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나무는 달다
지은이 : 오인자
출판사 : 한비출판사
페이지 : 130
크기 : 210x120
ISBN : 978-89-93214-62-8
값 : 10,000
<출판사 서평>
제1 시집 서리꽃이 필 무렵 이후 5년 만에 더욱 다듬어진 정조미와 리리시즘의 시를 가지고 돌아온 오인자 시인의 두 번 째 시집 <나무는 달다>는 마음속에서 일어서는 정서를 그대로 대변하지 않고 사상과 감정이 함께 동반하는 미적美的•지적知的•정조情操로 표상성을 가지고 있다.
단순한 센티멘트sentimenta의 시가 범람하는 현실에 즈음하여 오인자 시인의 시는 정조미의 아름다운 성취를 통하여 슬픔의 비극을 아름다운 정서를 통한 기쁨으로 승화 시켜 우리가 찾아 헤매는 행복과 사랑이 감성의 퇴보에서 비롯된 스스로 가지는 퇴보심에 있다는 것을 들려준다.
지난여름 얼마나 화려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나를 압도 했었나/윤기나는 진초록 푸른 잎/누르면 물기 뚝뚝 들을 것 같던 두툼한 두께/내 얼굴을 가리고도 남을 당당한 모습으로
묵직하게 전해지던 그 무게감 -후박나무 잎이 지다 일부-
오인자 시인의 두 번째 시집<나무는 달다>는 대상과 현상, 공간에서 아름다움은 존재론적 관조가 가지는 여유와 평화를 찾아내는 정신으로 이 가을 아름다움의 진면목을 찾기에 더 좋은 시집이다.
<시인의 말>
“ 안락한 의자에 앉다 ”
앉아있는 편안함을 느껴 본 기억이 없다.
앉아있음으로 해서 나에게 다가올 어떤 상황을 피할 수 있는 시간이 항상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상 서 있어도 나는 나에게 다가오는 시련의 바람을 피한 기억도 없다. 그것이 고통인 것을 알면서도 오히려 운명처럼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편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니 받아들였다기보다는 맞서 싸워가야만 하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유일한 존재의 인식이었을지도 모른다.
나의 시는 나 스스로를 인식하기 위한 고통의 흔적일지도 모른다. 내 조그만 존재의 불빛을 꺼뜨리지 않기 위해서 부단히 바람을 막아섰던 몸짓, 발짓, 또는 손짓이 흔적들….
얼굴을 가리고 싶을 만큼 부끄럽기도 하고 내 시(詩)의 종이 뒷장에 살짝 숨어 있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가리는 것이 또는 숨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이제야 깨달았다.
나의 고통을 항상 나누어 안고 그 아픔의 끝에서 공존의 따스함을 전해준 친구, 지금도 시구(詩句)의 언저리를 끌어안고 고통스러워하는 선후배님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제1시집을 암 투병하시는 어머님께 드렸다. 이제 제2시집을 어머님께 안겨드릴 수 있게 되어 행복하다.
이제 시집을 읽는 동안만은 안락한 의자에 앉아도 될까?
