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녀석들과 함께 식사를 같이 하는 것은 태균이와 준이에게 너무 가혹한 일인듯 해서 영흥도에서도 그랬지만 제주도와서도 자리를 분리해서 주고 있습니다. 처음 리틀준이를 맡게되었을 때 식사 중 자리이탈이 심해 이것 잡느라고 좀 애를 썼는데 생각보다 빨리 잡히긴 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 겸상을 할 수 없는 이유는 녀석들마다 각기 다른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리틀준이는 초기 맡았을 때 너무 이해가 안되었던 행동들, 밥을 엄청 잘 먹고 많이 먹으면서도 식사 시작과 중도에 뜬금없는 분노표출, 몸에 힘을 주면서 이를 박박 갈고 때로 자기목이나 제 목을 조르려는 행동들이 지금도 여전합니다.
식사시간을 너무 좋아하고 신나서 먹는 태균이와 준이가 이 행동을 좀 힘들어합니다. 이 행동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아마도 학교에 입학하면서 만족스럽지 않은 급식때문에 생겼을 수도 있고, 이렇게 식사를 잘 하기까지 먹기 싫은 것까지도 먹어야했던 시절에 표출했던 행동일 수도 있습니다. 시작이 어떤 계기가 되었던 결과는 결코 반갑지 않은 행동임은 틀림없죠.
밥달라고 떼쓰고 화내기, 식사시간 곳곳에 표출되는 분노행동, 오늘 아침에도 예외는 아닙니다. 밥먹는 중간중간 큰 짜증소리가 나면 기죽은 하녀처럼 얼른 달려가서 뭐가 부족한지 살펴보고 채워줍니다. 가능하면 물은 자기컵 들고와서 달라고 하도록 시키는데 급하면 다른 아이 물도 서슴치 않고 다 마셔대니 물도 항상 살펴봅니다.
좀 전에도 벌써 김치찌개가 두번째, 밥도 두번째준 상태인데 화를 내면서 먹다가 숟가락 위에 얹은 두부구이가 날아가는 장면이 찍혔네요. 이렇게 잘 먹기 때문에 생긴 버릇일까, 숟가락질이 마음대로 되지않던 시절 급한 마음과 달리 음식을 빨리 먹을 수 없으니 생긴 문제일까? 원인이 무엇이든간에 빨리 소거되어야 할텐데 저도 지쳐가고 있으니 성품은 결국 인간관계 유지에 결정적임을 느끼게 됩니다. 이게 분명 리틀준이의 성품은 아닐지라도 행동으로 따져본 성품의 본질은 충분히 그리 여길만 합니다.
출생 2개월 전의 신생아 미소는 '원시미소'라고 해서 의미없이 짓는 것이지만 일종의 생존기술이라고 많은 학자들이 주장합니다. 보호자의 양육없이는 생존이 어려운 시절 아가들은 자기가 필요한 것들을 요구하는 수단은 거의 다 울음형태입니다. 아무리 모(부)성애가 잘 장착된 부모라 할지라도 울어제끼기만 하면 피곤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때 아가가 날려주는 천사의 미소들은 이런 피곤함을 싹 날려줍니다.
그리고 놀랍지만 원시미소는 딱 2개월 뿐이고 그 다음부터는 주변에 반응하는 '진짜미소'라고 하니 아가들의 사회성이 얼마나 일찍 시작되는지 놀라울 뿐입니다. 미국의 유명한 'Still Face 무표정한얼굴' 실험을 보면 아가들은 6개월만 되어도 표정없는 무뚝뚝한 얼굴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힘들어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https://youtu.be/IeHcsFqK7So
리틀준이가 가장 행복해하는 때는 배가 채워졌을 때, 짜증 한번 없이 침팬치처럼 자기 가슴이나 배를 때려대면서 즐겁게 웃어댑니다. 사람을 귀찮게 하지도 않고 짜증도 안 냅니다. 그럼에도 식사 전에, 식사 중에 보이는 이 분노는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 같아 걱정입니다. 가까운 가족이면 아이의 분노에 맞춰 뭐가 부족하지 않은지 헤아리는 신호가 되서 더 안좋게 강화될 가능성이 있고, 단순한 교육자나 양육자라면 결국 리틀준이에게 화가 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양자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는 저는 그래서 리틀준이가 천방지축 완이보다 더 어렵다고 보고 있습니다. 에너지를 사방에 풀어대는 완이는 촉각자극 욕구가 분명 넘치긴 하지만 고추비비기 행위에 몰두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상습화된 리틀준이의 고추비비기를 목격해야 하는 생활은 제게는 너무 큰 고통입니다. 밥먹을 때 분노, 공개적이고 돌발적인 자위행위 이 두 가지만 제가 만나지 않아도 리틀준이에 대한 사랑이 지금보다는 몇 배나 커질 것 같습니다.
신생아 때부터 뭔가 특별하고 치료해야 할 중병이 있다고 판단되는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특별대우를 받게 됩니다. 실제로 우리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님 중에서는 아이의 특별함을 불쌍히 여기고 뭐든 봐주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비단 발달장애 뿐 아니라 선천적 신체질병을 가진 아이들의 경우 오랜 특별대우로 인해 행동이 나빠지고 대인관계가 미숙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태어나면서 실행증 비중이 큰 아이들은 모든 성장단계가 늦어지게 됩니다. 걸음도 늦고, 신체가동도 늦고, 침도 유난히 많이 흘리면서 멈추질 않고, 때로 경기도 하고... 이런 특별한 상황 속에서 아이를 향한 불쌍한 마음을 가지고 아이 위주의 대우를 상습화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게 때로 독이 되어 아이의 성장을 막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세상을 모를 때는 자기욕구를 채우기 위해서는 우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걸 알기에 신생아들은 원시미소를 타고나게 되는 것입니다. 미소가 빠진 울음은 사람 맥빠지게 하는데 일등공신입니다. 애교와 살가운 미소가 일품인 완이가 보살핌의 강도가 더 높은 것은 그런 원초적 인간관계 원리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원시미소'를 '사회적 미소'라고 일컫는 이유는 충분히 타당할 것입니다. 의미가 없을지라도 화내는 것보다는 백 번, 천 번 낫기 때문입니다.
첫댓글 아, 리틀 준이가 참 안타깝습니다. 좋은 방책이 나타났음 비는 마음입니다. 대표님, 평정심 유지 하시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