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제23회 제헌절 기념일에 즈음하여, 나는 온 국민과 더불어 이날을 충심으로 경축하는 바입니다.
23년 전 이날, 우리는 민족의 염원인 자주와 자립, 자유와 민주, 그리고 정의와 평화의 이상을 담은 성문 헌법을 제정하여 대한민국의 탄생을 중외에 선포하고, 조국의 민주 발전과 번영을 위한 우리들의 결의를 다짐했던 것입니다.
그동안, 우리 헌법은 비록 몇 차례의 개정을 보았습니다만, 제헌 당시의 기본 원리는 더욱 뚜렷이 살아 있고, 정치적 안정 속에 개발 계획을 강력히 밀고 나갈 수 있는 제도적 보장을 비롯하여, 건전한 헌정 운영을 뒷받침할 정당정치의 이상은 점차 그 뿌리를 깊이 내리려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 헌법은 그 이상과 목표, 그리고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제도와 방안에 있어서는 세계 어느 나라 헌법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는 민주헌법이라고 자부해도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한가지 명심해야 할 일은, 헌법의 내용이나 체계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이를 운영하고 그 속에서 생활하는 우리 국민들의 정신적 자세라는 사실입니다.
지난날 우리 헌법은 그 실제 운영면에서 혼돈의 기록을 남겼습니다.
그 원인이 무엇이겠습니까?
우리 헌법의 내용에 부족한 점이 있었기 때문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그 근본 원인은 한마디로 헌법의 이상과 정신을 우리들의 생활 속에서 착실하게 실천해 나가는 우리들의 성의와 태도가 미흡했기 때문인 것입니다.
우리는 자주와 자립, 자유와 민주, 평화와 번영이라는 우리 헌법의 이념을 생활화하기 위하여 우리 모두가 투철한 준법정신을 발휘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법을 준수하고 질서를 존중하는 사람만이 민주주의를 논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믿으며, 모든 국민들은 각기 자기들의 생활 영역에서 준법정신을 함양함으로써 민주정치를 생활화해 나가도록 이번 기회를 빌어 다시금 촉구하는 바입니다.
특히 정치인들은 민주 이념과 정치 도의에 부응하는 건설적인 자세로 타협과 협조의 바탕 위에서 헌정 질서를 유지 발전시키며, 정치 풍토의 정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 곧 호헌의 길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아량과 현명으로 생산적인 의회제도의 운영을 통해 민족의 시련을 극복해 나가는 데 앞장서 줄 것을 당부합니다.
우리 국민이나 정치인들이 이러한 정신과 자세로 전진해 나간다면, 우리의 헌정은 보다 질서 있고 능률적인 것이 될 것이며, 우리 헌법의 이상과 목표는 우리의 생활 속에 더욱더 착실하게 구현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오늘 다시 제헌절을 맞아 우리 헌법의 이상과 목표를 되새기고, 그 실현을 위해서 우리의 당면 과제인 자립경제와 자주국방 건설에 더욱더 매진해 나갈 것을 국민 여러분과 함께 다시 한번 다짐하는 바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