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한국에는 없었던 미술관 강원도에 등장~~!!

[데레사]

 
재벌인 한솔그룹이 야심차게 미술관을 짓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제법 오래 전이었다.
 
일본의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를 맡아 원주 오크밸리 안에 미술관을 짓기 시작한 것은 2006년부터.
그 미술관이 완공되어 16일 문을 연다. 장장 7년이 걸린 셈이다. 한국 최대 미술기관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도 2~3년이면 뚝딱 짓는데(물론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사립 미술관이 7년을?
 
도대체 얼마나 공을 들이길래 싶었다. 14일 한솔그룹 한솔문화재단이 개관을 앞두고 처음으로 미술관을 공개한다고 연락해왔다. 정식 이름은 `한솔뮤지엄'. 궁금해하던 한솔뮤지엄을 미리 가볼 수 있었다.
 
사립이든 공립이든 강원도에 미술관이 들어선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강원과 충북은 이렇다할 큰 미술관이 없었던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두 시간을 달려 복합리조트 오크밸리 가장 깊숙한 안쪽에 도착했다. 미술관은 해발  275미터의 산 정상에 있었다.

 
뮤지엄은 모처음부터 바로 자기 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먼저 맞이하는 곳은 입구인 웰컴센터. 누런 비정형 돌을 쌓은 벽이 건축 컨셉이었다.

그리고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주차장이 먼저 보였다. 요즘에는 저렇게 포장재 사이로 풀이 자라는 주차장들이 제법 흔하지만 차가 별로 없으니 더욱 괜찮아 보이는 듯했다.
 
한솔뮤지엄쪽은 이 미술관이 국내 최대의 `전원형 미술관'임을 유독 강조했다. 쉽게 말해 야외 공간이 강점이란 것이다.
실제 미술관 전체 길이는 700미터라고 한다. 야외와 건물이 하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중간 중간 있는 작품들까지 모두 감상하면 거리는 2.1킬로미터로 늘어난다.

저 웰컴센터를 지나자 미술관이 간판 이미지로 내세우는 패랭이꽃 80만주를 심은 초원이 나온다.

 
사진에선 빨갛고 분홍색 같기도 한 패랭이 꽃이 만발했지만, 꽃이 피는 것은 6월부터.

아쉽게도 시기가 안 맞아 꽃은 피지 않았지만 초원은 충분히 좋았다.

그리고 거대한 조각이 등장한다.

 
미술관의 첫번째 마당 `플라워가든'(그냥 꽃마당이라고 해도 좋았을텐데 말이다)의 주인공은 저 거대한 조형물이다.
바람이 불면 윗부분이 돌아가는 `움직이는 조각'이다. Mark Di Suvero의 `For Gerald Manley Hopkins'란 작품이다.
 
너른 벌판으로 난 길을 따라 가면 그 다음은 자작나무숲. 하얀 나무줄기가 도드라지는 길이 이어진다.

 
길은 나무 사이로 이어진다. 그리고 저 멀리 미술관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빨간 무언가. 저 곳이 뮤지엄 본관이다. 도대체 안도 다다오의 건물은 언제 나타날까, 궁금증은 커진다.

 
이제 미술관 정원의 두 번째 코너 `워터 가든'이다.

워터 가든 역시 본관 건물처럼 처음부터 전경을 보여주지 않고 스스로를 숨기는 구조였다.

저 벽으로 물이 있는 곳임을 살짝 보여주면서 실제 공간은 일부러 벽으로 가렸다. 풍경을 숨기는 `장경' 기법이다. 

방향을 틀어 옆으로 돌아가게 한 뒤 장벽이 사라지면 `짠'하고 풍경이 나타나는 연출법이다.
 
안도는 이런 연출을 무척 좋아하는 건축가다. 그리고 언제나 물을 자기 건축물을 돋보이는 배경으로 활용한다.
이번에는 그가 어떤 장면을 구상했을까?

 
드디어 본관이 등장했다. 너른 연못 위로 돌길이 뻗어 있는 끝에 뮤지엄이다. 그 입구에선 역시 거대한 조형물이 다시 맞는다.
조형물의 이름은 `Archway', alexander Liberman의 작품이다. 이름 그대로 아치로 된 길을 상징한다.

