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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나무의 연구가 잘 되어 있는 글을 만났기에 재바르게 퍼다가
사진을 보태어 재정리 해 보았습니다.
<<<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
[ 내 벗이 몇인고 하니 수석(水石)과 송죽(松竹)이라
동산에 달 오르니 그 더욱 반갑고야
두어라 이 다섯밖에 또 더하여 무엇하리...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뉘 시키며 속은 어찌 비었는가
저렇고 사시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
고산 윤선도의 오우가(五友歌) 중 대나무를 노래한 부분입니다.
[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
정말 우리가 대나무라고 부르는 것은 나무일까요, 풀일까요?
나무와 풀을 가름하는 기준은 몇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나무는 지상부(地上部)가 한 해 이상 죽지 않고 월동하며 나이를 먹으면서
줄기가 굵어지고, 나이테가 만들어지고, 매년 잔가지가 자라나오며, 키도 역시 큽니다.
그러나 어디에나 색깔 불분명한 회색분자들이 있는 것처럼 모든 나무와 풀이 그 기준에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니어서 학자마다 학설이 분분하게 만드는 골칫거리들이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골칫거리 중 하나가 대나무이지요.
대나무는 일반적으로 외떡잎식물 벼과의 상록성 나무로 정의하지만, 원래
외떡잎식물 중에는 나무가 없다는 것이 정설이기 때문에 바로 이 부분에 대나무의 딜레마가
있는 것입니다. 사실 속이 비고, 따라서 나이테도 없으며, 나이 먹어도 굵어지지 않으니
딱이 나무라 정의하기에도 애매모호한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게다가 뿌리 구조도 옆으로 뻗는
땅속줄기(지하경)로 연결되어, 따로 서있는 대나무들도 사실은 땅 밑에서 손에 손을 잡고
있는 형국이므로, 나무의 반열에서 열외로 빼야 하지 않느냐는 논쟁거리를 제공하지요.
죽(竹)자는 대나무의 줄기와 잎이 아래로 드러워진 모양을 본떴다고 하지만,
풀 초(艸)를 거꾸로 쓴 글자란 말도 있습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겨울에도 사는 풀"이라 하여
대나무라 부르지 않고 "대"라고만 칭하였으며, 목재라 하지 않고 따로 "죽재(竹材)"라 칭했습니다.
지금도 "줄기가 나무화 된 풀"이라는 주장이 없지 않으며 그 독특함을 인정해
벼과에서 뚝 떼어 "대나무과"로 구분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결론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고산(孤山)처럼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라고 대답할밖에요.
그러나 인간들이 자신을 놓고 이러쿵저러쿵 말이 아무리 많아도 정작 대나무는 아랑곳하지 않고,
진달래가 지고 철쭉이 필 무렵 봄비 촉촉히 스민 대밭에 마치 황소뿔처럼 생긴 튼실한 죽순을
불쑥불쑥 밀어 올리는 모습이 정말 믿음직스럽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대나무는 크게 세 부류로 나누는데, 큰 키와 굵은 몸통을 자랑하며
울창한 죽림을 이루는 왕대류, 흔히 시누대라 불리며 키 5m 안팎으로 날씬한 몸매의 이대류,
그리고 작은 키로 덤불을 이루며 자라는 조릿대류가 있습니다.
오늘 나무이야기는... [ 대나무 ] 하면 우리들이 자연스레 연상하는
시원하고 미끈한 [ 왕대류 ] 를 주인공으로 삼겠습니다.
왕대 무리인 왕대(참대)를 비롯, 솜대(분죽), 죽순대(맹종죽) 등은 죽순을 덮고 있던 잎껍질이
오래도록 남아 있는 조릿대류와 달리 곧바로 떨어진답니다.
왕대는 굵고 질기며 색깔이 고와 죽세공품을 만드는 데 이용하고, 솜대는 마디가 짧고 곧아서
낚싯대로 그만이며, 죽순대는 우리에게 굵고 탐스러운 죽순을 아낌없이 내주지요.