<목차>
1장
사랑한 수저
바람과 언덕/바다와 산/희망의 의자/초록 향기/빛을 받은 세 송이 꽃/바람 부는 언덕/고이 가시옵소서/비단 길 깔아 놓으시고/두레박의 사랑/봄비 때문에/토담집 아래/화려하지 않은 네가/비 오는 날의 장미/초록 담장 향기 따라/연꽃 속의 삼 선녀/담쟁이 넝쿨아 넌 알고 있는가/어디서 피든 너는 나의 꽃/풀잎 단장/춤추는 신데렐라/불변의 사랑을 찾아서/달빛 아래서/혼자 빛나는 별은 없다/만삭의 바다 해산하다/강/어머니/날개/비 오는 날/폭포/억새꽃/나무는 달다/
2장
숲 속 마을 작은 동네
숲 속 마을 작은 동네/바다는 추억만을 말하지 않는다/흔들리는 꽃은 아름답다/바람과 낙엽/홍시와 어머니/새벽의 노래/봉숭아꽃 꽃잎에 눈물 섞어/당신은 나의 소중한 사람/아산만 방죽 길을 서성이던 날/ 엄마는 외출을 꿈꾼다/꽃이여 꽃이여/아침 산책길/아파트 숲/가을 강/채소밭에서/태양을 바라본다/생명의 빛/반쪽 인생/스케치 완성/그릇 감상/인생은 스트라이크/할머니의 이불/양각산을 오르며/중년에 바라본 고향 댐/사랑의 그물이 되어주리다/나무가 되고 싶다/꽃을 피우기 위하여/그리움은 물안개처럼/
3장
당신의 열매는 달다
후박나무 잎이 지다/파초의 아픔/당신의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물처럼 바람처럼/하늘에 걸린 발/있어야 할 자리/바람과 낙엽/삶이 흐르는 강/봄이 사는 곳/거친 언덕을 오르다/얼마나 좋을까/당신의 열매는 달다/연꽃 속에 삼 선녀/바다는 산을 사랑한다/일어나 함께 가자/해살을 보다/일어나 빛을 발하라/천 년 신시 찬안이여/마음의 빛을 누리소서/수백의 하늘 길/가을 나무와 새/왜 사냐고 묻거든/혼자 노래를 부르다/사랑은 늘 새롭다/마술을 꿈꾸는 세상
작품해설_이수화
<작가 소개>
아호;善佑 (충남보령출생)/2007년 월간 한비문학 등단/(사) 한국문인협회 회원/천안낭송문학회 회원/재능 시낭송협회 천안지부 회원/동인지 ; 시인과 사색 .시와 울림 등등
노래가 된 시 ; 인생은 스트라이크/연꽃이 된 삼선녀
시선1집 ; 서리꽃이 필 무렵
자격
동화 구연 3급 지도자/장애인 스포츠 지도자/대한장애인볼링협회 1급 지도자/대한장애인볼링협회 2급 심판/아시아장애인볼링협회 국제등급분류 수료
대한장애인볼링협회 홍보이사/충청남도장애인볼링협회 이사/제2대 천안시장애인볼링협회 회장/충청남도시각장애인연합회 이사/삼성화재 선우대리점 대표
수상경력
2010년 월간 한비 문학 작가상/2011년 제6회 전국시각장애인 자작시낭송대회 대상/2011년 제18회 찬불가 가요 가사 공모 대상/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 법무부 범죄예방협의회장 표창패/2008년 제28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볼링부문(TPB3) 은메달/2009년 대한장애인볼링협회 우수상/2012년 대한장애인볼링협회 공로패/2013년 미당 서정주 시회 문학상 수상
<작품 소개>
바람과 언덕
내 마음속 언덕
그 위로 항상 바람은 넘어가고 있었지
살갗을 스치는 미풍과 나무를 흔드는 거센 바람
때로는 태풍을 담은 거센 비바람도 타고 넘기도 했어
언덕에 서서 바람을 맞으며
난 눈물을 말리기도 했고 때론 풍선을 띄우기도 했어
쇳소리처럼 날카로운 바람소리에
때론 비틀거리고 넘어질까 두려워 납작 엎드리기도 했지
언덕 위에 바람은 멈추지 않았어
제발 잠시라도 멈추어 주길 바랐지만
바람은 끊이지 않고 나를 흔들고 나를 시험하고
나의 피부를 건조하게 말리고 있었어
오늘도 바람은 불어오지
내 가슴속 언덕 위에 난 바람막이를 세울 수가 없어
어느 날 바람이 내 숨결임을 알았을 때
난 바람과 하나가 되어 있었어
내 마음속 언덕 위 오늘은 흰 구름이 걸려 있네
비단 길 깔아 놓으시고
하얀 드레스에 면사포 쓰셨는가
토혈土血하여 깔아 놓은
비단 양탄자
사브작 사브작 가시는 길
