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강배 혼합복식부를 취재하다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 아마추어 테니스계에 혼합복식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5세부터 100세까지의 테니스 향연을 펼치던 소양강배도 작년부터 혼합복식부를 추가했다. 소양강배 혼합복식부가 열리던 5월21일, 새벽 일찍 출발해 춘천 송암코트에 도착했다. 과연 어떤 분들이 왜 혼합복식에 참석하는지 궁금했다.
제일 먼저 도착한 팀을 만났다. 네 명이 한 차로 온 부천의 김병전 일행이었다. 김병전은 “춘천의 경치가 아름다워 꼭 와 보고 싶은 도시였다”며 “나이 60이 되어 선수출신과 파트너 할 수 있다는 강점을 이용해 한 수 배우고 싶어 왔다”고 소감을 전했다.
군포의 이상범 유승목 부부는 10년 넘게 중국에서 생활하다 귀국한 57세 동갑나기다. 춘천이라고 하면 공지천이나 소양강댐, 그리고 닭갈비 등등 입소문이 파다해 여행 삼아 설레는 마음으로 출전을 했단다. 아내 유승목은 “부부끼리 파트너로 게임을 할 때마다 발이 느린 나를 위해 남편이 헌신적으로 뛰며 커버를 해 준다”며 “그때마다 흡족한 행복을 느낀다”고 전했다.
성남의 화모클럽은 회원들이 12명 출전했다. 이성배 김주아 이진형 이현준등 혼복 우승자가 많은 이 클럽 회원들은 왜 출전했을까? 이현준은 “회원들끼리 단체로 혼복에 나가면 단합이 되고 소통이 잘 된다”며 “회원이 입상하는 날은 경기 끝난 후 축하파티가 열려 확실한 친목도모의 계기가 된다”고 했다. 또 “사실 오픈부 대회보다는 여성들의 볼 타이밍이 안 맞아 애로사항이 많지만 혼복이 주는 즐거움은 훨씬 그 이상이다”고 전했다.
연천에서 온 이정두 부부를 만났다. 평소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혼복을 자주 출전하고 특히 춘천은 아름다워 휴가를 내고 하루 더 머문다고 한다. 이정두는 “아내와 취미가 같다는 것은 축복이다”며 “아직 8강이 최고 성적이지만 대회 출전한 후면 엔돌핀을 얻게 된다”고 했다.
그늘막에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동춘천 초등학교 김단아 선수의 가족이었다. 가족 모두 테니스 마니아란다. 특히 이 가족은 휴일마다 코트에서 보내기 때문에 자녀들과 '대화단절'은 상상도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테니스로 인해 삶의 질이 달라졌다는 아버지 김동용은 “아내와 함께 자녀들의 응원을 받으며 혼복대회 출전하는 것은 매우 값진 경험을 만드는 일이다”고 했다.
춘천교대 교수님 두 분을 만났다. 정경화 교수는 “곧 이어 열리게 될 전국교수테니스대회를 대비해 강심장을 만들기 위해 출전했다”며 “전국구들이 출전한 엄청난 대회지만 자포자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 해보겠다는 생각이다”고 전했다.
부평에서 온 배차현은 “아내는 나랑 파트너 하면 예탈하고 다른 사람이랑 하면 입상권이다”며 “가끔 직장 그만두고 테니스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건강한 아내랑 혼복 나올 때마다 남들의 부러움을 산다”고 했다.
한광호 소양강배 준비위원장은 “대회 6개부서중 어르신부 11개, 어린이부 6개 부서 합하면 총 21개 부서중 제일 마지막이 혼합복식부다”며 “마지막 부서까지 마무리 하고 나니 일 년 농사 잘 지은 농부의 심정이다”고 전했다.
클럽의 단합을 위해서, 또 부부지간의 돈독한 애정을 위해서, 다가오는 대회를 위한 경험쌓기 등으로 출전한 선수들은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이 섞여 하모니를 이루고 있었다. 스페셜 이벤트로 폐회식과 진행위원을 위해 준비한 경품 100점이 주인을 기다리며 환하게 웃고있었다. 글 사진 송선순
소양강배 혼합복식부 입상자
우승 : 엄도섭-김춘주
준우승 : 최병준-조예진
공동3위 : 김용래-이금자, 지연수-이선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