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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일본 게임 상권 탐방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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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의 따가운 햇살이 쉬엄없이 작렬하는 어느 날, 필자는 갑작스레 일본으로 떠나게 되었다. 혹시 바캉스 갔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계실까봐 하는 말이지만 필자가 갔던 지역은 한국보다 온도가 높고 습도도 높아서 불쾌지수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 곳에서 뭔 놈의 바캉스랴?) 단지 게임샷 독자들을 위한다는 사명감으로 그 무더운 뙤약볕에서 일본의 게임 상권을 생생하게 취재해 왔을 뿐. 그럼 이제부터 처음으로 일본에 가본 풋내기 가이드와 함께 오사카의 덴덴타운과 도쿄의 아키하바라를 탐방해 보도록 하자.
오사카-덴덴타운 일본의 2대 도시라고 하면 역시 도쿄와 오사카를 들 수 있는데 필자가 제일 먼저 도착한 곳이 오사카였기 때문에 덴덴 타운부터 소개하도록 하겠다. 이미 알고 있는 분도 계시겠지만 덴덴타운은 아키하바라에 비해 우리나라 비디오 게임유저들에겐 비교적 생경한 곳이기도 한 만큼 이 기회에 그 분위기를 느껴보시기 바란다.
덴덴타운은 필자의 숙소에서 걸어서 약 5분거리에 위치한 오사카에서 가장 큰 전자상권 지역이다. 첫 느낌은 우리나라 용산과 비슷하며 전체적인 규모는 좀 작은 편이었지만 밀집된 상가가 많았고, 파는 품목도 가전제품에서 게임기, 동인지를 비롯한 애니메이션 상품과 컴퓨터 등 다양한 물품이 준비되어 있었다. 또한 가샤폰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군침을 흘릴만한 가샤폰 박물관이라는 꽤나 큰 상점이 있어, 우리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다양한 가샤폰들이 판매되고 있었으며, 상가 곳곳에서 판매기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일반 게임상점에서 느꼈던 국내 상점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예약판매제도가 활발했다는 것이었다. 특히 예약판매를 통해 게임을 구입할 경우 특전을 주는 제도 때문에 판매량에 있어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또한 중고시장의 규모가 우리나라와는 차원이 달랐다. 중고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상점도 여럿 되었으며, 하나하나마다 포장이 되어있고 상태가 적혀있어 단순히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우리나라의 중고 문화와는 달리 완전한 상품으로 취급되고 있었다는 점이 신선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구하기 힘든 세가새턴게임들이나 SFC 게임도 즐비, 수집욕을 지닌 유저들에겐 그야말로 천국같은 곳이었다.
그 밖에 취미상품인 애니메이션 관련점이나 DVD와 음반 등을 판매하는 상점도 있어 게임과 에니메이션의 뗄려야 뗄 수 없는 상호관계를 여실히 느껴볼 수 있었고, 18금 물품이 그득한 상점도 꽤 됐지만 아쉽게(?)도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여담이지만 거리에서 여러 종류의 CD를 가판에 전시해 놓고 파는 모습이나, 당당하게 내놓고 파는 에로영상물들이 또다른 볼거리(?)였으며, 토요일과 휴일에는 꽤나 사람이 붐비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도쿄-아키하바라 오사카에서 여러 관광지도 둘러보고 야구장도 가보고 하면서 나름대로 바쁜 나날을 보내던 필자가 드디어 일본 제1의 도시, 수도 도쿄로 이동했다. 말로만 듣던 신칸센으로(우리나라 떼제베인가는 언제 개통되는지...) 시원스럽게 도착한 도쿄는 일본의 수도답게 오사카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며 빽빽한 건물과 바쁜 사람들로 뭔가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복잡한 도쿄 지하철 중 야마노테선을 타고 아키하바라에 도착한 시간이 10시였는데, 가장 눈에 띈 곳은 ‘클럽 세가’ 라고 써있는 게임센터였다. 상가도 아직 닫혀있고 해서 일단 들어가보았는데 세가게임만 있을 줄 알았던 필자의 예상과는 달리 남코의 '타이코의 달인’ 이라던가 그 외 여러가지 아케이드 게임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비싼 가격(100엔이면 우리나라 돈으로 1000원이다 ;;) 때문에 지켜만 봐야했다.
슬슬 시간도 지났갔겠다, 먼저 열린 상점부터 둘러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들어가 본 곳은 역시 일본에 상품대행을 할 때 자주 입방아에 오르내리던 중고전문점 트레이더. 역시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어울리게 다양한 한정판과 중고품을 구비하고 있었고, 필자가 전부터 구매하고 싶었던 물품들도 꽤 있었지만 돈이 없는 관계로 그림의 떡.
필자의 경우 중고물품에 관심이 있는지라 여러 상점을 둘러보았는데 정크 아이템이라고 하여 진짜 싸게 파는(세가새턴용 야구팀을 만들자가 48엔...) 물품들도 있었고, 게임기나 주변기기를 파는 곳도 많았으며 한국에서 보기 힘든 아이템들도 가득했다.
한편 아시는 분은 다들 아실 게이머즈라는 샵도 있는데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번 들어갔다 몇시간동안 못 나올 만한 곳이지만 중고 PS2 게임을 찾던 필자로선 한번 둘러보고 나올 수 밖에.
그리고 이 날이 일본에 온지 6일쯤 되었는데, 그 다음날이 위닝 일레븐 7이 나오는 날이라 그런지 각 상점마다 직접 플레이 할 수 있는 데모와 함께 여러가지 판촉물을 붙여 놓아 위닝 일레븐을 좋아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무척 즐거웠다. 한번 플레이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일본인들이 연이어 줄을 서는 통에 기회를 못 잡았다는...
아키하바라는 왠만한 게임유저라면 한번쯤 들어보았을 일본게임산업의 메카(라고 하면 조금 과장인 것도 같지만) 중 하나로 요도바시나 빅카메라 등과 함께 큰 상권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게임 뿐만 아니라 덴덴타운보다 더욱 다양한 종류의 책자와 트레이딩 카드, 팬시상품을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아 돈이 왠수다~
그 밖에도 아키하바라 근처에서 재미있는 광고간판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모두의 골프 온라인 광고나 일본내에서 죽쑤고 있는 XBOX 선전 등이 있었고, 마지막으로 애니메이트를 돌아 도쿄돔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또 다시 가보고 싶은 아키하바라를 뒤로 했다.
게임과 캐릭터 산업의 천국 일본 이번에 일본 방문을 통해 필자는 일본이 왜 게임강국이 되었으며 캐릭터 시장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충분히 느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전세계적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층에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일본문화의 상업적 측면을 엿볼수 있었고, 그들이 ‘원소스 멀티유즈’를 창출해내는 다각적인 구도도 살펴볼 수 있었다. 21세기는 다양한 정보매체를 통해 전파되는 문화, 즉 컨텐츠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질 것이다. 이번에 필자가 일본의 대표적인 상권을 둘러보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우리도 단지 일본에서 전달되는 것에만 열광하지 말고 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해로운 건 버려가며 우리만의 문화를 팔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었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의 용산이나 국제전자센터 탐방기와 같은 기행문을 올라는 날이 왔으면 하는 바람. 이를 위해선 시시각각 변하는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크리에이터들을 풍부하게 갖춰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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