요타에서 만든 겁니다.
40~60년대 명차들을 수입해서 전시해놓은 곳입니다. 딱딱한 박물관 스타일 대신 그 당시의 허름한 아메리카 분위기로 꾸며놓고 차를 놓아두었기 때문에 굉장히 멋스럽습니다. 꼭 제임스딘이 어딘가에서 술마시다 뛰쳐나올 것같은 분위기였습니다.
빌딩속의 폭포, 샤워트리
샤워트리가 뭐냐면 빌딩 천장 한가운데에서 샤워 물줄기가 쏟아져내리는 겁니다. 그럼 1층 바닥에 파놓은 동그란 홈에 물이 고여 찰랑찰랑 잠깐 해줍니다. 매시 정각에 한다길래 아픈 다리를 쉬면서 그 옆에 있는 의자에 앉아 한참 기다렸다 보고 나왔습니다. 여름에 보면 굉장히 시원할 것같았습니다.
그리고 이 건물 안에 100엔샵이 있는 데 100엔샵치고 괜찮은 상품을 많이 갔다놓았습니다. 저렴한 기념품이나 선물을 사야한다면 이 곳을 추천해드립니다. 건물 앞에 플래카드가 붙어있기때문에 찾기 쉽습니다.
다시 유리까모메를 타고 오다이바까이힌코엔역에 내려 걷다보니 저만치
DECKSS라고 쓰인 파란 간판이 보입니다. 건물도 크고 길도 반듯반듯해 헤멜 염려는 전혀 없었습니다.
덱스도 커다란 쇼핑몰인데 아일랜드몰 6,7층의 홍콩 거리와 시사이드몰 4층의 옛날일본거리이 유명해 이곳을 보기로 했습니다.
다이바쇼홍콩은 음식점 천지!!
두 층을 마치 홍콩처럼 꾸며놓았는 데 이름이 다이바쇼홍콩입니다. 실제 홍콩에서 비행기이착륙이 잦기때문에 이곳에서도 쉬지않고 비행기 소리가 납니다. 직접 홍콩에서 녹음해온 소리라니 홍콩분위기를 내기 위해 많은 신경을 쓴 것같습니다.
중국음식점이 대부분이고 치파오나 중국식 등같은 중국관련상품을 파는 가게가 간혹 보입니다.
다이바쇼홍콩에서 젤 볼만했던 건 간판들이었어요!! 녹도 슬고 색도 좀 낡은 게 정말 멋졌어요.
다이바잇쬬메쇼뗀가이는 불량식품 천지!!
다이바잇쬬메쇼뗀가이, 이름은 어렵지만 쉽게 옛날 일본 거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알록달록 색색가지 불량식품이 가득해 더욱 친근하고 재밌는 곳이었습니다.
덱스 구경을 마치고 아쿠아씨티로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5,6층의 식당가가 맛있다는 평이었습니다.
덱스랑 쭉 이어져있으니까 길따라 오다보면 보입니다.
뜬금없는 엘리베이터 매너남
엘리베이터 타고 5층으로 올라갔는데 식당가가 아니라 주차장이 나와서 머뭇머뭇거리며 어정쩡학 서있었습니다. 같이 탄 일본 여자는 문열리니까 바로 내리는 데 일본 남자가 계속 안내리고 저와 친구를 쳐다보았습니다.
알고보니 우리도 여기서 내리는 줄 알고 엘리베이터 문 닫힐까봐 오픈버튼 눌러주구 있었던 거였습니다. 본인도 여기서 내릴 거면서 말이예요. 우리 먼저 내리게 하구 자기가 내릴 생각이었나 봅니다. 일본에선 버튼 옆에 선 사람이 사람들 다 내릴 때까지 오픈버튼 누르고 기다려주는 게 예의인지 그러더군요.
조금 길을 헤메어 주고 식당가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뜻밖에 반가운 간판을 만났습니다.
간판의 한글이 보이시나요? 외국에서 한국음식점을 보니 반가웠습니다. 긴 여행에 지쳐 한국음식이 그리운 여행자라면 이곳에 들러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아쿠아씨티, to the Herb
이 곳에서 스파게티를 먹었습니다. 나름 레스토랑인지 '에피타이저 뭐먹을래? 디저트 뭐먹을래? 음료수 뭐 안먹어? 딴 거 필요한 거 없니? 음식 나오려면 좀 걸리니까 기다려도 괜찮겠니?' 등등 끝도 없이 계속 물어봐서 당황스러웠습니다.
야경을 보라는 배려인지 조명이 별로 없습니다. 자리도 창가 쪽으로 안내해주고 의자도 창밖이 보이는 위치에 놓습니다.
스파게티는 입에 맞지 않았습니다. 소스는 우리나라와 별차이가 없었는 데 면 삶는 방법이 다른 거같았습니다. 겉만 익고 속은 밀가루 그대로일 것같았습니다. 이렇게 살짝 익히는 건 일본인 취향인 거같습니다. 이곳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먹은 것도 면요리는 제 기준으로 모두 덜 익은 상태였습니다.
가격은 8천엔에서 13천엔 사이입니다.
저녁을 먹고 명성이 자자한 오다이바의 야경을 보러갔습니다. 아쿠아씨티를 나오면 바로 앞에 레인보우브릿지와 자유의 여신상이 보입니다.
일본에도 자유의 여신상이 있다는 거 알고 있었나요? 그 사연은 이러합니다.
프랑스에서 미국 독립 100주년 기념으로 원조 자유의 여신상을 선물로 줍니다. 기브앤테이크가 확실하다는 미국답게 잘 기억해놨다가 프랑스혁명 100주년에 맞춰서 파리에 자유의 여신상을 작은 크기로 따로 만들어 선물합니다. 이 파리의 여신상을 일본에서 수교기념으로 빌려와서 오다이바에 갖다 놓습니다. 2년 계약이었기때문에 프랑스에 반납한 후 자체적으로 만들어 놓은 게 바로 저 사진 속의 여신상입니다.
저기 보이는 다리가 레인보우 브릿지, 오른쪽이 앞서 소개한 자유의 여신상입니다.
같이 여행갔던 친구와 저 하얗기만 한 다리가 왜 이름이 레인보우브릿지일까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멀리서 봐서 하얀색이지 가까이서 보면 조명이 무지개색인지도 몰라 등등 다양한 얘기가 나왔지만 정답은, 일주일에 일곱번 조명색깔을 바꿔서 그렇다고 합니다.
감탄하며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하고 있을 때 일본인 커플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합니다. 우리가 관광객인 걸 몰랐던 걸까요? 한 장 찍어줬는 데 밤이라 흔들린 거같아 다시 한 장 더 찍어주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사진 찍을 때 '하이 포즈~~' 이말을 하지 않았네요.
하이~~ 포즈~~~~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진 찍을 때 '김치'나 '치이즈'를 말하는 것처럼 일본사람들은 "하이~ 포즈~~♡"라고 하더군요. 아주 깜찍한 말투로 외쳐준답니다. 일본 가서 사진 찍을 땐 한번 외쳐보세요.
후지 티비 건물. 단게 겐조라는 일본의 유명한 건축가가 설계했습니다. 도쿄도청도 그의 작품입니다.
한나절 일정으로는 너무나 짧게 느껴지던 오다이바 여행이었습니다. 다시한번 들리고 싶은 곳입니다. 여러분도 도쿄에 가신다면 오다이바엔 꼭 들러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