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6월 25일) 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51년이 되는 날이다. 3년1개월 동안 치러진 전쟁은 민간인 3백여만명을 포함, 4백여만명의 한국인 사망자를 냈다.
한국전쟁은 무엇을 남겼는가. 더욱 굳어진 분단체제와 이를 이용한 양측의 독재정권을 남겼다. 남측의 독재는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를 거치면서 사라졌지만 국가보안법과 레드 콤플렉스는 여전히 남아있다.
전쟁은 또한 분단문학을 남겼다. 분단의 모순을 고발하고 상처를 감싸안으려는 소설과 시들이다. 소설에서는 최인훈의 『광장』과 조정래의 『태백산맥』이 가장 길고 깊은 사랑을 받고 있다.
『광장』은 남북 이데올로기에 휩쓸리다가 전쟁포로가 된 주인공이 중립국행 선박에서 투신자살로 삶을 마감하는 내용. 지난 3월로 1백24쇄라는 국내소설 부문 신기록을 세웠다.
『태백산맥』은 여순 반란사건과 한국전쟁 시기 빨치산 투쟁을 다룬 10권 분량의 대하소설. 4백70여만부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두 소설은 모두 비극을 통해 고발과 정화를 성취하고 있다. 분단과 그 상처에 대한 시인들의 지적은 더 직접적이고 현재적이다.
박봉우는 안타까워한다.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번은 천동 같은 화산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 ( '휴전선' 중에서)
김준태는 상처를 직접 파헤친다. "네놈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찢어서 죽인 어제는 없을거다/남한과 북한이 동시에 부딪치던 소리는 없을거다/동시에 핏줄기를 이끌고 떨어져나가던 절벽은 없을거다" ( '詩作을 그렇게 하면 되나' 중에서)
김진경은 핵전쟁 위험까지 경고한다. "네가 재가 되어 날아가버린 자리에 떨어진 투구와 방패를 보고/이 민족은 특수한 민족으로 서로 증오하는 유전자를 갖고 있었다고/…/이 민족의 멸망은 인류의 공동범죄였다고" ( '광화문을 지나며' 중에서)
황동규는 쓸쓸하게 지적한다. "젊은 자들은 반쯤 웃는 낯을 짓고/나이든 자들은 작은 이름만을 탐내니/그들의 계집이/캄캄히 들에 나가/兵車 앞에 엎디는 자식을 낳도다" ( '悲歌' 중에서)
지난해에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지도자의 역사적인 6.15 선언이 있었다. 하루빨리 선언이 현실화돼 '분단' 문학이 현재성을 잃고 '문학' 그 자체로서만 운위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중앙일보 '분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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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6.25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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