안도 다다오는 이번에도 늘 그래왔듯 물에 집착하고 있었다.
수면이 잔잔해지면 그 위로 대칭으로 비치는 건물의 느낌은 더욱 근사해지기 마련이다. 특히 사진을 찍으면 그 효과는 극대화된다. 한국처럼 사계절이 분명한 나라에서 저런 공간 연출은 겨울철 관리가 무척 어렵다. 하지만 안도에게 건물을 맡긴다는 것은 그런 것은 신경 안 쓰고 확실히 폼을 잡겠다는 뜻일테고, 안도는 늘 이 가장 단순한 방법으로 반복해왔다.

건물은 맨살 콘크리트가 아니었다. 안도 다다오라고 하면 곧 `맨살(노출) 콘크리트'를 떠올리게 될 정도로 그는 회색빛 콘크리트 건물을 찍어내듯 되풀이해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돌이다. 그것도 일부가 아니라 건물의 외피, 야외 정원의 담, 그리고 심지어 바닥까지 돌을 아낌없이 썼다. 

 

그가 돌을 전혀 쓰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맨살콘크리트가 너무 많아서 가려졌지만 돌을 썼던 건물도 있었다.

이번에는 돌이 거의 모든 것이 됐다. 왜 그는 이번에 과감하게 돌 하나로 승부했을까? 건축주의 취향이었을까?

궁금하지만 그 답을 양쪽 모두에게 들어보지 못했기에 알 수는 없다. 돌은 한국 파주에서 나는 파주석이었다.

비정형의 파주석을 자연스럽게 붙여 마치 한국 특유의 박석 공간을 연상시킨다. 또는 돌담을.

돌로 표면이 바뀌었지만 공간 배치의 수법은 여전히 안도 스러웠다. 원형 공간에 집착하고, 그 원형 사이를 구획벼이 가로 질러 좁고 넓음, 직선과 곡선이 나뉘는 공식을 이 뮤지엄에서도 보여주고 있었다.

물은 얕다. 그래야 안전 사고를 막을 수 있다. 물이 조금이라도 깊어지면 물 위로 가로지르는 돌 길에 난간을 쳐야 한다. 정취를 그런 식으로 망칠 수는 없는 법. 너무나 당연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

우선 건물 외부를 살펴보자.

건물은 어디서든 물과 만난다. 안도가 설계한 또다른 한국 내 신작인 제주 본태미술관의 경우 물이 흘려내리는 벽, 곧 벽천으로 승부를 걸었는데 이번에는 너무 정공법이어서 식상할 정도였다. 물론 효과는 이 반영 방식이 가장 셀 수밖에 없다.

건물의 오른쪽 옆면이다. 경사지여서 수조를 완만한 계단식으로 했다. 물에 비치는 이미지가 중간 중간 분절되어 색달라진다.

이제 건물 안을 볼 차례다.

돌로 꾸민 벽이 마치 산성을 보는 듯하다. 튀어나온 지붕처마는 무쩍 짧다. 안도의 이전 건물들이 날렵하게 튀어나온 지붕으로 경쾌함을 강조했던 것들이 많은 점을 감안하면 이번 건물은 둔중한 덩어리(mass) 느낌을 더 중시한 디자인이다. 사다리꼴로 아래가 더 넓은 벽의 경사 자체도 그런 느낌을 강조한다.

미술관은 외부보다는 내부의 공간 변화가 훨씬 두드러졌다. 이 역시 안도의 전매 특허 같은 취향이다.

예각으로 튀어나온 포인트를 두고, 좁고 긴 복도와 넓은 공간이 교차해 리듬을 주고, 좁은 공간은 천정을 높이해 특별하게 만들고, 어두운 공간과 밝은 부분이 대비되는 처리는 모든 건축가들이 다 하는 것이지만 안도는 특히 집착하는 것 같다.

그래서 건물 내부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는 공간은 복도다. 표피를 이루는 돌벽의 거친 느낌, 그리고 내부의 노출콘크리트의 반질반질한 느낌이 대비되는 사이로 빛들이 이어진다.

바로 이런 복도들.

건축가들 치고 직접 조명을 좋아하는 이들은 드물다. 대부분 간접조명을 선호하고(분위기 연출이 더 좋으니까), 천장에 등을 달기보다는 벽에 달기를 즐긴다. 

