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을 태운 승용차는 드디어 경기도 포천의 아름답고 인상적인 "백운 계곡" 을 뒤로하고
동으로 동으로 감자바위들이 살고 계시는 강원도 산길을 따라 여행을 계속했다.
그 옛날 20대때에는 나라 자체도 못살았고 젊은 청춘을 강원도 오지에서 힘든 군생활하느라
"이놈의 강원도 땅 다시는 오나봐라! 강원도 화천 대성산쪽보고는 오줌도 안 눌거다!"
요렇게 맹세하고 잇빨을 "부득부득" 갈았었건만, 그로부터 삼십삼사년이란 강산이 서너번 바뀐
지금엔 나이 오십줄에 들어서서 처가댁 식구들과 이렇게 그 한많던 강원도 땅을 다시 밟고 있다니
덧없이 흘러가는 세월속에 그야말로 "격세지감" 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 옛날엔 이 강원도땅을 갈려면 서울 마장동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꼬불꼬불" 비포장 도로를
뿌옇게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덜덜"거리며 버스가 달렸었는데..........! 이제는 도로도 깨끗이
아스팔트길로 포장된 것이 그동안 세월만 흐른 것이 아니라, 우리의 조국도 너무도 몰라보게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었다. 이제는 강원도가 그 옛날 강원도가 더 이상 아닌 많은 도회지 사람들이
우리들처럼 여름 바캉스 시즌을 펜션을 예약해 놓고 도시 생활에서 찌들은 마음의 스트레스를
풀고자 여행들을 떠나고 있으니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젠 생활수준이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등급이 올라갔구나....!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갔다. 차창밖으로 펼쳐지고 있는 울창한 삼림들을
물끄러미 한동안을 말없이 지켜보던 나는 내 고향 경상도 상주땅은 지금쯤 어떻게 변했을까.....?
나를 알고 있는 많은 어르신네분들이 벌써 운명을 달리 하셨든지.....? 아니면 너무 늙으시어
나를 그 옛날 "누구네집 누구 아들이구나.....!" 하고 혹시 나를 정신이 혼미하지 않고 제대로 알아들
볼 수는 있는 것일까.....? 라는 착잡한 심경속에 사로잡혀 고향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어느덧
우리들을 태운 승용차는 "화천" 이라고 씌어진 이정표가 내 눈앞으로 너무도 선명하게 들어왔다.
이젠부턴 인생의 모든 무거운 짐들을 다 내려 놓고서 산림속에서 연신 뿜어 제치는 이 시원한
대자연속의 산소들을 가슴속이 "뻥" 뚫릴 정도로 실컷 마시는 거다. 바야흐로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여
건강을 위하여 이 시원한 삼림속에서 뿜어대는 불로 정기를 실컷 마시고 인생 즐겁게 살아 삼천년을
살았던 "동박삭이" 처럼 일단은 오래 살아야겠다는 강렬한 생의 욕구가 나도 모르게 분출되고 있었다!
어느사이 승용차는 목적지에 도착하고 있었다. 하늘이 겨우 보일락 말락 빽빽이 들어선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계곡따라 흐르는 개천물이 눈앞에 들어 오더니 차가 어느 팬션앞에서 멈춰 섰다.
