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하는 역사의 춤이 우리춤으로 자리매김하는’ 올해 행사는 유월에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메르스 여파로 연기된 일정을 추스르며 추진되고 있다. 잠잠했던 대극장 ‘한강’의 무대 위의 모든 것들이 새로 정리되었고, 분위기를 고조시킨 라이브 밴드의 등장은 우리춤에 대한 막연한 경계심을 불식시키며 전통과 현대와의 조화로운 균형과 소통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부산지역의 무용계를 이끌었던 故 황무봉 선생의 20주기를 맞아, 양선희 교수의 세종대학교 무용과와 춤다솜 무용단, 김매자, 이경수, 이동숙, 김희진, 최혜정, 정경원, 임정희, 서용석, 최호종, 이승아 등이 출연하여 화려한 무대를 꾸렸다. 우리 춤의 어제와 오늘을 탐색하고, 신무용과 한국무용을 포집, 그 접점에서 그 장단점을 신세대에게 인식시키는 작업은 소중하다.
이 축제는 모두 7시 30분에 공연된다. 9월 14일, 19시 30분의 축하공연은 양선희 안무의 『혼의 소리』(1994), 『산조』(황무봉류), 양선희 안무의 신작 『흐름』(2015), 양선희 재구성의 신작 『새산조』(2015), 『살풀이춤』(황무봉류), 『흥무』(황무봉류), 양선희 안무의 『축제』(2014)가 공연되었다. 양 교수는 스승 황무봉을 기리며 ‘사라져 간 황무봉류 춤 복원’과 그 흐름을 이은 신작을 발표했다.
20여개에 달하는 대규모 북들이 사방으로 포진해있는 가운데 서용석, 임정희의 북의 선도로 북의 울림은 천지 사방의 혼을 일깨우고 축제가 시작됨을 알리면서 양선희 안무의 『혼의 소리』(1994)로 축제는 시작되었다. 어깨에 멘 북으로 묘사할 수 있는 모든 기교들이 동원되고, 구음이 춤꾼들을 고조시키면서, 남자의 군무, 여자의 군무, 합동군무는 그 특징을 보이며 어울림의 대 조화를 보여주었다. 신명의 춤은 고요를 불러오고 독무가 이어진다.
원로 춤꾼 김매자는 독무로 여유와 음미, 느낌과 고뇌, 사색의 『산조』(황무봉류)를 가야금 선율에 맞추어 추어냄으로써 여성미를 극대화 시키는 춤을 선사하였다. 이어진 양선희 안무의 신작 『흐름』은 (2015) 열 네 명이 등장하는 군무로써, 이경수, 최호종, 이승아가 주축이 되어 사랑과 이별에 관한 그 쓸쓸한 추억을 다양한 색조의 빛의 조화로 서정적 무용시로 그려낸다. ‘나는 본시 얼굴도 마음도 없습니다. 색깔, 형태, 냄새도 없습니다. 그대의 눈물 샘 속에서 아쉬워하는…’로 이어지는 낭송녹음은 격정의 여름과 쓸쓸한 가을의 꼬리를 남긴다.
양선희 재구성의 신작 『새산조』(2015)는 나비의 날갯짓의 모든 것을 연상시킨다. 독무, 군무로써 구성된 춤은 적절한 춤 연기자들의 조합과 진법, 의상의 아름다움으로 군무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보여준다. 노련한 춤꾼 이동숙의 『살풀이춤』(황무봉류)은 다양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원숙미를 보여주었다. 김희진, 최혜정, 정경원이 3인무로 구성된 『흥무』(황무봉류)는 노랑, 핑크, 연두 색깔의 한복이 마음의 심정을 나타내며 자신들의 흥과 개성을 자유롭게 표현했다.
피날레 작품은 양선희 안무의 『축제』(2014)였다. 중국 유학생들이 다수 참가한 가운데 대규모 군무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샤막의 신비가 열리면서 함성으로 분위기를 압도한다. 수평과 수직의 세 라인으로 위치한 그들은 축제의 분위기를 살리면서 젊음의 싱그러움을 물씬 풍긴다. 느낌은 화합을 지향한다. 박수를 치면서 분위기는 고조되고, 39명의 남녀는 젊음을 빚어낸다.
개막공연은 양선희의 개인공연 이라할 만큼 그녀는 스승의 인연과 작품과의 추억을 불러내고, 세월의 흔적, 그 쓸쓸한 추억의 간극을 춤을 배우며 느꼈던 감각으로 채운다. 그녀는 늘 우리전통 춤의 광범위한 영역을 탐색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창작품을 발표해왔다. 불도저처럼 험한 세상을 헤쳐 나온 그녀의 우리춤축제가 전통의 가치를 더욱 격상시키기를 기대한다.
장석용 글로벌 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