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트레킹] 31. 영덕 블루로드 B코스 하이라이트
코 끝 스치는 솔향기와 귓전 울리는 파도소리 길동무 삼아
영덕해맞이공원 표지석이 동해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다.
지난 주말(6일), 화창한 초여름 날씨를 기대하고 모처럼 영덕 해안으로 드라이브를 겸한 블루로드 B코스
(해맞이공원~오보해수욕장~노물마을~죽도산~축산항) 15.5㎞ 구간 중 3.5km 남짓 하이라이트 코스를
트레킹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기상예보에 비 소식이 없었는데 영덕군을 들어서니 먹구름이 몰려오고
강구대게타운 쯤에서 빗방울이 떨어진다. 난감해졌다. 강구-축산간 도로를 따라 좀 더 달려보았지만 더욱
세차게 비가 내린다.
풍력발전기의 힘찬 날개짓과 조각작품이 멋스럽게 어울린다.
굵은 소낙비가 한여름 같이 내리니 내심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스러웠지만 한차례 쏟아지고 그칠 소나기 같아
우선은 비를 피하며 생각할 여유를 갖고자 영덕풍력발전단지로 오른다.
시원한 그늘 아래 세워진 정자에서 휴식을 취하는 탐방객 뒤로 바다가 보인다.
여러 차례 다녀 본 적이 있어 한적한 정자를 찾아 차를 주차하고 정자 아래서 이른 점심을 해결한다.
영덕해맞이공원에 있는 창포말등대가 한껏 멋을 부린다.
정자 옆 ‘영덕조각공원’에는 여러 조각 작품이 세워져 있고 거대한 풍력발전기의 날개가 느린 듯 강한 힘을
과시하며 돌아가는 풍력발전단지 일대의 풍광이 조각 작품과 어울려 멋진 컷을 만든다. 그새 구름이 걷히고
파란 하늘이 열리며 바람에 일렁이는 노란 금계국 꽃잎에 햇살이 든다.
당초 예정대로 트레킹 할 수 있어 퍽이나 고맙고 다행스러웠다.
창포말등대를 내려서면서 만나는 바닷가 모습이 평화로워 보인다.
‘영덕해맞이공원’에 있는 ‘창포말등대’에서 해안을 따라 걸어서 노물리까지 가는 해안 절경 코스를 ‘영덕
블루로드 B코스 하이라이트’로 이름 지어 이번 트레킹을 시작하였다. 하얀 등대 겉을 대게 집게발이 감싸
고 있는 형상의 창포말등대 아래 해안으로 걸을 수 있는 계단길이 나 있다.
블루로드B코스 시작점에 있는 대게 집게발 형상의 조형물과 바다헌장이 새겨진 벽 모습.
계단길 초입에 커다란 대게집게발 조형물과 ‘생명의 바다, 풍요의 바다, 공생의 바다’를 이루기 위한 일곱 가지
실천사항의 ‘바다헌장’이 새겨진 벽이 설치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여기서 시작되는 해안 워킹로드가 영덕 블루
로드 해안 절경을 가장 멋지게 즐길 수 있어 관광객과 도보여행자들이 몰려드는 곳이기도 하다.
날씨가 흐렸던 탓도 있지만 주말 나들이가 여의치 못한지 그리 번잡하지는 않다. 계단을 따라 해안절경을 호젓
하게 즐길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여러 번 걸어 본 적이 있어 낯설지 않고 오히려 친숙한 느낌이라 오르내
리는 길이 어렵지 않다. 오래된 해송(海松)의 솔 내음과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다 향(香)까지 초여름의 길손에게
는 더 없는 행복감을 안겨 주는 시간이 이어진다. 바닷가로 내려서는 길 한 편에 세워둔 ‘정태조 시인의 ‘낯선
두메’라는 시(詩)가 이곳 풍경과는 다소 어울리진 않지만 두고 온 고향 두메를 상기시키는 듯해 옛 추억을 불러
들이고 있다.
드넓은 동해바다와 해안절경이 펼쳐지고 솔숲 사이로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몸을 실어 바윗길을 오르내린다.
‘약속바위’라 불리는 바위가 찰랑이는 파도와 실랑이를 하며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하는 바닷가 길을 무심한 듯
가는 길손에게 앞서가는 갈매기가 어서 가자며 발길을 재촉한다.
아담한 오보해수욕장의 모래밭과 옥빛 바닷물이 적막에 싸여있다.
‘오보해수욕장 2㎞’라는 팻말을 지나 오르락내리락 바윗길을 가다 만나는 큰 바위를 거슬러 오르는 거북
형상의 바위가 앞을 가로막는다. 바다에서 금방 올라온 큰 거북이 뭍으로 올라가는 듯 예사롭지 않은 모습
이 흥미롭다. 다시 발품을 팔아 바윗길을 걷노라면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 만들어 놓은 정자에서 따가운 햇
살을 피해 꿀 맛 같은 휴식의 시간을 가져본다.
바윗길에서 보이는 해안에 낚시꾼들의 모습도 보이고 멀리 아름다운 노물마을과 죽도산 모습도 지척이다.