대나무의 성장이 빠르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죽순이 어머니의 키를 시샘하여 빨리 자라
어미만큼 크겠다는 뜻의 투모초(妬母草) 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이니 말입니다.
죽순의 속성성장 비결은 마디마다 있는 생장점인데, 줄기나 뿌리 끝에 생장점이 모여 있는
보통 나무와 달리 각각의 마디가 왕성하게 세포분열을 하므로 쑥쑥 자랄 수밖에요.
죽순은 흑갈색의 가죽 같은 질긴 껍질(죽피)로 겹겹이 싸여 바람도 빗물도 스며들지 못하는데,
마디마다 한 장씩 짧은 죽순도 줄잡아 50~70장의 껍질에 둥게둥게 싸여 있습니다.
땅속줄기인 지하경의 마디에 있는 곁눈이 부풀어 죽순이 되고 지상으로 나오면 하루 1m 이상(?)
자랐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쑥쑥 자라는데, 평균 하루 30cm 이상 자라서 불과 40∼50일만에
15m가 넘는 성목이 되며 1년에 20m까지도 자란답니다. 신장생장을 완료하면 그 후 2∼3년 동안
몸통을 단단히 하는데 일단 성장한 대는 여름 동안은 거의 자라지 않고, 광합성만 부지런히 하여
땅속줄기에 양분을 축적하는 데 주력합니다. 힘들여 만든 자양분을 다른 나무들처럼
자기 둥치를 키우는 데 쓰지 않고 모두 땅속줄기로 내려 보내, 다음에 나올 대를 위하여 저축하는
알뜰함과 너그러움, 아낌없이 나눌 줄 아는 욕심 없는 마음씨가 바로 대나무가 갖는
가장 특별한 아름다움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대나무의 생명줄이라 할 수 있는 땅속줄기는 겨우내 곁눈을 만들어내는데
그루나누기를 할 수 있게 해주는 번식기관으로서 씨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으며,
수명은 10년 안팎이지만 매년 새로운 땅속줄기가 생겨나므로
대밭 전체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랍니다.
왕대의 경우, 땅속줄기가 300평당 총 연장 6km 이상 달하는 데다 빈틈없이 엉켜 있어
땅이 무너져도 끄떡없으므로 지진지대에 사는 사람들은 지진이 나면 대숲으로 피할 정도이며,
땅 위 줄기가 천재지변으로 쓰러져도 땅속줄기가 살아 있는 한 새순을 내어 어린 대나무로
다시 태어난다는군요. 이러한 강인함으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를 폐허로 만든 원폭의 폭발에도
유일하게 살아남은 식물이었고, 또 고엽제의 다이옥신으로 범벅된 월남에서 가장 먼저
새싹을 틔워 생존 신호를 터뜨린 것도 대나무였답니다.
대나무 줄기 속이 비어 있는 것이나 마디가 있는 것은 모두 바람이 불어도 꺾이지 않도록 취해놓은
안전장치인데 여러 개의 마디가 절도를 갖춘 군자와도 같다고 '포절군(抱節君)'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원자폭탄도, 고엽제도, 지진과 비바람도 꺾지 못한 대나무에 손가락 하나 대지 않고 부근의
죽림 전체를 일시에 몰살시키는 무서운 존재가 있으니, 바로 '대나무꽃'입니다.
대나무 꽃
대나무에 꽃이 피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죽림 전체가 60∼120년 가량의 주기로 벼과 식물답게 쌀알만한 꽃을 일제히 피우는데, 일단
꽃이 한번 피기 시작하면 어린 죽이든 늙은 죽이든 모조리 말라 죽어버리기 때문에
대밭을 가꾸는 사람들의 걱정은 오직 하나, 행여나 대꽃이 필까 전전긍긍하는 것입니다.
