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와키 학생 콩쿠르 피아노 부문 우승, 울리에 국제 콩쿠르 2년 연속 입상, 사이키 콩쿠르, 최연소 우승 등 약관의 나이에 이미 화려한 경력을 소유한 아이 아리마 코세이!
8살에 오케스트라와 모차르트 협주곡을 연주한 신동! 이렇게 클래식 피아니스트로 앞날이 창창했던 아이가 갑자기 피아노를 때려친다. 연주를 하다보면 시부지기 악보가 사라지고 귀가 들리지 않게 되니 어떻게 연주를 하겠니? 니가 베토벤이야? ㅋㅋ
더 자세하게는 엄마의 고압적인 스파르타식 훈련이 아이를 저렇게 버려놓았다. 그 나이에 이미 음악적 성취로 보나 가능성으로 보나 정말 앞날이 창창한데도 엄마는 아이의 장점을 북돋아주기보다 단점을 부각해 아이를 정신을 탈탈 털어놓았다. 아이가 이런 엄마에게 트라우마를 키우지 않으면 그게 도리어 이상하지 않을까? 이랬든 저랬든 그 애증의 엄마가 이미 병으로 세상에 없기까지! 이러니 코세이는 더더욱 연주는 꿈에도 꿀 수가 없다.
누가 환원주의자 아니랄까봐 영화를 보다보면 수없이 많은 영화들이 주마등처럼 왔다가 사그라진다. 여 주인공 미야조노 카오리는 영락없게도 [조르바]의 강림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너무도 이른 나이에 깨달아버린 건 아닐까? 17살에 벌써 조르바급으로 머리가 확 깨쳐버렸으니 부처나 예수님이 부럽지 않겠다. 남의 눈치일랑 아예 볼 생각을 않고 파격적으로 행동할 뿐 아니라 전공인 바이올린까지도 '깨달은' 연주한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여 주인공 카오리의 모습에선 또 1980년 쇼팽콩쿠르 포고렐리치가 강림한다. 악보가 주는 템포대로 연주하지 않고 자의적 해석으로 연주했던 그 포고렐리치. 우승자 당 타이손보다 더 유명세를 치러야 했던 그 포고렐리치. 전체 심사위원들이 파격을 견디다 못해 포고렐리치를 예선에서 떨어뜨리자 피아노의 여제라는 아르헤리치가 '그는 천재'라 두둔하며 심사장을 박차고 나가버린 사건으로 매우 유명하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아르헤리치는 그때 자신의 행동에 한 치의 후회도 없겠는가.
아르헤리치는 그날 자신의 행동이 매우 경솔한 행동이었으며 그때의 일을 후회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왜냐고? 오늘의 포고렐리치를 보라, 포고렐리치는 그녀가 말한 것처럼 그렇게 천재가 아니다. 그냥 어쩌다 그렇게 '튀'는 연주를 한 당찬 젊은이의 파격에 그만 눈이 멀어버렸다고 나는 생각한다. 왜 여제인들 좋은 기억만 있겠는가!
그런데 당시 포고렐리치의 연주가 얼마만한 파격이었는지 그 행간을 나는 곧이곧대로 읽어내지는 못 한다. 뭐가 어떻길래?......
이유는 단순하다. 피아노 전공자나 쇼팽에 조애가 깊은 자가 아니면 이를 헤아리기가 그리 만만치가 않다. 개인적으로 쇼팽을 그렇게도 좋아하는데도 난 잘 알아채지 못 하겠다. 그냥 귀에 거슬리는 정도다. 어쨌든 너무도 센세이셔널한 사건이었던지라 크게 소문이 났으며 언론들이 이 사건을 퍼다나르는 데 지나치게 할애한 면이 크다. 그런데 콩쿠르의 포고렐리치를 ctrl+c하고 ctrl+c한 자들 중 과연 포고렐리치의 파격을 독해하고 이해한 이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자명하게도 그렇게 많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다행인지 영화에서 카오리가 연주한 생상스의 그 유명한 바이올린협주곡은 좀 파격으로 들려서 하나는 건졌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 ㅎㅎ
참 많은 시퀀스들이 나를 환원에 젖게 한다.
다리 아래로 뛰어내리는 미야조노 카오리. 번지점프도 아니고 이렇게 간이 큰 여자가 다 있나? ㅋㅋㅋ
역시 카오리, 조르바의 환생이 아니겠는가?
병원에서 꺼져가고 있는 카오리가 코세이의 무대에 환생하여 힘을 실어주는 장면.
당근히도 [라스트 콘서트]의 한 장면과 부합한다.
2/3쯤 보다보니 여 주인공 카오리가 또 덜컥 죽는다네? 오! 지겹다 정말.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나머지 부분은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게 된다. 갑자기 쉰 내 풍기는 영화로 변했지만 도입부터 시작, 영화의 3/5 정도는 나름 볼 만했다.
이게 원작이 만화였나? 22편에 달하는 만화도 보고 싶다.
카오리가 불치의 병으로 부재한 저곳에도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스칼렛 오하라의 세상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우리에겐 희망이 있다.
일본의 모든 영화는 하나다. 왜 이렇게 일본의 영화는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는가? 놀랍기 그지없다. 왜 이렇게도 일본 영화는 자해적, 원죄적 죄인들의 대합실인가?
첫댓글 제겐 낯선 두 세계.음악과 일본 영화~하지만 홍익님 글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부끄런 글이네요 얼굴이 화끈거리네요 이럴라고 내가 글을 적었던가???
담백한 일본영화 좋아요
카모메식당 해피해피 브레드 지금만나러갑니다 세상의 끝에서 커피한잔 심야식당 행복한 목욕탕
러브레터 냉정과 열정사이 등등
많네요 괜찬은 일본영화~~
일본은 싫은데 담백하고 소소한 일본영화는 좋아~~~
소리가 들리지 않는건 이방인으로 살아가는거라고 하던데요
가혹한 선물이 되겠죠~~ㅠ
그들에게 도움이되고자 수화를 배우러 갔다가 하루만에 포기~~ㅠ
터널증후군~~ㅠ 손목이 아파서 포기했네요~~
쉬운 건 하나도 없습니다 뭘 해도 다 어려운 건지 모르겠어요 나도 포기의 달인이거든요
그렇죠 담백하죠 우리를 지배했던 일본과 담백한 영화를 아주 잘 만드는 일본.... 참 양립하기 힘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