이 벽은 어떨까?
자세히 보면 왼쪽 돌벽 위로는 빛이 띠처럼 빛난다. 자연광이다. 곧 저 벽 윗부분은 모두 긴 창문이란 이야기다.

그 말은 저 벽이 지붕을 지탱하는 벽은 아니라는 이야기. 건물을 지탱하는 벽은 오른쪽 콘크리트벽이다.

돌벽 위로 들어온 빛은 자연스럽게 콘크리트벽 위쪽에서 반사된다.
콘크리트 벽의 조명은 발 아래 달렸다. 알맞은 어두움으로 분위기를 연출하고, 복도는 최대한 길게 뽑아 건물의 길이를 강조하면서 크기를 가늠하기 어렵게 만든다. 예상 못한 공간을 만나게 하는 장치라고 볼 수 있다.

복도가 어둡기에 중간 빛이 환한 부분은 더욱 강조된다. 그리고 산란광은 은은하게 나머지 공간을 채운다.

뮤지엄은 그 어떤 건축보다도 `동선'으로 승부하는 건축 장르다.
관람객들이 길을 잃지 않으면서 최대한 많은 것을 볼 수 있게 유도하고, 그러면서도 단조로워선 안된다.
좁아졌다가 넓어지고, 때론 시원하게 뚫리고, 내부는 비우기도 하고 채워 나누기도 하면서 사람의 위치에 따라 보이는 장면에 변화를 준다는 것, 쉬울리가 없는 일이다. 건축가란 전문가들이 필요한 까닭이기도 하다.

이처럼 동선이 중요한 뮤지엄에는 미술관과 박물관이 있다.
공간적으로 보면 둘은 같은 것이다. 보여주고자 하는 물건을 전시하고 보존하는 집이 뮤지엄, 곧 박물관이다.
뮤지엄 중에서 미술품을 주로 전시하면 미술박물관, 곧 미술관이 된다.

이 한솔뮤지엄은 한솔박물관이나 한솔미술관이 아니라 한솔뮤지엄으로 이름을 정했다. 들어보니 이유가 있었다.
한솔그룹은 제지가 모태다. 종이를 만드는 기업이니 이전부터 종이박물관을 운영해왔다. 거기에 이번엔 미술관을 더했다. 종이박물관 공간과 미술관 공간을 모두 가지고 있어 둘을 포괄하는 이름으로 뮤지엄을 골랐다고 한다.

종이 전시장은 종이의 탄생에서 현재에 이르는 다양한 종이 관련 자료들, 그리고 종이로 만든 예술품 등을 보여준다.
미술관은 정말 누구나 이름을 대면 아는 유명 작가들의 작품 위주의 컬렉션이었다. 박수근, 이중섭, 이쾌대, 백남준, 김환기...

너무나 보편적, 모범적이어서 큰 특색은 없다. 물론 누구나 와서 보고 즐기기에는 최적이다. 다만 다른 미술관과의 차별성은 없었다.

중간중간 보이는 디자인 의자들 역시 디자인 교과서에 늘 등장하는 것들. 알토, 게리, 리트벨트...역시 모범적이었다.

 
사실 이 뮤지엄 최고의 작품은, 안도 다다오란 슈퍼스타 건축가를 내세운 건물, 그리고 넓고 아름다운 외부 정원, 그리고 그 정원들 속에 들어있는 최소한의 조형물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이 모든 것들이 안과 밖으로 연결되며 만들어지는 분위기 전체일 것이다.

 
안도 특유의 뾰족 삼각형 공간은 이번에도 있었다. 저기 보이는 복도 계단이다. 저 날카롭게 튀어나온 모서리는 공간에 긴장감과 운동감을 주면서 보는 각도에 따라 느낌이 변한다.
 
위에서 보면 이렇지만, 아래에서 보면 이렇다.

더 다가가면 모서리의 예리함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이 더 커진다.

 
자세히 보면 저 삼각형은 그 자체로 타워처럼 우뚝 서있다. 그리고 그 주변을 나선형으로 계단이 감아 올라간다.

2층으로 올라가면 이렇다. 삼각탑 중간으로 나선 창문이 역시 구조체를 감아 올라간다. 그 안은 중정이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삼각형 모양의 액자 속으로 하늘이 보인다.

 
뮤지엄 본관은 무척 길고 비정형이다. 꺾이는 각이 많고, 내부는 다양한 공간들이 섞여 있다.

