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의창구 동읍 용잠리에 짓고 있는 도내 1호 ‘땅콩집’ 외부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땅콩집 다락방에 홈시어터가 설치돼 있다.
주부 김00(34) 씨는 최근까지만 해도 김해 진영읍 24평형 아파트에 전세로 살았다. 전세기간이 끝날 무렵, 전세가격도 오른데다 아이도 생겨 좀 더 넓은 곳으로 이사를 갔으면 하는 생각을 가졌다.
인근 이곳저곳을 알아보다 47평형 아파트를 보고 한눈에 반했다. 일단 널찍한 데다, 지은 지 얼마 안 되는 새집이라 마음에 쏙 들어든 것, 하지만 24평형에서 47평형으로 갈아타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컸다.
애만 태우고 있던 김씨. 창원에 살고 있는 여동생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지나가는 말로 ‘한집에 같이 살까’하는 제안을 했다. 김씨의 동생은 당시 창원 대원동 소형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동생도 ‘넓은 집에 한번 살아볼까’는 마음이 있었든지, 선뜻 ‘오-케이’를 했다.
김씨와 동생은 각자 아파트를 정리, 한 가구 두 집 살림을 시작했다. 자매간이라 큰 불편은 없었다. 하지만 무더운 여름철에도 옷을 갖춰 입어야 됐고, 아기를 키우는 데도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었다. 자매는 또 다시 머리를 맞댔다. “같이 살되, 서로가 불편하지 않은 집을 지어 보자.”
도내 1호 ‘땅콩주택(땅콩집)’은 이렇게 탄생됐다.
◆ 어디에 짓지
일단 집 지을 땅을 물색했다. 김씨는 남편과 동생부부 모두 창원 도심의 직장을 다니고 있다. 또 자신의 아이와 동생 아이도 함께 살아야 했다. 때문에 출퇴근이 쉬워야 하고, 어린아이들을 위해 인근에 병원과 약국 등도 있어야 했다. 도심과 너무 동떨어지거나 외진 곳은 피해야 했다.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찾아낸 곳이 창원시 동읍 용잠리다. 이곳은 주변에 집도 몇 채 있고, 읍사무소와 5분 거리로 읍사무소 주변에는 병원과 약국, 우체국, 마트, 세탁소 등 상가도 잘 갖춰져 있다. 아이들이 아직 어려 학교까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지만, 인근에 초등학교도 있었다.
마당이 맞닿은 곳에는 야트막한 과수원이 있고, 군데군데 논과 밭이 어우러져 있었다. 김씨는 “일상생활도 크게 불편하지 않은 데다, 아이들이 흙도 만지고 나무와 꽃을 가까이 하는데 적당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앞마당에 텃밭을 낼 욕심도 있었던 터라 495㎡(150평)를 1억5000만원(평당 100만원)에 매입했다.
◆ 본격적 집짓기
김씨가 처음부터 ‘땅콩주택’을 지으려던 것은 아니었다. 머릿속에 떠올린 것이 마침 ‘땅콩주택’과 유사했던 것이다. 자신이 생각한 대로 집을 지어줄 건축회사를 찾아봤지만, 도내에는 없었다.
도내 건축사무소에서는 대부분 일반적인 전원주택형 건축을 권했다. 할 수 없이 인터넷을 뒤졌고, 마침 개인블로그에 자신이 그렸던 것과 똑같은 ‘땅콩주택’을 보급하고 있는 서울 소재 회사를 찾았다.
이곳 대표가 시공업자와 함께 찾아와 건축비용 등을 뽑고 본격적인 집짓기에 착수했다. 건축비용은 3.3㎡당 350만원, 건축면적(바닥면적)은 각 15평, 연면적(전체면적)은 각 36평이니까, 한 채당 건축비용이 1억2600만원이 나왔다.
총 비용을 뽑아 보니 토지매입비 1억5000만원, 건축비 2억5200만원, 여기에 토지 기초작업 2000만원, 각종 세금, 인·허가 비용 1000만원 등 4억3000만원이 나왔다. 한 채당 2억 남짓 들어가는 셈이다. 설계비는 통상 2000만원 정도가 든다.
◆ 공사는 어떻게
‘땅콩주택’을 짓는데 사용되는 자재는 모두 미리 만들어 놓은 이른바 기성(旣成) 재료들이다. 현장에서는 이들 자재를 조립하는 형태로 작업이 진행된다. 따라서 공사기간이 짧고, 인부가 많이 필요하지 않아 인건비도 그다지 들지 않아 공사비용을 줄일 수 있다.
김씨 집은 지난 3월 초에 공사에 착수해 최근 공사를 거의 마무리했다. 아직 부분적으로 손댈 곳이 있지만 큰 공사는 끝냈다. 김씨는 “정말 눈 깜짝할 사이 집이 만들어졌다.
날씨가 좋았다면 더 빨리 끝났을 것이다”며 “자재 대부분이 목조라 친환경적이면서 단열도 잘되는 편이다. 자재가 규격화돼 있어 공사도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집은 다락방까지 치면 3층이다. 1층이 거실 겸 부엌, 2층은 침실, 3층이 다락이다. 화장실은 본래 1층에만 설치키로 했는데, 편의성을 고려해 침실이 있는 2층에도 추가로 넣었다. 또 조명이며 벽지, 창문 등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조금씩 바꿨다.
이처럼 설계에서부터 공사 중간중간에 집 주인의 의지가 반영될 수 있는 게 ‘땅콩주택’의 장점이다. 공사와 관련한 인·허가, 세금문제도 건축회사가 일괄 처리했다.
◆ 집들이를 앞두고
‘땅콩주택’은 한 개 필지에 닮은 꼴로 나란히 지어진 두 가구의 집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듀플렉스 홈(duplex home)’으로 불린다. 건축기간이 짧고, 마당이 확보돼 있는 게 매력이다. 어린 자녀가 있는 30~40대가 주 수요층이다.
비싼 토지 매입가격 부담을 줄이면서 도시와 가까운 곳에 건축해 도시 접근성을 높이는 게 매력이다.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과 불화를 겪어본 사람이라면 독립생활이 보장되고, 전원생활을 기대했던 수요자에게도 적당한 상품이다.
김씨의 경우 널찍한 마당을 낀 36평형 집을 짓는데 2억원 남짓한 돈이 들었다. 창원 도심의 비슷한 규모 아파트의 절반 가격이다. 때문에 김씨 집이 인터넷에 오르자,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김해·양산·창원지역에서 문의가 많이 온다고 한다.
김씨는 “도심 아파트를 고집하기보다,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큰돈이 없이도 자신이 직접 꾸민 집을 지을 수 있다. 애들과 함께 흙을 밟고, 나무를 보며, 새들과 곤충소리를 듣고 지낼 것이다”며 들뜬 마음을 드러냈다.
글=이문재기자·사진=성민건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