고리타분한 영감냄새가 술술나던 금실 미류나무가 오늘 이 순간만큼은 꿈많던 그때 그 시절 십대 소년으로
나도 모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더도 말고 덜고 말고 오늘만 같아라! 야속한 세월아! 오늘 만큼은 여기서
시간을 제발 정지해다오! 죽어가는 놈 소원도 들어 준다는데.......! 세월아.....! 너는 어이해서 사람들을
아랑곳 않고 네혼자서만 저만치 앞서서 달려 가는냐? 이윽고 우리들은 목적지에 무사히 안전하게 도착을
한것이다. 둘째 동서 내외분과 처남은 차에서 내리더니 곧 바로 2박3일 일정으로 예약해 놓은 펜션 열쇠를
받기위해 주인장 나리를 찾았다. 주인장은 다행히 그 펜션에서 얼마 안떨어진 곳에 살고 있어서 우리 일행은 척척
모든 여행 일정을 순조롭게 진행시킬 수 있었다. 주인장으로부터 열쇠를 받은 우리 일행들은 차 트렁크에서 모든
여행짐을 내려 펜션으로 옮겨 놓았다. 그리고는 곧장 계곡의 민물고기를 잡기 위해 여러가지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먼저 떡밥을 일일히 수작업으로 주먹밥처럼 뭉쳐 포망으로 둘러 싼뒤 어망속에 집어 넣었다. 그런 어망을 열 대섯개
만들어 처남이 직접 장화를 신고서 밤사이 민물고기들이 잡힐만한 바위틈새나 물풀들이 많이 자라고 있는 으슥한 곳만을
찾아 다니면서 어망들을 던져 놓았다. 어느덧 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고 서산으로 넘어 가고 있는 석양이 길게
주황색으로 맑게 흐르는 계곡물위를 드리우며 저녁 노을로 수놓고 있었다. 유리알처럼 너무도 투명하게 흘러 가는 물속을
이름도 알 수 없는 각종 물고기들이 지느러미를 치면서 거꾸러 계곡을 거슬러 올라 가고 있었다. 이런 공기 좋고 공해가 없는 곳
에서.......무엇보다 서로들 속고 속이고 물고 물어 뜯는 그런 인간들의 공해가 없는 곳에서 한달만 살아도 먹는 것이 바로
살로 갈 것만 같았다. 어망을 물고기들이 잡힐 만한 곳들에 다 던져 놓은 처남이 물가로 올라오자 우리들은 다시 숙소인 펜션으로
갔다. 펜션에 남아 있던 둘째 처형댁이 그 사이 집에서 가지고 온 멧돼지 고기로 멧돼지 찌개를 끓여 놓고 우리 남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멧돼지 고기 찌개에 소주잔을 기울이니 그 술맛이야.......기가 막혔다.......! 고산 윤선도 선생이 남해안 보길도로
귀양가서 어부사시사를 지으면서 마시던 그 술맛과 금실 미류나무가 강원도 화천 어느 계곡에서 서쪽으로 떨어지는 저녁 노을을
술잔에 담아 고향 생각하면서 마시는 술맛과는 어느쪽이 더 술맛이 나겠는가.....? 그런 생각속에 술좌석의 분위기는 점점 무러
익어 가고 있었다. 조금 있으려니 열 두세명쯤으로 보이는 중년 남자들의 무리들이 나타나 우리들앞을 가로 지르며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부산을 떨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민물고기들을 낚기 위해서 어망을 군데 군데 던져 놓았는데 그네들은 아예 작은 계곡의 개천을 이쪽끝에서 저쪽끝까지 가로질러 그물을 쳐 놓았다. 내가 궁금해서 "당신들은 어디에서 왔으며 그리고 뭐하는 사람들이냐?고 궁금해서 물어 보았다. 일행중의 한명이 자기들은 서울에서 왔으며 직업이 중고등학교 교사들이라고 설명을 했다. 여름 방학 시즌을 맞아 같은 선생들끼리 교사 수련회를 온 것이다. 우리 일행은 아래쪽의 펜션에 예약했고 그네들은 윗쪽 펜션에 숙소를 정했다.
너무도 오랜만에 강원도를 다시 찾은 나는 그 옛날 20대 초반에 강원도 화천에서의 군복무와 지금의 처가댁 식구들과의 여름 피서철을 맞아 중년이 다 되어서 다시 찾은 화천땅에서의 나를 번갈아 생각하며 오만가지 만감에 사로 잡혔다. 어쩌면 지금의 화천땅에서의 이 순간이 내 생애에는 다시는 찾아오지 못하리라는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지금의 이 황홀한 순간을 영원히 붙잡아 두고 싶었다. 하지만 강원도 화천 땅에서의 밤은 그렇게 깊어만 갔고 우리들은 숲속에서 들려오는 이름도 알 수 없는 각종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강원도 화천의 어느 계곡에 위치한 펜션에서 깊은 꿈나라로 여행하고 있었다. 다음날 눈을 뜬뒤 우리들은 아침에 전날 밤에 설치해 놓은 어망을 거두고 보니 제법 많은 물고기들이 떡밥을 먹을려고 어망속에 들어와 있었다. 우리들은 어망이라 그렇게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없었는데 위쪽 펜션에 기거허던 서울서 온 선생 나리들은 계곡을 가로질러 쳐 놓은 그물 덕분에 한 바게쓰가 될
정도로 많은 물고기들이 그물망에 걸려 살은채로 "퍼더덕" 거리고 있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인데 원래는 계곡을 통째로 가로질러 그물을 쳐서 물고기를 잡는 행위는 불법이고 단속요원한테 걸리면 엄청난 큰 벌금을 문다고 했다. 다행히도 이 팀들은 운이 좋아 그날은 단속요원이 나오지를 않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사들 스스로가 불법을 자행했으니 어딘가 씁쓸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어쨌든 시간은 흘러갔고 2박3일간의 강원도 화천땅에서의 2009년 7월의 계곡 피서는 내 인생에 있어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영원한 추억으로 금실 미류나무에게 남아 있을 것이다.