대나무 꽃 만발한 거제 곡촌마을
우리나라도 지난 1957년 전남의 왕대밭에 꽃이 피기 시작해 전국의 왕대가 전멸한 적이 있었는데,
원상복구에 최소한 10년이 걸린다니, 대꽃이 필까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백 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꽃이 피면 대나무가 죽는 이유는 잎이 나야 할 자리에 꽃이 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잎은 광합성으로 생존에 필요한 양분을 만드는데 광합성을 맡아 해야 할 잎들은 사라지고
대신 꽃만 피므로 곁눈(죽순) 만들 양분을 축적하지 못해 이듬해 죽는 것이지요.
마른 꽃
모호한 것은 "왜 대꽃이 피느냐?" 는 것이랍니다. 어차피 씨앗으로 번식하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꽃이 피면 대밭이 송두리째 전멸을 하는데 말입니다. 아무 것도 확실히 밝혀진 바는 없지만
번식력 강한 한 본의 모죽이 수년 후 수십, 수백 본으로 늘어 제한된 지역에서 과밀하게 자라다보면
토양의 양분이 부족하므로 그 일대의 대나무들이 모두 생존에 위협을 느끼고 꽃을 피워
종자를 결실하는 것이 아닐까 짐작할 따름이랍니다.
대부분의 식물에 있어 꽃이 번식을 위한 가장 적극적 수단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꽃은
대단히 자괴적이고 매조키스트적이어서 무언가 말 못할 사연을 품은 듯 비장해보이지 않습니까?
개화 자체가 드문 일인 데다 대밭의 떼죽음을 몰고 오므로 나라에 흉사나 전쟁이 난다는
흉측한 예언이 있는가 하면, 다음 해 풍년이 든다든지 나라에 경사가 생길 거라는 등 해석마저
극과 극을 달리하니, 좋아해야 할지 싫어해야 할지 헷갈리는 것이 대꽃의 존재입니다.
조릿대 꽃
그러나 대꽃이 피면, 큰 인물 날 때 함께 나타나 대나무 열매 아니면 먹지 아니하고,
벽오동 아니면 깃들지 아니하며 단샘(甘泉) 물 아니면 마시지 아니한다는 신비의 새 봉황 맞을
준비를 마친 것이나 다름없고, 한 10년 다시 잘 일구면 그 후로 최소한 60년은 다시
꽃 필 걱정 없으니 그만하면 길조라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음력 5월 13일은 죽취일(竹醉日)로 대를 옮겨 심는 날인데, 이날은
대가 취해서(무엇에 취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미 대에서 새끼 대를 잘라내도 아픈 줄 모르고,
멀리 옮겨 심어도 어미 곁을 떠나는 슬픔을 알지 못한답니다.
조릿대
왕대 죽순
조릿대 죽순
죽순은 90% 이상의 수분과 함께 고형 영양소로는 단백질 함량이, 그 다음 섬유질이 많이 함유된
저칼로리 식품이랍니다. 특히 고급 섬유질로 원활한 장운동을 유도, 변비·치질 및 대장암 등을
예방하고, 콜레스테롤 흡수를 저하시켜 당뇨병·심장질환 등의 성인병 예방과 치료에도 도움을 주는데,
죽순뿐 아니라 뿌리에서부터 잎·열매(죽실)까지 약재로서 매우 활용도가 높다고 합니다.
죽력(竹瀝·대나무기름)은 뇌졸중과 심신안정에, 대나무수액은 중풍·기침·파상풍에,
대나무껍질은 구토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대숯은 공기 및 수질정화,
대통에 소금 넣고 아홉 번 구워낸다는 죽염은 건강유지와 노화예방에 효과가 있다 해서 인기지요.
죽순의 지방 구성도, 포화지방산에 비하여 불포화지방산이 많고 반드시 식품을 통해서만
공급될 수 있는 필수불포화지방산인 리놀산과 리놀레인산이 많이 함유된 것이 특징이랍니다.