한걸음 한걸음
꽃 비 내리어 촉촉이 젖어들고
가시는 걸음걸음마다
삶의 기쁨을 노래하듯
가시는 고향길 구중궁궐 용궁 속으로
너울너울 비단치마 훨훨 날아
사랑했노라 흔적만 남기고 가버렸다
화려하지도 않은 네가
장날이면 알록달록한 운동화도 아닌데
무채색 검정 고무신 손에 들고
그리도 좋은지 먼지라도 묻을세라
머리맡에 놓고 잠들곤 하던 네가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리는데
고무줄 놀이 폴짝 폴짝 잘도 뛰어 넘던
새까만 얼굴에 건강해 보이던 네가
어찌하여 하얗게 변해버려
피다 말고 지는 장미꽃 인생이 되었는가
단발머리에 눈만 반짝이던 넌 여장부
장난꾸러기 심술꾸러기였는데
어찌하여 어둠 속 하늘을 헤매는 별이런가
이제 그만 너의 자리 찾아 안주하거라
홍시와 어머니
지난여름 고향집 텃밭 옆 늙은 감나무
졸음에 겨운 듯 힘에 지친 듯
떨어지는 노오란 꽃잎 잠자코 내려다보는 것을
어머니는 장독대를 하염없이 닦으며
또한 말없이 올려다보았었다
마른 억새풀 숨소리 사이로
늙은 감나무 칙칙한 잎새 뚝뚝 떨구어 낼 때
어머니는 감나무 밑에서 억센 둥치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선홍빛 홍시 저 붉은 생명의 알알들이여
거친 손결 마른 핏줄 일구어 어쩜 빨간 홍시 만들었구나
어머니는 감나무 밑에서 대견한 듯 송구스러운 듯
조심조심 그 선홍빛 생명을 바구니에 담았다
고향에서 올라오는 길
어머니는 거친 살결 말라버린 핏줄이 서러운
그 가냘픈 손길로 딸자식 손을 잡아보고 또 잡아보고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떠나올 때
뒷좌석 한쪽 귀퉁이 그 선홍빛 생명들이 대글대글
내 뒤통수를 쳐다보고 있었다
후박나무 잎이 지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커다란 후박나무 잎이 뚝 떨어져 있다
한참을 쳐다보다가 몸을 구부려 잎을 주워드니
무게감이 사라졌다
지난여름 얼마나 화려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나를 압도 했었나
윤기나는 진초록 푸른 잎
누르면 물기 뚝뚝 들을 것 같던 두툼한 두께
내 얼굴을 가리고도 남을 당당한 모습으로
묵직하게 전해지던 그 무게감
그런데 모두 사라졌다.
바삭하게 말라서 구겨지듯 뒤틀려버린 몸체여
융단처럼 빛이 나던 그 정열 소망 기품은 어디로 사라졌나
짓무른 서리를 맞기도 전에 초가을
선선한 삭풍에 몸을 던졌네
몸을 구부려 잎을 줍는다.
무게감이 사라진 잎은 존재감도 사라졌다
내가 그저 오래오래 손에 들고 있을 뿐이다.
있어야 할 자리
있어야 할 자리에 있다는 것은 제자리에 있다는 것이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못하게 되면 눈에 거슬린다
나뭇잎은 나무에 매달려 푸른 빛을 낼 때 당당하고
꽃잎은 꽃대에 매달려 있을 때 아름답다.
길가에 버려진 캔은 이리저리 발길에 채이고
모양을 갖춘 바위는 예술이라 불리지만
잘못 튀어나온 돌부리는 캐어 지게 된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못하면
떠나야 한다. 제자리에 있지 못하면 눈에 거슬리고
불편한 눈치 속에 손길에 채이고 발길에 채이고
있어야 할 곳을 찾아야 한다.
누구나 떠나야 할 자리
내 자리인가 싶으면 어느새 낯설게 퇴색한 초라한 내 모습
떠나야 할 때를 알고 당당히 떠나는 자여
우리가 가는 곳은 영원한 이방인의 나라
얼마나 좋을까
천둥소리에 쏟아지는 굵은 빗줄기
넓은 잎 위로 쏟아지는 빗방울이 질타를
감내하기 어려운 저 파초의 수난
큰 잎을 아래위로 흔들어 아픔을 떨군다.
이유를 알지 못하고 또는 거기 있다는 이유만으로
파초는 비를 맞아야 하고 햇볕을 이겨내야 하고
바람에 잎이 찢겨도 그냥 거기 있어야 한다.