 

 
한번에 다 보여주는 사진이 없어 조감도로 대신한다. 이제 우리는 건물의 중간을 지났다. 전체적으로는 얼마나 왔을까?

 
왼쪽에서 시작해 3분의 2 이상을 지났다.

위에서 본 배치도를 보면 안도의 특징들이 그대로 드러난다. 원형, 예각, 수경공간 같은. 표면이 돌로 바뀐 것을 빼면 안도는 심할 정도로 자기 어휘를 고집한다. 그게 먹혀드니까 뭐라 하기는 어렵지만 말이다.

 
뮤지엄에는 물론 카페도 있다. 카페 창 바깥에는 이렇게 물에 둥실 띄운 공간도 있었다. 누구라도 좋아할 법한 곳이다.

 
아마도 밤이 되어 수면 위로 불빛이 아롱지면 더욱 근사할 듯하다.

 
그리고 건물 끝 바깥으로는 세번째 테마 정원 `스톤 가든'이 나온다. 그냥 돌마당이라고 했으면 더 정감어렸을텐데 이름이야 집주인이 정하는 것이니 손님이 궁시렁 거려봤자 뭐 어쩌랴.

 
스톤 가든은 딱 보기만해도 제주의 오름(기생화산)이나 경주의 고분군을 연상시킨다. 실제로 신라 고분을 모티브로 했다.

그 앞에 조각 작품 하나가 놓였다.

 
작품은 George Segal의 `Couples on Two Benches'.

스톤 가든에는 이 작품 말고도 베르나르 베넷과 토니 스미스, 헨리 무어의 작품이 또 있었다.

 
스톤 가든은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강한 힘을 지닌 대신 빤해보일 수도 있다. 대신 밝은 빛 돌이어서 날씨와 시간에 따라 느표면 색과 느낌이 변한다.

 
여기까지 돌아보는데 벌써 1시간 넘게 흘렀다. 아주 먼 느낌은 아니나 야외와 옥내를 오가다보니 제법 시간이 잘 간다.
황혼녘이 다가오면서 돌빛들이 묘해진다.

 
이제 더이상 보이는 것은 없지만 뮤지엄 구경은 여기가 끝이 아니다. 한솔쪽에서 이 뮤지엄의 하이라이트로 자랑하는 `제임스 터렐 관'이 저 아래에 있다.

제임스 터렐은 미술의 통념을 깨는 작품으로 유명한 스타 작가다. 바로 이 사람. 용모부터 범상찮은 스타일이다.

터렐(70)은 원래 비행기 조종사였다. 그는 광산의 항공 계측 일을 했다. 16살에 일찌감치 비행 면허를 따서 비행기를 타고 지형을 살피는 일이다. 그리고 대학에서는 지각심리학을, 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비행하면서 그는 종종 눈의 착시 현상을 느꼈다고 한다.

한없이 펼쳐진 바다를 내려다보고 비행하다보면 문득 바다가 하늘처럼 느껴지는 그런 현상들. 
하늘에서는 평소 보지 못하던 것을 볼 수 있다. 넓게 펼쳐지는 광활한 하늘, 그 하늘을 가득 채우는 빛, 그리고 구름과 안개 또는 미세한 대기의 변화, 그 아래 역시 광활한 대지...이런 것들이 기상 조건과 맞물려 변화하는 이미지는 비행기를 조종하는 이들만 마주치는 현상이다.

그는 이런 경험을 미술 작품으로 구현했다. 특별한 환경을 만들어 사람들이 평소 경험 못하는 것, 또는 익숙한 것이 달라보이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작품이었다.

그의 작품은 규모가 커서 건축물 수준이고, 사람들은 그 안에 들어가 공간 속에서 새로운 시각을 느끼게 된다.

그의 대표작들은 건축물로 특별한 액자를 만들어 바깥을 바라보는 것들이 유명하다. 내부 공간은 상자꼴이기도 하고 원형이기도 하다. 그리고 의도한 크기로 뚫은 창을 통해 바깥을 본다. 그 창문에는 특별한 기술을 집어넣어 실제 하늘 색깔과는 다르게 색이 변하고, 배경이 되는 내부 공간의 색도 변화한다.

