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하 얼음트래킹(20160116)
겨울 산행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얼음 트래킹을 정하고 춥지 않은 날씨를 걱정했다.
하지만 지난주 내내 다소 추운 일기라 그나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다소 특별한 행사 같은 일정이라 라면과 떡국도 준비하고 그에 따라 가스도 준비하여 산행 준비를 마쳤다.
카페에는 백하 280킬로의 일부분, 트래킹에 대한 공지를 하고 춥지만 문을 활짝 열었다.
이번 주도 300명 이상의 사람들이 확인하고 나갔다.
여름의 700명 전후에 비하면 적지만 그래도 많은 수의 사람이 문지박이 달을 정도로 들락 였다.
그러나 대부분이 삐걱이는 소리 하나 없이 조용히 사라졌다.
가끔씩 산행에 대한 의사를 남기고 나가는 사람들이 한두 명씩 쌓이기 시작 한다.
그 중에는 가급적이면 참석하는 안방 마님 같은 분도 있고, 한 달에 1~2번 정도 혹은 처음 나오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해서 모여든 사람이 24명, 하지만 출발 하루전 혹은 당일날 아침 여러가지 사연으로 참석 하지 못하는 사람이
항상 10% 정도였고 이번 또한 예외가 없다.
20명이 타고 있는 버스는 회유구 시내 고가 도로를 관통하여 백천산을 왼쪽으로 운몽산을 오른쪽으로 높이 받쳐든 도로를 따랐다.
때로는 터널을 만나 시끄러운 소음과 어둠을 불빛으로 밀어 내기도 하고 찬바람 쌩쌩이는 냇가를 달리기도 한다.
길옆 하천은 가장 자리를 제외하고는 얼음보다 차가울 것 같은 개울 물이 가득 하여 오늘 트래킹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그렇지만 주변에 산이 많아 얼지 않았으면 등산 하면 된다는 생각에 편한 마음으로 하천 깊숙히 차를 몰아 목적지에 닿았다.
많은 사람들이 깃대를 들고 우리와 같은 얼음 트래킹을 위해 하천을 오르내리며 걸었다.
아무런 증명서도 없고 자격도 없는 사람이 우리에게 다가와 당연한 듯 인당 오원의 돈을 요구 했고 우리도 별 저항 없이
해당 금액을 지불 했다.
20~30분 정도 걸었지만 하천은 물과 얼음을 반반씩 보여 주며 얼음 트래킹을 허락치 않았고 길에는 또 다른 사람들이 진행을
가로 막으며 금전을 원했다.
위에서 주었다고 하니 그쪽하고는 다르다며 막무가내 였다.
돈을 주지 않고 비켜나서 얼음위로 돌아가니 봉고차로 앞에 가서 우리를 기다려, 산으로 올라 우회 하기로 하고 돌아 왔다.
이거야 원! 우리 관념으로는 도저히 이해 되지 않은 일에 그 많은 중국인은 두번째 돈을 주고 들어 갔다.
문화와 관념 차이를 절감하는 순간이다.
산길을 오르니 위쪽으로는 아스팔트 도로가 해발을 높이며 겨울산행을 즐기듯 가장자리에 눈을 쌓아 두고 구불구불 했다.
지그재그로 이어진 길 사이에는 허리만큼 높은 계단이 찬바람 속에 있다.
스틱에 의지하며 한 걸음씩 잘라 내고 아스팔트 도로를 따르니 높은 산바람이 차갑게 불어 왔다.
하지만 그럴수록 기분은 상쾌하고 발길은 가벼워 겨울 맛을 느끼기에 딱 좋았다.
주변에는 오래된 빈 가옥이 산속 여기 저기에 있다.
문종이가 떨어져 나간 사각의 문살에는 바람이 주인 되어 마음껏 드나 들고, 위쪽 에서는 개짖는 소리가 겨울 산천에 메아리 쳤다.
우리는 차오지 않는 도로를 마음껏 활보 하며 빙판 보다 좋은 드라이브 같은 산행을 즐겼다.
점심 시간이 가까워 졌지만 장소가 마땅치 않아 더 진행해 마을 농가원(农家院)에 들러 식사키로 했다.
들어가서 가능성을 타진 하니 한번에 허락 했다. 그리고 주인에게 장소 사용료를 얼마 줄까 하니 마음대로 하라 해서 50원 주니
이 또한 괜찮다고 하며 우리를 안내 했다.
실내 마당과 2층 전체가 방풍 된 민박집이고 긴 테이블과 의자가 충분해 식사 하기에 최적 장소다.
라면과 떡국이 테이블 위에서 경쟁 하듯 끓여 지고 각자 가지고 온 도시락이 식탁에 가득 했다.
막걸리와 소주가 나오면서 시작된 점심은 떡라면이 끓여 지면서 최고조 였다.