짓무른 서리가 전신을 감싸고
마침내 인내의 한계점에서 온몸이 지쳐 흘러내리는 아픔 속에도
파초는 언제 그랬는지 뿌리에 지독한 인내를 심어두고
그냥 그대로 매서운 바람결에 몸이 찢겨나가도
내년에 불타오를 인내의 향기를 기대할 뿐이다.
<작품 해설>
오인자 詩의 존재론적 리리시즘 정조미情操美
-제2시집 『나무는 달다』 평설評說-
石蘭史 이수화
<시인•문학평론가/한국문협•한국pen 전임부이사장>
<1>오인자 시(아로 善佑 오인자 詩人의 詩)는 아름다운 리리시즘 시(서정적 태도의 시)정조미 情操美를 정상화 한다. 따라서 오인자 시의 서정적 자아는 시적 대상에 대한 자기 동일성 의식이 강하게 표상화되고 있다. 인간 누구나가 지닌 근원 정서인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懼愛惡慾, 즉 기쁨•분노•슬픔•즐거움•사랑•미움•욕망과 같은 일곱가지 정서를 불러 일으키는 자아의식이 오인자 시인에게는 단순한 센티멘트sentimental 정서에 머물지 않고 보다 높은 정신 활동으로서의 미적美的•지적知的•정조情操로 표상성을 얻게 된다. 특히 오인자 시의 애별리고愛別離苦 정서는 시적 대상에 따라 다양한 색조를 띄기는 하지만 만해卍海의 <님의 沈黙>에 서와 같이 높은 불성佛性의 회자정리會者定離 사상思想에 접목되기도 한다. T•S엘리엇트의 이른바 사상思想과 감정感情의 통합된 감수성에 의해 성취되는 아름다운 정조미의 시인 것이다.
오인자 시의 이와같은 정조미는 텍스트마다 그 심도의 차는 있으나 도자기에 글이나 그림을 새기어 넣듯 정조적 기법의 함을 잃지 않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커다란 후박나무 잎이 뚝 떨어져 있다
한참을 쳐다보다가 몸을 구부려 잎을 주워드니
무게감이 사라졌다
지난여름 얼마나 화려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나를 압도 했었나
윤기나는 진초록 푸른 잎
누르면 물기 뚝뚝 들을 것 같던 두툼한 두께
내 얼굴을 가리고도 남을 당당한 모습으로
묵직하게 전해지던 그 무게감
그런데 모두 사라졌다.
바삭하게 말라서 구겨지듯 뒤틀려버린 몸체여
융단처럼 빛이 나던 그 정열 소망 기품은 어디로 사라졌나
짓무른 서리를 맞기도 전에 초가을
선선한 삭풍에 몸을 던졌네
몸을 구부려 잎을 줍는다.
무게감이 사라진 잎은 존재감도 사라졌다
내가 그저 오래오래 손에 들고 있을 뿐이다.
< 후박나무 잎이 지다 전문>
예시例詩는 전체 16행, 4개련으로 첫련과 후말련을 각각 3행씩으로 그 중간 두 개련은 각각 5행씩 분배한 매우 치밀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오인자 시의 구성상의 주밀성은 총체적인 특성을 띄고 있는 바, 텍스트의 표현상에서 오는 산문시적散文詩的 어조語調에 대한 시인의 배려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 결과 시의 리듬감, 정조적 안정성을 획득하는 기법상 완결에 이르는 장점을 보이는 것이다.
예시가 담고 있는 주사主辭는 후박나무이고, 그 후박나무의 무성함이 서리와 삭풍에 시든 존재자의 덧없음에 저기 동일성의 정조감을 지각하고 있는 빈사賓辭 구문으로 짜여있다. 시인의 애이불상哀而不傷(슬픔에 처했으나 너무 슬퍼 마음 상하지 않음.)하는 정조미가 잘 짜여진 서정적 서술시敍述詩(narration poem) 수법으로
아름다운 형상화를 거두고 있다 하겠다. 이 같은 오인자 시의 특장特長이 총체적으로 갈무리되고 있는 이번 제2시집 『나무는 달다』 시편들에 대한 세세한 논급을 다음 장으로 넘어가 본격 검토하고자 한다.