이곳 한솔뮤지엄은 그의 대표작 4가지 시리즈를 한 곳에서 볼 수 있게 모았다. 그래서 제임스 터렐관이란 별도의 이름을 붙였다. 거의 회사처럼 움직이는 터렐의 스태프들이 직접 설계한다.
위의 작품 이름은 `호라이즌'. 네모난 액자를 통해 바라보는 하늘은 색다르게 다가온다.

더 규모가 큰 것으로 바로 옆의 `스카이스페이스'가 있다. 원형 공간 안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작품이다. 해가 뜨는 순간, 그리고 해가 지는 순간의 하늘 색의 변화를 하염없이 바라보는 작품. 제대로 보려면 1~2시간이 걸린다.

몇가지 마무리할 것들이 남아 있어 이 스카이스케이프는 개관을 해도 관객들에게 일몰 구경을 하려면 더 기다려야 한다고 하는데 미리 찾아간 기자들에게 시험 공개를 했다.

아직 해가 지기 전, 하늘은 어둑해졌지만 그래도 밝은 잔빛들이 남아 있다. 그 하늘이 동그런 천장 색과 대비되어 특별해진다.

건물 안의 빛깔도 변하고, 구멍 사이로 비추는 하늘도 특수 효과로 실제 색과 다르게 변한다. 그리고 서서히 어두워진다.

그러던 어느 순간, 드디어 해가 완전히 지고 하늘은 새까매진다.

이 작품은 공간 크기상 한번에 볼 수 있는 인원이 정해질 수밖에 없다. 건축비와 작품비를 감안하면 입장료를 받아봤자 수지를 맞추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는, 그래서 더 특별한 작품이랄까.

`스카이스케이프'가 하늘과 건축, 자연과 인공이 함께 만드는 작품이라면, 그의 또다른 작품 `Ganzfeld'는 인공으로 만든 공간 안에서 빛의 변화를 경험하는 몽환적인 작품이다.

안개 속 같기도 하고, 저멀리 보이는 빛의 거리가 가늠할 수 없고, 하늘속 또는 바닷속 같기도 하다.

이 터렐관까지 돌아보고 나니 어느새 세 시간이 지났다. 날은 이미 어두워질대로 어두워져 있었다.

 

작품 개수는 많지 않아도 강력한 체험 위주의 것들이 많은 미술관이다. 그리고 이 미술관처럼 건축과 자연, 인공 조경이 하나로 이어지는 미술관은 그동안 국내에선 보기 힘들었다.

이 뮤지엄의 주연 배우인 안도의 건축은 돌로 했다는 점이 먼저 색다르게 다가오고, 그래서 그의 작품들이 대부분 차갑고 정적인 느낌이 강했던 것과 달리 따듯한 느낌인 점도 특징이다. 

그러나 역시 안도스러운 것은, 저 건축에서 전시 공간은 오히려 위축되고 전시품을 공간이 압도한다는 점이다.
건축가로서는 당연히 그러고 싶겠지만, 건축 자체도 작품이라고 해도 그 속에서도 작품과 전시 공간이 더 돋보이게 하려는 마음이 그에게는 없는걸까?

 얼마전 문을 연 그의 또다른 작품 제주 본태박물관도 그랬다. 강한 건축속에서 전시품들은 오그라드는 느낌이었다.
그에게 건축을 맡기는 것 자체가 건축물로 승부를 건다는 이야기겠지만 뮤지엄이란 기능면에서 안도의 뮤지엄 건축은 개인적으로는 늘 불만스럽다. 너무 자기 건축만을 강요하는 그의 고집도 마찬가지다.

또한 한솔뮤지엄은 어쩔 수 없이 일본 나오시마를 떠오르게 하기도 한다. 터렐과 안도란 두 스타가 먼저 그 곳에 작품을 남겼기 때문이다. 나오시마를 아직 가보지 못해 무책임한 말일 수 있지만 말이다.

한솔뮤지엄은 분명 한국에선 지금까지 없던 컨셉의 뮤지엄이란 점은 확실하고, 새로운 볼거리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강원도에도 굵직한 미술관이 생겼다는 것, 그것도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안도가 내 취향은 아니라도 저 패랭이 꽃이 활짝 피었을 때 다시 가보고 싶어진다.

입장료는 어른 1만2000원, 청소년 7000원, 미취학 어린이 무료. (033) 730-9000.

[아바이(서만길)]

멋진 미술관을 보게되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