들쭉날쭉한 해안선을 따라 멀리 축산의 죽도산도 보이고 망망대해 동해바다를 가로지르는 고기잡이배들 모
습이 평화로운 그림으로 그려지고 있다. 방파제 끝머리에는 세월을 낚는 강태공들의 부지런한 손놀림도 볼
수 있고 그리스 어느 해안마을을 연상케 하는 빨간 지붕들이 점점이 보이는 노물마을의 아름다운 풍광도 수
채화처럼 예쁘다. 이런 아름다운 풍광은 이 길을 걷지 않고는 볼 수가 없다. 자동차로 스치듯 지나는 것은 해
안바닷길을 걸으며 즐기는 멋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영덕블루로드 해안절경의 하이라이트가 바로 이런 매
력이 있기에 많은 트레커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자연이 주는 이 멋진 선물을 우리는 소중히 여
기고 사랑하고 아껴야 할 것이다.
큰 바위위로 오르는 거북 형상의 바위가 길손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양지바른 바위 벼랑에 해국(海菊·갯국화)의 잎이 무성하게 피어나고 아직은 꽃필 때가 아니라(7월~11월 개화)
아쉽긴 해도 활짝 핀 메꽃이 대신하는 바윗길이 그리 살벌하지만은 않다. 또한 이 길에는 청룡과 백호의 기가
살아있는 ‘氣 받기 좋은 곳’이라고 쓰여 진 안내판에 일곱 가지의 좋은 방법이 적혀있어 힐링을 위한 길손들에
게 편안한 호흡으로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준다. 오늘따라 바다도 잔잔하고 바람도 별로 없어 해안길
걷기에는 최적이라 상쾌한 마음과 몸이 날아갈 듯 가볍다.
영덕블루로드는 이미 많은 탐방객들에게 알려져 다녀간 흔적이 하나둘이 아니다. 주렁주렁 매단 리본들이 형
형색색으로 나부끼고 바위에 부딪히는 파도와 속이 훤히 내비치는 맑은 바닷물에 ‘푸른 대게의 길’이라 불리는
영덕블루로드 B코스가 빛난다. 아담한 오보해수욕장의 인적 드문 해변에 하얀 모래밭과 옥빛 바닷물이 졸고
있고 비치파라솔 아래 낚시를 하는 강태공이 무심히 바다를 바라보며 명상에 잠긴 듯 한가로운 한낮의 풍경이다.
대탄리 공판장 외벽에 그려진 소나무 벽화가 살아 움직이는 듯 리얼하다.
대탄리 마을 공동판매장 벽에 그려진 소나무벽화가 살아 움직이는 듯 생생한 풍경도 만난다. 오보해수욕장을
지나 포장도로를 따라 노물리로 가는 고갯길을 힘겹게 오른다. 고갯마루에서 보는 노물마을의 빨간색 지붕들
이 아름다움을 더할 때쯤 다시 숲길로 내려선다. 노물리 방파제까지 0.8㎞ 남았다는 표지판에서 숲 속 계단을
내려서니 서늘한 그늘이 길손을 반갑게 맞는다. 내려다보이는 물빛이 더욱 청명하고 일렁이는 물결 또한 솜털
처럼 부드럽다.
그리스 해안풍경과 닮은 빨간지붕이 붉은등대와 어울어져 아름다움을 더하는 노물마을 전경.
계단 끝에서 만나는 대게잡이 통발이 수북이 쌓여 있는 포구에 비릿한 바다 내음이 구수하게 느껴지는 노물
마을에 닿았다. 깨끗한 수세식 화장실만 보아도 어느 것 하나 흠 잡을 데가 없는 아름다운 어촌마을이다. 마을
어귀에 잘 지은 ‘숭제당(崇祭堂)’이란 제당이 있다. 오랜 세월 마을의 충효정신과 애향심을 돋우어 화합하고
정을 나누며 살아가는 마을을 기원하고자 만든 제당을 중심으로 아름다운 마을이 바다를 바라보며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노물마을 방파제에 세워놓은 영문표기 조형물이 현대적이다.
노물마을의 벽화 중 눈길을 끄는 마을 아낙네들의 춤추는 모습이 평화로워 보인다.
앞바다에서 직접 잡은 싱싱한 해산물을 파는 횟집이 여럿 있고 대게잡이 통발어업이 주업인 이곳 노물리에는
골목골목에 그려진 벽화로도 관광객의 시선을 끄는 등 여느 마을보다 풍요로운 어촌마을로 자리 잡고 있다.
갖가지 테마로 그려진 벽화를 감상하며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지만 재미나는 가사가 적힌 벽화가 눈에 띈다.
고운 치마저고리를 입은 아낙네들이 손에 손잡고 노래하는 모습에 금방이라도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 실꾸러미 감고 풀기 -
“꾸리 꾸리 감자 맹주꾸리/ 감자 실꾸리 감자/
맹주꾸리 감자/ 꾸리꾸리 풀자 맹주꾸리/ 풀자 실꾸리 풀자”
덩실덩실 춤을 추는 노물마을 아낙네들의 태평무(太平舞)가 언제쯤 재현(再現)될지 아련해진다.
마을 횟집에서 싱싱한 쥐치회를 주문하여 제당 옆 정자에서 느긋하게 한 점하는 멋이 상큼한
‘신의 한 수’였다는 생각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출발 때 기분보다는 몇 곱절 상승곡선을 그린
오늘의 트레킹이 무사히 끝났다. 이런 맛에 자연을 즐기는 것이 아닐까.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바윗길을 걸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힐링 앤 트레킹’ 서른한 번째
‘걸어서 자연 속으로’ 이야기를 여기서 접는다.
글·사진=김유복 경북산악연맹 前 회장 l 승인 2021.06.11 l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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