<2>
앞장에서 전술前述한 바와 같이 오인자 시의 리리시즘시(서술시) 정조미는 존재론적 애이불상哀而不傷의 미학을 형상화 한다. 그것도 서정적 자아와 시적 대상과의 자기 동일성에서 오는 비가적悲歌的 정조情操가 서려있어 독자의 감동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하얀 드레스에 면사포 쓰셨는가
토혈土血하여 깔아 놓은
비단 양탄자
사브작 사브작 가시는 길
한걸음 한걸음
꽃 비 내리어 촉촉이 젖어들고
가시는 걸음걸음마다
삶의 기쁨을 노래하듯
가시는 고향길 구중궁궐 용궁 속으로
너울너울 비단치마 훨훨 날아
사랑했노라 흔적만 남기고 가버렸다
<비단 길 깔아 놓으시고 전문>
예시例詩의 시적 대상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석양夕陽 노을일 터이다. ‘노을’이란 떠오르는 태양의 천상天上 지향의 상승이미지에 반反하는 역동逆動의 하향下向 이미지이다. 서정적 자아는 그러나 저 반동反動 이미지로 면사포 쓴 신부의 피어린 비딘 양탄자(첫 련)로 인식한다. 둘째 스탠자의 사브작사브작(경상도 방언) 용궁(후말 스탠자)을 향해 훨훨 날아가는 ‘노을’이라는 신부新婦는 실은 이 만가晩歌의 사랑했노라 흔적만 남기고 가버린 히로인이다. 이 같은 분석은 평설자의 과도한 자의적 해설일지도 모르겠으나 예시의 상징이미지군群이 조성하고 있는 내연內延•intention)의 의미 작용은 독자들 가슴에 아! 만가晩歌로구나 하는 비가적悲歌的 정조미를 이 시는 분명히 내장하고 있음에 틀림없을 터이다. 이와같은 오니자 시의 애별리고愛別離苦 사상思想에 대한 정조적 감수성 미학은 그의 시적 형식인 서술시 논리에 따라 과도한 슬픔의 비극적 아름다움은 그래서 창조된 보기 드문 만가의 배어남일 터이겠다. 그리고 저러한 만가의 정조미와 함께 동류항을 이루는 다음과 같은 새별의 노래를 보면 오인자 시가 품고 있는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경계가 분명함을 시사하고 있다.
장날이면 알록달록한 운동화도 아닌데
무채색 검정 고무신 손에 들고
그리도 좋은지 먼지라도 묻을세라
머리맡에 놓고 잠들곤 하던 네가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리는데
고무줄놀이 폴짝 폴짝 잘도 뛰어 넘던
새까만 얼굴에 건강해 보이던 네가
어찌하여 하얗게 변해버려
피다 말고 지는 장미꽃 인생이 되었는가
단발머리에 눈만 반짝이던 넌 여장부
장난꾸러기 심술꾸러기였는데
어찌하여 어둠 속 하늘을 헤매는 별이런가
이제 그만 너의 자리 찾아 안주하거라
화려하지도 않은 네가 전문
예시의 외연外延과 내연內延은 굳이 갈라볼 것도 없이 표면 진술 그대로가 이 시의 정체성正體性을 드러내고 있다. 곧 서정적 자아의 어린 딸로 보이는 피다말고 진 장미꽃 인생(3련)의 죽음 이야기다. 애별리고 정조미의 전형성을 읽게 된다. 오인자 시의 건강한 정조미가 돋보이는 텍스트인 바, 그는(시인은) 결코 이 같은 소재에서도 그 애별리고의 쓰라림과 동정심에 함몰하는 센티멘탈(感傷主義)에 빠져 허덕이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려 예시들과 같은 정제된 감수성(사상과 감정의 통합)의 정조미를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어린 딸의 죽음을 노래한 시에서 슬픔에 침잠해 삶도 돌아보지 않는 퇴행성보다 죽음의 저 세상을 오히려 신뢰케하는 아름다움의 시가 있다는 독자의 감동 또한 짙으리라. 이와같이 오인자 詩 그 존재론적 애별리고 정조미의 서술시 미학은 또 다른 인륜주의 텍스트를 창조해 놓고 있음을 본다.
<중략...>
|
첫댓글 오시인님 축하드립니다.
왕성한 사회 활동 가운데 어떻게 시간을 쪼개셔서 작품집을 내셨는지 존경스럽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