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광군의 자랑은 굴비다. 천일염을 뿌려 법성포구 바닷바람에 말린 굴비는 영광을 전국적으로 유명하게 만들었다. 굴비만큼은 아니지만 영광의 자랑은 또 있다. 영광 남동쪽의 산릉이다. 동쪽의 장성군, 남쪽의 함평군과 접하는 경계를 따라 고성산(547m), 월랑산(450m), 태청산(593m), 장암산(482m), 월암산(351m), 불갑산(516m), 군유산(403m) 등 400~600m의 산들이 영광을 성곽처럼 에워싸고 있다.
장암산과 태청산은 몇 개의 이름 없는 봉우리를 사이에 두고 산릉으로 연결돼 있다. 날씨가 좋은 날 장암산에서 태청산이 보이고, 태청산에서도 장암산을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 하지만, 긴 산릉은 마치(馬峙)재를 경계로 분명하게 나뉜다. 장암산에서 3시 방향으로 바라보면 산릉이 갑자기 'V'자 형태로 가라앉는다. 이 안부가 바로 마치재다.
마치재를 경계로 산세도 확연히 다르다. 장암산은 부드러운 곡선을 이룬 육산인데 반해, 태청산은 정상 주위로 바위들이 뾰족하게 솟아 닭 볏 모양이다. 개성이 확연히 다른 두 개의 산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다는 기대에 출발하기도 전에 마음이 설렌다.
코스는 석전마을~전주 이씨 세장산~상석 삼거리~매봉재~패러글라이딩 활공장~장암산~샘터 삼거리~작은 마치재~마치재~법당 갈림길~태청산~헬기장~산림도로 갈림길~상평 임도길~마치 삼거리~영마저수지~원점이다. 총 10.6㎞ 구간으로 4시간 30분이 걸렸다.
들머리는 영광군 묘량면 석전리다. 서해를 향해 펼쳐진 묘량면의 들판은 한없이 너르다. 옛날부터 질 좋은 쌀과 소금, 목화가 많이 생산돼 '삼백(三白)의 고장'으로 불렸다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단번에 알 수 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시멘트 길을 따라 산 언저리로 향한다.
흐린 날씨 때문에 멀찍이 보이는 장암산이 실루엣처럼 흐릿하다. 장암산은 해발이 482m에 불과하다. 1,000m가 넘는 내륙산간의 산들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만만하게 보면 큰코다친다. 등산 기점의 해발고도가 겨우 50m 안팎이기 때문에 400m 이상을 올라야 한다. 따라서, 난이도는 1,000m 급 산들과 비슷하다.
들머리에서 10분 정도 걸어 동네를 빠져나오면 첫 번째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에는 송산문중 가족묘지. 왼쪽에는 '전주 이씨 세장산' 비석과 함께 가족묘지가 조성돼 있다. 왼쪽 전주 이씨 세장산 방면 오르막길로 방향을 잡은 20m가량 전진하다, 나무를 베어 묶어 만든 다리를 건너 오른쪽 지능선에 붙는다. 지능선 입구 오솔길은 산죽나무들이 우거져 발견하기 쉽지 않다. 산행 안내리본을 잘 보고 따라가야 한다.
일단 지능선을 타면 상석 삼거리를 거쳐 매봉재까지는 길이 뚜렷하고 이정표도 잘 만들어져 있다. 한창 잎을 키우면서 짙어지고 있는 숲길을 15분 정도 걷다 보니 매봉재다. 차량 2대가 교행이 가능할 정도로 넓은 비포장 임도가 재를 넘어간다. 이 임도를 가로질러 이정표를 보고 장암산 방면 오르막 오솔길을 탄다. 이 길 역시 좁지만 뚜렷하다.
매봉재에서 30분가량 오르막길을 오르다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에 못 미쳐 쭉쭉 뻗은 나무들을 만난다. 삼나무 숲이다. 굴참나무, 소나무들이 주종인 숲에서 만난 삼나무 숲이 갑작스럽다. 어색함도 잠시, 오르막을 오르느라 거칠어진 숨을 몰아쉬며 삼나무가 쏟아내는 피톤치드를 양껏 마시며 허파를 씻어낸다. 잠시 휴식하며 삼림욕을 즐기기에 딱이다.
삼나무 숲 바로 위에는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있다. 도움닫기 후 점프하기 좋도록 산 사면을 따라 나무들을 베어냈다. 그 덕분에 묘량면은 물론 멀리 법성면까지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다.
