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안한 풍경 - 2010년 서대신동
정근업의 '불안한 풍경'은 4년 동안 부산 서대신동 3구역 등
재개발 현장을 발로 뛴 결과다.
처음 재개발 사진을 담을 무렵, 그때 서울에서 용산 사태가
터졌다.
작가가 서대신동을 찾아 대면하기로 한 것은 그 '용산'을 맞닥뜨리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애초 찾으려던 '용산'은 찾지 못하고, 대신 '불안'을
찾아들고 나왔다.
'기록'에서 '기억'으로 돌아선 것이다.
작가에게 불안의 근원은 언젠가 귀환해야 할 기억의 터를
잃어버림이다.
사진이 예술의 영역에 있다지만, 그것이 여전히 창조는 아니다.
사진은 그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여전히 그 본질은
카메라라는 기계를 통해 재현하는 과학적 복제 행위이다.
그러다 보니 작가는 원칙적으로 그 행위에 직접 개입할 수가 없다.
그 재현은 또한 단절적이기까지 하다.
그래서 그 어떤 것보다도 해석의 여지가 많은 장르다.
그렇다면 작가는 어떻게 '불안'을 재현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이 이 사진들로부터 '불안'을 읽지 못한다면?
작가는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한 예술적 성격을 최대한
죽이고자 했다.
작가가 멀리 떨어져 피사체를 대면하는 태도는 자신이 갖는 불안의 관점을 독자에게 최대한 전하려는 방식이다.
해석의 여지를 차단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독자가 그렇게 읽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가치 있는 사진 읽기가 될 터이다.
작가 정근업은 사진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강제하지 않는다. 쫓겨난 사람의 슬픈 삶에 목 놓아 울지도, 거짓 꿈을 만들어 파는 자본가를 애써 증오하지도 않는다.
집이 더는 사람이 사는 터가 아닌 사고파는 재화가 되어 버린, 그래서 기억의 터를 상실해 인간이 돌아갈 곳을 잃어버린
이 기가 막힌 현실을 '불안'으로 담담하게 전할 뿐이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사진 고유의 단절을 극복하고 최대한
맥락을 살리려 한다.
본디 사진이란 한 장씩 끊어져 찍히고, 눈앞에 보이는 그 넓은 무경계의 현실을 카메라의 작은 프레임 안으로 잘라 일부만 재현한 선택과 배제의 이미지가 아니던가.
그래서 맥락이 생략되어 버린 잘 찍은 사진 한 장이 무수한
감성을 자아낼 수 있어서 좋을 수도 있지만, 사실을 왜곡하기에 안성맞춤이라 위험하기도 하다.
작가의 '불안한 풍경'이 내러티브에 충실하며 연속적이고자 하는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잘 찍은 사진 한 장도 배제해야 하고, 단절적 사진의 본성도 배제해야 하는 그러면서도 자신만이 갖는 감성을 강제하고
싶지도 않은 그런 서로 융화될 수 없는 삼각 피라미드 한가운데 작가가 서 있다.
정근업
◇약력=1966년 강원도 삼척시 도계 출생. ㈜에코 솔루텍 대표. 단체전 '시종의 경계' 전(2010년, 해운대문화회관 전시실), '갤러리를 뛰쳐나온 사진들' 전(2008년, 스타벅스 해운대점) 등.
이광수 사진비평가
◇약력=부산외국어대 교수(역사학 전공). 아시아평화인권연대 공동대표. 고은사진아카데미 강사. 월간 '사진예술'에 '작품과 함께 읽는 사진 인문학'으로 연재(2011년 3월~2012년 2월). 같은 잡지에 '사진 속 생각 읽기'로 2012년 3월부터 연재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