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추위가 매섭습니다.
바람이 참 차갑습니다. 걷기 명상이 걱정됩니다.
그래도 뭐 겨울이니 겨울다운 걷기명상입니다.
아이들이 차에서 내리기를 거부합니다.
그래도 차문은 열립니다.
다람쥐차 코알라차 곰돌이차가 차례로 들어옵니다.
아이들의 걸음이 빨라집니다.
학교에 도착합니다.
뭔가 북적북적 거립니다.
오늘 오신다는 일본 손님들에 대한 기대로 학교가 들썩거립니다.
잎새, 꽃잎, 열매 형 누나들은 사물을 들고 나옵니다.
손님맞이 굿입니다. 저 멀리서 손님들이 오십니다.
몸이 무거우니 겉옷까지 벗고 열심히 쳐봅니다.
손님들도 박수와 미소로 함께해 주십니다.
공연이 끝나니 손이 꽁꽁 얼었습니다.
그래도 무엇인가를 보여드린 것 같아 뿌듯합니다.
씨앗반으로 모두 모여 앉습니다.
그리고 우리 씨앗반이 환영에 노래를 부릅니다.
잔치에 모두를 감탄하게 만들었던 숲속풍경의 재공연입니다.
다음은 다 같이 마음을 모읍니다.
함께 만난 인연을 생각하며 두 손을 모아봅니다.
줄기 언니들이 목에 오카리나를 걸고 나타납니다.
누구일까? 를 연주하니 다 같이 한 목소리로 부릅니다.
그리고 이누까이 모토코(이누까이 목사님 사모님)님이 그림을 하나 꺼내십니다.
한 장의 종이 인 듯 하기도 하고 여러 장 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첫 번째 그림을 보니 나뭇잎에 작은 알이 하나 있습니다.
아이들이 “나뭇잎이다”라고 이야기 합니다.
두 번째로 넘어가니 애벌레가 잎사귀를 먹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이제 “다음은 번데기다.”라고 이야기 합니다.
번데기가 되고 다음은 “와~ 나비다.”라고 말합니다.
참 예쁜 그림입니다.
다음은 동화책을 읽어주십니다.
일본어로 된 책을 읽어주시니 한국으로 시집오신지 10년 되신 통역을 해주시러 오신 분을 통해 우리말 동화가 됩니다.
그런데 너무 어렵습니다.
그 때 민들레가 무엇인가 들고 오십니다.
아 똑같은 그림에 한글책입니다.
너무 반갑습니다.
‘모치모치의 나무’라는 책입니다.
결국 다음을 기약합니다.
다시 그림이 한 장 나옵니다.
이번에는 닭이 두 마리입니다.
암탉, 수탉 커플입니다.
다음은 달걀이 한 알 나오더니, 곧 병아리가 깨어납니다.
다시 어미 닭이 되고 다시 친구를 만나고 다시 달걀이 되고... 한 장의 펼치고 접으니 여러 장의 그림이 됩니다.
그리고 두 개 반으로 나눠서 모입니다.
씨앗과 새싹은 씨앗반에서 줄기부터 열매까지는 도서실에 모입니다.
씨앗반에서는 손수건으로 소개를 해주셨습니다.
이누까이 목사님의 사모님께서 소개하는 이야기에 손수건으로 상황에 맞는 다양한 것들을 만들어서 보여주셨습니다.
손수건 한 장이 장미꽃이 되기도 하고 넥타이가 되기도 합니다.
신기합니다. 또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 두편을 들었습니다.
도서실에서는 그 분들의 삶을 이야기 듣습니다.
제일교포 2세의 삶, 목사의 삶, 지쿠호오 탄광마을의 모습...생각해볼 것들이 많습니다.
낮은 학년과 높은 학년의 수준이 차이가 나지만 어느 것을 들어도 우리 아이들에게 참 좋을 내용이었습니다.
이야기가 끝나고 가족별로 교실에 모입니다.
일본식 카레를 만듭니다.
갑자기 물이 안 나옵니다.
모두 당황합니다.
방법을 찾아봅니다.
신나다네 집으로 야채를 들고 가자. 먹는 물로 씻자. 정신이 없는데 아~마음이 통했나 봅니다.
다시 물이 나옵니다.
카레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카레가루가 정말 여러 가지입니다.
향도 다르고 모양도 우리 카레가루와 다릅니다.
가루를 물에 개어서 쓰는 우리와 달리 초콜릿 조각 같은 카레 가루 조각을 끓는 물에 퐁당 넣습니다.
사탕같은 포장과 모양의 스프재료는 모든 아이들의 관심의 대상입니다.
카레 조각을 넣어보겠다고 받아들고 풍덩 던져서 이리저리 뜨거운 물이 튀기도 합니다.
감자, 고구마, 당근, 돼지고기, 다진 사과(깍둑썰기로 넣은 가족도 있음), 다진 마늘, 콩소메 스프재료, 카레가루 4가지 이렇게 들어간 듯 합니다.
맛은 최고입니다.
어찌나 맛있던지 밥을 세 그릇 먹는 아이들이 속출합니다.
다들 배부르게 먹습니다.
점심 밥모심을 하고 오후 수업을 합니다.
씨앗반은 미술 시간, 새싹 줄기는 주제공부 시간입니다.
세반은 지난 평화잔치 때 바탕을 그려놓은 학교 앞 길에 예쁜 색깔을 입히는 일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춥다고 말하던 아이들이 신이 나서 열심히 색칠합니다.
잎새는 국어, 꽃잎은 수학, 열매는 영어수업을 열심히 합니다.
간식으로 사과도 먹고 청소도 열심히 하고 바람을 헤치며 집으로 돌아갑니다.
오늘 밤은 한가족 모임이 있는 날입니다.
중요한 내용을 함께 이야기 하는 자리이니 많이들 오시겠지요.
그럼 학교는 다시 아이들 소리로 가득하겠네요.
이따 저녁에 다시 뵐게요. 추운 날 감기 조심하시길...
가시는 손님들께서 선물을 주셨습니다.
아침에 함께 읽으려다 읽지 못한 일본어로된 책 한권과 규슈 지쿠호오 탄광을 중심으로 한 격동의 민중사를 담은 책을 한권 주셨습니다.
고학년들은 지쿠호오 탄광의 이야기를 들었으니 더 관심이 갈 듯 합니다.
또 일본 녹차를 선물로 주셨고 마음을 담을 봉투를 주셨습니다.
가시는 걸음에 따뜻함이 묻어났습니다.
감사히 받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