첫댓글 세상 사는거.. 마음 먹기.나름 입니다 .
자신이 늙었다고 생각하면 .움추려 들고.
아직도 젊었다고 생각하면 .하루.하루 생활이
변할 겁니다 .
늘 고운날 되세요~~
언제나 사랑과 관심으로 지켜봐 주시는 보리사님께 멀리서 금실 미류나무가 고마움을 표합니다. 늘 평강과 행복이 함께 하시기를 멀리서 빕니다.
다음편이 또, 기대 됩니다....
우리 방장님 늘 잘 계시기를 고향떠나 멀리 타향에서 향수에 젖어 있는 금실 미류나무가 항상 기도드리고 있답니다.
글로만 읽어도 너무 즐거운 휴가였던것 같습니다...
생각소리님 비록 얼굴은 서로 모르지만 이렇게 인터넷 사이버 공간속에서라도 만나 서로 대화할 수 있다니 기쁜 마음을 금할길 없답니다. 늘 행복하시기를 금실 미류나무가 멀리서 기원드립니다.
좋은 추억 잘 간직하세요...읽고있으니 내가 여행하고 있는 기분입니다..맷두ㅐ지고기에 소주한잔 크~~윽
통통이님 언제 우리 한번 만나 깊어가는 가을밤에 으스러히 비추어 오는 달빛속에
쓸쓸히 울어대는 귀뚜라미 소리를 들어가며 고량주 한잔 크~~윽 꺾어야 되지 않을까요? 제가 먹어본 술중에서 최고로 좋은 술이 중국산 고량주랍니다.
화천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고 가셨네요 마음에 행복으로 간직하시길....
유진님 이렇게 일부러 먼길 마다 않고 직접 찾아 주시어 먼저 고마운 마음을 전하여 드리고 싶습니다. 언제나 옥체 건안하시고 행복하시기를 빌겠읍니다.
청정지역 화천에서의 여름피서 잊지못할 추억의 한페이지로 장식하셨네요...
긴 장문의글 잘 읽고갑니다~~~
아라님 반갑습니다. 참으로 먼길을 달려 오셨읍니다. 제가 먼저 찾아 뵙는 것이 도리인 줄 알면서도 그러지 못했던 이 부족한 사람을 너그러우신 마음으로 용서하세요? 이제서야 이렇게 서로 만나 인사를 나눈다는 것이 많이 서먹서먹하고 어딘가 어색한 기분이지만 지난날은 우리 서로 잊기로 해요. 이제라도 이렇게 서로 만나 인사를 나눌수 있게 도와 주신 신께 감사하고 싶어요......! 앞으로는 더욱 더 좋은 인연으로 맺어 질 수 있기를 멀리 타향에서 금실 미류나무가 기원드리겠읍니다.
화천이 좋긴좋은 곳인가봅니다 저도 화천을 갈일이 있는데도 워낙 길이 멀어서 이년을 벼르고 있어도 아직도 못가고 있답니다,,
안녕하세요? 혜은모님 이렇게 방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무슨 연유로 화천땅을 가셔야 되는지는 모르겠으나
꼭 가셔야 될 일이라면 가세요~~!
시간은 언제나 말없이 흘러만 가고
우리네 인간들을 기다려주지를 않는 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