비타민 B1인 티아민과 무기물 중 칼륨이 상당량 함유되어 칼륨이 결핍되기 쉬운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의 식생활에는 대단히 좋은 식품이고 조혈작용에 필수적인 철분함량도 높아
빈혈 등을 예방하는 우수한 식품으로 평가받고 있답니다.
예로부터 엄했던 부친상에는 대나무, 자애로웠던 모친상에는 버드나무로 지팡이를 만들어 짚고
통곡하며 부모 잃은 슬픔을 달랬는데, 얼마나 맛있으면 "죽순에 맛 들이면 상장(喪杖)도 부수어 먹는다"고
할 만큼 별미라고는 하지만, 사실 대나무는 먹을거리나 약재로서보다는
우리의 정신과 마음에 더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편입니다.
四君子/ 三淸友/ 歲寒三友/ 二雅/ 四淸 등으로 꼽히며 竹馬故友며 竹林七賢 등으로
그 오랜 믿음과 깨끗함을 대변하여 선비의 올곧음이나 충신의 지조, 열녀의 절개 등 오래 변치 않고,
오래 참고, 꺾이지 않는 의지가 필요한 곳에는 곧잘 대나무가 상징으로 나타나곤 하지요.
정몽주가 죽임을 당한 선죽교나 충정공 민영환이 을사보호조약에 반대하여 자결한 자리에서 돋아났다는
혈죽이 그 대표적인 예이며, 그 외에도 대에 얽힌 이야기나 풍습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특히 만파식적(萬波息笛)은 그 백미로 "세상의 파란을 다스리고 평안하게 하는 피리"라는 뜻입니다.
죽은 후에도 동해의 큰 용이 되어 왜구로부터 나라를 지키겠다는 유언에 따라 바다의 용이 된
문무왕과 천신이 된 김유신 장군은 신문왕에게 대나무를 내리고 그것으로 피리를 만들라고 했습니다.
신문왕이 피리를 만드니 과연 큰 보물답게, 만파식적을 불면 적군이 물러가고 질병이 없어지며
바람과 물결을 잦게 하며 가뭄에는 비가 오고 홍수에는 비를 긋게 하는 효험이 있었는데
경주를 한 발자국이라도 벗어나면 소리가 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대나무가 많이 나는 남쪽지방에서는 출산하면 금줄에 솔잎 대신 댓잎을 끼우며, 혹은 대나무 장대를
문에 비스듬히 세워 금줄을 대신하기도 해, 벽사의 힘을 가졌음을 나타냅니다. 점집이나
무당집에는 희고 붉은 천을 매단 대나무가 서 있고 굿할 때 쓰는 신장대도 주로 대나무로 만드는데,
이는 속 빈 대나무를 신령의 통로라 믿으며 그곳을 통해 신을 불러들이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신목이라서인지 대나무로 사람을 때리면 말라 죽는다고 못하게 한다는군요.
또한 우리 의식주 어디에나 스며들어, 방에는 죽부인과 담뱃대· 붓통이, 부엌에는 채반과
광주리며 주걱이, 마당에는 대갈퀴와 농기구들이 있었으며, 활·화살·창은 물론 울타리며 퉁소·
대금·피리 등의 악기, 대통은 술·간장·기름 등의 보관 용기로 사용했는데,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지방의 원주민들은 아직도 대나무통을 잘라 물통으로 사용하고 있답니다.
폭죽(爆竹)이라는 말도 중국에서 대나무를 불에 태워 그 굉음으로 잡귀를 몰아내고자 했던 데서 나온
말이며, 영어의 bamboo도 대숲이 불에 타면 펑펑 터지는 소리가 나는 것을 흉내낸 의성어라고 합니다.
편지봉투나 편지지 등에 대나무 디자인을 새겨 넣는 것도 " 평안무사한 고향 소식"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니, 평소 그냥 보아 넘겼던 그림 하나에도 그런 자상한 의미가
숨어 있었음을 알고 계셨는지요.
첫댓글 세상에 일단 훑어보고 정독을 하며 공부를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