활공장에서부터 장암산 정상까지는 철쭉 천지다. 야생 철쭉 군락지에 추가로 꽃을 조밀하게 심은 듯했다. 등산로 주변으로 가슴팍까지 자린 철쭉이 분홍색, 흰색, 진홍색 자태를 자랑한다. 마치 산 사면 전체에 물감을 풀어놓은 듯하다. 원색의 등산복을 입은 산꾼들이 꽃 속에 묻혀 또 다른 꽃이 된다. 누가 꽃이고 누가 사람인지 분간이 안 된다.
20분간 꽃 속에 파묻혀 걷다 보니 어느새 장암산 정상이다. 해발 482m. 정상에는 너럭바위 혹은 마당바위로 불리는 큰 바위가 있다. 큰 바위나 나무를 보고 전설을 만들어내지 않는다면 한국 사람이 아니다. 이 바위에도 사랑 전설이 전해져 온다. 부잣집 아들과 가난한 농부의 딸이 가족의 박해를 피해 이곳으로 도망쳐 3일 동안 진달래로 연명하며 견뎌낸 뒤 부부의 연을 맺었다고 한다.
장암산 정상에서 태청산까지 4.2㎞ 남았다. 이정표는 팔을 벌려 가야 할 곳을 가리킨다. 4개의 봉우리를 넘어 가장 뒤쪽, 가장 높은 산이 태청산이다. 샘터삼거리와 작은 마치재, 마치재를 거치며 50여 분간 오르막 내리막을 번갈아 걷는다. 주요 갈림길마다 이정표가 잘 만들어져 있으니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마치재를 지나 태청산 정상으로 향하는 오르막 능선은 가파르기 그지없다. 등산길이 지그재그로 난 이유가 있다. 일직선으로 치고 오른다면 코가 바닥에 닿을 지경이다. 법당 갈림길에서 왼쪽 오르막길을 따라 태청산을 가로막고 있는 마지막 봉우리를 넘어 마침내 태청산 정상(593m)에 오른다. 45분 소요.
태청산 정상은 기암괴석으로 이뤄졌다. 나무가 많지 않으니 전망이 좋을 수밖에 없다. 가까이로 육군보병학교의 연병장과 장성군 삼서면의 대도제 유평제 등 저수지가 펼쳐진다. 날씨가 좋으면 함평군과 광주 어등산까지 보인다. 불행하게도 이날은 날씨가 흐려 시야가 멀리까지 트이지 않아 아쉬웠다.
하산은 태청산 정상에서 조금 떨어진 헬기장으로 내려와 왼쪽 봉정사 방면 내리막길로 방향을 잡았다. 주의할 구간은 헬기장에서 5분 정도 내려와 만나는 산림도로 갈림길이다. 왼쪽으로 꺾어 산림도로로 내려가야 한다. 직진해 내려가면 몰치로 가게 된다. 몰치로 가는 길이 더 뚜렷하기 때문에 자칫 길을 잘못 잡기 쉽다.
갈림길에서 20분가량 오솔길을 걸어 내려오면 상평 임도를 만난다. 이 도로는 죽등 임도, 마치 삼거리를 거쳐 하산길의 하이라이트 영마 저수지까지 이어진다. 1시간 소요. 이삭을 피운 넓은 청보리밭을 이고 있는 영마 저수지는 물색이 보리밭과 비슷하다. 멀리서 보면 보리밭과 저수지가 한 덩어리처럼 보인다.
하산길 곳곳에 자라고 있는 두릅나무는 막바지 산행의 또 다른 재밋거리다. (부산일보에서 발췌함)
※산행코스:석전마을~전주 이씨 세장산~상석 삼거리~매봉재~패러글라이딩 활공장~장암산~샘터 삼거리~작은 마치재~마치재~법당 갈림길~태청산~헬기장~산림도로 갈림길~상평 임도길~마치 삼거리~영마저수지~원점이다. 총 10.6㎞ 구간으로 4시간 30분 정도 소요)
참가회비: 30,000원(떡 및 뒷풀이)
예약문의: 총무 010-8819-8536, 010-3945-9438
산행문의: 대장 010-2870-2369
우리 버스(해운대고속관광, 010-4845-1336)는 아래의 장소에서 대기한다.
차량 이동경로: 구)송월타월 옆 동래역 방면(07:30)-만덕 육교-덕천동 부민병원(07:50)
<참고 사진자료들(타 산악회에서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