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신 성대 논설위원이 10.1일 올린 컬럼입니다."아차! 이런 면을 잊고 있었구나!"라는 깨달음을 일깨워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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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가 30만 명의 병사를 충원하기 위해 예비군 부분 동원령을 선포하자 열흘도 되기 전에 이미 그만큼의 남성들이 해외로 빠져나갔다고 한다. 국경검문소에 늘어선 탈출행렬을 보면서 만약 한반도에서 전쟁이 재발한다면 남북한에서는 어떤 광경이 벌어질까를 상상해본다.
그나저나 끊임없이 밀려오는 아프리카 난민에 이어 우크라이나 피난민, 그리고 이번에는 러시아 피난민(?)까지 떠안아야 하는 유럽 국가들도 참 난감하겠다. 이번에 도망 나온 러시아 청년들이 전쟁이 끝난 후에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병역기피 의혹으로 한국 입국을 거부당한 가수 유승준이 생각난다.
지난달 국회 국방위가 내년 초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 BTS의 병역면제 여부 여론조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BTS 같은 대중문화예술인의 대체복무에 찬성한다는 답변이 60.9%였다고 한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여야가 앞다퉈 개정안을 내놓았다.
현행 병역법 시행령에는 스포츠와 순수예술 분야에서 장관이 추천한 사람은 대체복무를 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여기에 대중문화예술인을 추가하자는 법안, 또 대중문화예술인의 입대 연기 기한을 현행 30세에서 33세로 늦추는 법안, 그리고 문화훈장 수여자를 포함시키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모두 BTS를 염두에 둔 법안들이다.
9월 20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병역의무 이행의 공정성 측면에서 대체복무 제도를 확대하는 건 어렵다”고 답변하였으며, 이기식 병무청장도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병역 특례인 보충역을 축소해 나가는 상황에서 자꾸 다른 것을 추가해 확대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병역법 개정안을 내놓은 국회의원들은 그들로 하여금 군 복무 대신 가수 활동을 계속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아무렴, 좋은 게 좋지! 하지만 대한민국이 이제 더 이상 배고픈 나라가 아니다. 국위 선양에 목을 매던 시절도 다 지나갔다. 국가가 그들에게 국위 선양하라고 등 떠민 적도 없다. 다 자기 좋아서 한 일이고, 각자가 알아서 할 일이다.
그런데 BTS 당사자들은 정작 병역 특례를 해달라고 한 적이 없다. 오히려 수차례 군 복무 의지를 밝혀왔었다. 군 복무기간도 예전에 3년이든 것이 지금은 18개월까지 줄었다. 순차적으로 입대를 하면 BTS를 해체하지 않을 수도 있다. 맴버 각자들도 그동안 이룰 만큼 이뤘고 벌 만큼 벌었다.
인기는 한순간이다. 그들의 인생은 아직 한참 남았다. 군복무 마치고 그동안 못 다한 공부를 하고 돌아오면 분명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다. 원한다면 국회의원도 될 수 있고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처럼 대통령도 될 수 있다. 눈앞의 이익만 쫓다보면 그게 안 보인다.
정치인들이 왜 나서서 젊은이들이 영광스러운 길을 가는 걸 방해하나? 왜 차세대 리더가 될 수도 있는 청년들에게 ‘병역 미필’의 낙인을 찍어주려고 기를 쓴단 말인가? 국익이냐 공정이냐를 놓고 벌이는 논쟁 같지만 기실은 BTS 인기에 기대어 한 건(件) 하려는 얌체 근성이 아닌가? 법이 너절하면 국격도 너절해진다. ‘엄정(嚴)’은 병가오덕(兵家五德) 중의 하나이다. 그 어떤 국익도 공정의 ‘가치’를 대체할 수는 없다. 가치란 그런 것이다.
출처 : 최보식 의 언론(https://www.bos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