떡국 넣은 라면의 진한 국물은 곰탕 국을 능가하는 얼큰함과 진함으로 입과 목구멍을 자극하며 내려갔다.
이에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감탄사가 그 넓은 공간을 채우며 냉기를 밀어 냈다.
아래층에 있는 마음씨 좋은 주인 아줌마는 시선 한번 올리지 않고 자수에 열중 했다.
한 땀 한 땀 속에 완성되는 그것은, 곧 끈기와 인내의 과정 이고 그 속에서 우리의 식사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5성급 호텔 같은 장소에서 거하게 점심을 마치고, 속 넓고 마음 좋은 주인께 인사하고 대문을 나섰다.
그리고 농가원을 보니‘亲切如家’라고 쓰였다. 어쩐지! 까탈 스럽지 않고 마음 편하다 했더니 원인은 여기에 있었다.
정말 집같이 친절하고 편한 이곳을 여름날 가족과 함께 찾고 싶은 마음이다.
산행을 1시간여 진행 하여 다시 백하 협곡 옆구리로 들었다.
돈 받는 곳 보다 더 넓고 탁 트인 하천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겨울 추억을 쌓았다.
다리를 건너 반대편 하류를 따르니 냇가는 얼음으로 단단하다.
맑고 투명한 얼음 아래에는 물풀들이 산란을 위한 물고기처럼 꼬리를 흔들며 상류로 진행 하는 듯 했다.
그 사이를 가르는 물은 겨울에도 쉼 없는 흐르고, 많은 사람들은 그 위에서 미끄럼과 함께 즐거움을 느낀다.
나는 얼음 속 조용한 세상에다 시선을 꽃고 어린아이 같은 호기심으로 잠시 얼었다.
그런 후 강폭 여기 저기로 건너 다니며 트래킹의 자유를 즐겼다.
아이젠으로 빙판을 찍으니 날카로운 얼음소리가 동절기의 운치로 바뀌어 바위산에 울렸다.
물살 센 곳은 영하의 추위도 어쩔 수 없었는지 깊은 물속을 보여 주며 부드럽게 흘렀다.
옆에는 하얀 갈대가 갈기를 달고 가끔씩 불어 오는 겨울 바람을 털었다.
버드나무는 무엇이 급한지 가지를 늘어 뜨려 얼음 속에다 잎눈을 묻고 봄을 기다렸다.
협곡옆 산은 큰바위와 상록수가 어우러져 마치 인공으로 만든 정원 같다.
조금 더 이동하니 물살로 들어난 얼음이, 물과 맞닿은 곳은 투명하고 그 위로는 점점 하얗다.
그 중간 중간에는 고드름이 큰 기둥을 만들어 물속에서 밖으로 지어낸 고대의 성처럼 둥글게 늘어 섰다.
얼음이 녹은 가운데는 맑은 물이 돌에 부딪혀 결고운 무늬를 만든다.
강 폭이 넓은 유속 느린 곳에는 투명한 얼음이 덮여, 강바닥을 격자로 가르며 속까지 훤하게 비치는데, 그 모습은 마치 절벽의 유리잔도 같다.
한장 한장 떼어 내어 무더운 여름집을 지을 때, 방 구들로 사용 하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옛 어느 문인은 불 같은 애정을 이렇게도 표현 했다.
‘남녀 둘이서 얼음장 위에 대나무 잎만 깔고, 실오라기 하나 없는 나체로 뒹굴어도, 그 밤이 빨리 샐까 두려운 것이 사랑!’이라고….
그런 사랑은 아니더라도 이글루 텐트 치고, 좋은 사람과 겨울 달을 얼음 위에 굴리며, 별을 낚아 올리는 풍류라도 즐기고 싶다.
지금 나는 고대의 성 같은 아름다운 얼음 기둥이 있고, 잔가지에 걸린 앙징 맞은 유빙이 반짝이는 백하 트래킹 중이다.
그곳은 결 고은 물 무늬와 함께 불 같은 사랑이 꿈처럼 펼쳐지는 곳이다.
그리고 코끝에는 냉랭한 공기가 맴돌고 발에는 아이젠 소리가 대기를 가른다.
이렇게 겨울을 즐기며 가끔씩 돌아서 석양 비친 협곡의 모습을 감상하며 얼음트래킹을 누린다.
아직도 많은 부분이 있지만 주변의 성화에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더 이상의 트래킹 감상은 마음에 간직하며 후기를 마친다.
여러분 바빠서 안녕!
첫댓글 돈받으려는 사람도 있고, 가족같이 친절한 사람도 있고.... 이런 저런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 세상인가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북경맑은산악회'는 멋지게 산행을 마무리 했습니다. 함께 해서 즐거웠습니다~~ 매번 후기 쓰시느라 애쓰시는 율립회장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