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
노래는 수줍지 않았다. 따듯하고 행복한 눈동자가 내 눈동자에 정면으로 꽂혔다. 그리고 내 눈길을 빼앗아 놓아주지 않았다. 그제서야 그녀가 가수로 들려왔다. 발랄하고 젊은 고음이 고막을 빼앗아 가서는 놓아주지 않았다. 불안해졌다. 까짓것 사랑쯤이야가 아니다. 짧게도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내 손은 그녀의 자그마한 어깨와 커다란 골반과 말랑한 손을 떠나지 못하고 방황했다. 성현이 형이 내게 말했다. 이미 혀가 꼬부라졌다.
"야 얘들 내일 낮에 만나자 그래 나 영어 못해."
"만나서 뭐 하게?"
"아 그냥 만나자 그래."
나는 단어를 떠올리며 더듬 거렸다. 기억에 two o'clock 만을 남겼다.
"우리 1층으로 내려가요."
"응 왜?"
"우리 스테이지해야해."
나는 1층 구석 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그녀는 나를 매혹적인 눈길로 내려보며 옷매무새를 고쳤다. 무대에 꼿꼿하게 걸어나갔다. 다른 두 명의 소녀도 같이 무대에 올랐다. 그들은 익숙하게 대형을 짰다. 검은 안경을 쓴 디제이가 dancing queen 을 열었다. 음악을 타는 그녀의 몸은 물결같다. 선율에 올라탄 그녀의 목소리가 살아있다. 편안하고 아름답다. 세 명의 무희는 제 춤을 서로에게 녹여냈다. 나도 모르게 환호했다. 나는 머리 위에 큰 하트를 그렸다. 그녀는 endless love를 노래했다. 그리고 kiss and say goodbye 로 마침표를 찍었다. 왜일까? 그녀는 스테이지 내내 따듯항을 담아 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쉽게 잠을 이룰 것 같지 않다.
새벽 카톡음이 울렸다.
'잘 들어가셨어요?' '나 집이야'
'무대에서 나만 바라보고 있던데'
'내가 그랬나요 난 몰랐어요'
'오빠도 나만 보고 있었어요'
'그러고 보니 나도 그랬네'
'낼 나 데릴러 올 거죠?'
'응 데릴러 갈게'
동이 터올 때까지 우리는 카톡을 서로에게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