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 RX는 가장 야들야들한 도심형 SUV다. 태어나서 손에 물 한 번 안 묻힌 양 가집 규수마냥 타이어에 흙 한번 묻히지 않게 생겼다. RX는 태생이 도심형 SUV이다. 부드러운 승차감과 날렵한 외모, 정숙한 실내 등 승용차 성격을 강했다. 최근에 RX도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렉서스가 브랜드 성격에 역동성을 더 하면서 RX에도 강인한 면모를 불어 넣었다. 변화는 외모에서부터 나타난다. 거대한 스핀들 그릴로 전면부를 감싸고 각진 선과 면으로 날카로운 감성을 입혔다. 파격과 혁신이 교차하는 미래적인 디자인이다. 도심에서 탈게 아니라 개인 우주선으로 타고 날아다녀도 되겠다.
RX450h는 뼛속까지 도심형이라는 사실보다 하이브리드가 더 큰 가치다. SUV에는 하이 브리드 모델이 드물다. 줄기차게 하이브리드 확장 정책을 펴는 렉서스 브랜드에 집중돼 있다. 가솔린과 디젤은 취향 차이가 크지만 대체로 가솔린 SUV를 타는 사람은 디젤의 높은 연비를 부러워한다. 특히 연비가 낮을 수밖에 없는 대형 SUV를 사고자 하는 사람은 가솔린 모델만 있다면 디젤 부재를 아쉬워하기 마련이다. 하이브리드는 가솔린을 디젤 연비로 끌어올리는 마법 아웃도어와 SUV 본질 추구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4 조용하고 부드러운 친환경 렉서스 RX450h을 발휘한다. RX450h는 262마력짜리 3.5L V6과 전기모터가 결합한다. 시스템 출력은 313마력이다. 이 급에서는 충분한 수치다. 그러면서 복합연비는 1L에 12.8km다. 가솔린 SUV가 이만큼의 연비를 낸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가속도 힘차다. 엔진과 전기모터가 같이 움직일 때에는 시원하게 뻗어나간다. 스포츠 모드도 갖춰서 좀 더 경쾌하게 달릴 수도 있다. 굴림 방식은 네 바퀴 굴림이다. 엔진의 힘을 축을 통해 뒤로 보내는 방식이 아니다. 뒷바퀴를 모터로 구동한다. 오프로드 같은 험한 길을 다니는 용도라기보다는 잘 닦인 도로에서 자세 교정용이다. 실내 공간은 여유롭다. 2열 등받이 조절 각도 범위가 커서 자세도 편안하게 나온다. 2열은 전동식으로 눕히고 세울 수 있어서 공간 활용이 수월하다. RX는 예로부터 ‘아줌마들의 차’로 통했다. 지금 모델은 이전과 달리 남성미를 강하게 풍기지만 승차감이나 분위기, 기능은 여전히 여성들이 타기 편한 차다.
신개념 최적 다운사이징 볼보 XC90 T6
대형 SUV는 럭셔리와 대중차로 구분되는데 이 둘은 특성이 다르다. 엔진에 따라 구분이 된다. 럭셔리는 주로 디젤이고 대중차는 대부분 가솔린이다. 적어도 국내에서는 그렇다. 대중차인 일본 대형 SUV는 디젤 엔진이 없다. 유럽산이 대부분인 럭셔리 SUV는 디젤을 주로 쓴다. XC90은 엔진만 놓고 보자면 럭셔리와 대중차의 중간지대다. 디젤과 가솔린이 동시에 있다. 게다가 하이브리드까지!
이런 유익한 구성 SUV는 XC90이 유일하다. XC90은 럭셔리 SUV 시장의 신흥 강자다. 볼보는 독일 브랜드에 가려 럭셔리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사람들의 평가도 볼보를 럭셔리라고 하기에는 2% 부족하다고 여겼다. XC90 은 2%를 채운다. XC90을 보면 볼보가 독일차에 밀린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잘 만든 한 대가 브랜드를 바꿔 놓는다. 디자인부터 단순하면서 고상하다. 스웨덴 특유의 감성이 잘 드러난다. 실내는 익숙한 볼보 감성인데 레이아웃이나 질감은 과거와는 다르게 고급스러워졌다. 가운데 커다랗게 배치한 모니터는 최신 트렌드다. 앞뒤 공간 모두 넉넉하다. 3열도 갖췄다. 어른이 앉기에는 조금 좁다. 이번 시승에 나온 세 대의 7인승 중에는 중간 정도 여유다.
엔진은 놀랍게도 2.0L다. 배기량만 보고 무시하면 안 된다. 출력이 320마력에 최대토크는 40.8kg·m다. 변속기는 자동 8단이다. 300 마력이 넘는 2.0L 터보 엔진은 몇 종류 밖에 없다. 주로 고성능 모델에 쓰인다. XC90은 고출력 2.0L 엔진을 일상적인 용도로 얹었다. 체격과 무게가 있기 때문에 수치가 있는 그대로 와 닿지는 않지만 일상에서는 전혀 부족하지 않다. 유럽산 럭셔리 가솔린 SUV를 타고 싶지만 고성능 모델밖에 없어서 선택을 망설이던 사람이라면 XC90이 딱 맞는다. 오랜만에 가솔린 엔진을 얹은 일반 럭셔리 SUV 모델이 나왔다. 독일 SUV에 질린 소비자가 많아서인지 XC90은 이래저래 여러 분야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힘과 연비 1타 2피 아우디 Q7 35 TDI, 아쉬운 판매 중단
아우디 Q7 35 TDI는 우선 올해 5월부터 디젤 사태로 판매가 중단됐다. 따근한 신차인데 신차효과도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다. 내년 상반기에 판매가 재개될 전망이다.
럭셔리 대형 SUV라고 모두 특출한 존재는 아니다. 그들 사이에서도 보편적인 특성을 지니는 평균이 존재한다. 가장 많이 팔리고 친숙한 차종은 3.0L 디젤 엔진을 얹은 모델이다. 적절히 힘 좋고 연비도 높아서 만족도가 높 다. 가격은 대체로 8000만~1억원 선이다. 아우디 Q7은 두 종류로 나온다. 3.0L 디젤을 얹지만 출력에 따라 35와 45로 나뉜다. 35 TDI는 218 마력, 45 TDI는 272마력이다. 토크는 51.0과 61.2kg·m로 제법 차이가 크다. 실생활에서는 35TDI만 돼도 충분하다. 변속기는 8단 자동. 콰트로 시스템을 집어넣어 네 바퀴를 굴린다. 시동을 걸어도 정숙하다. 고급차답게 정숙성에 공을 들였다. 가솔린 SUV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조용하다. 엔진 반응도 매끈하다. 부드럽게 속도를 올린다. 동력 성능에 관해서는 큰 불만 거리가 없다.
차체는 크고 길지만 지상고가 높지 않아서 차체 흔들림이 그리 크지 않다. Q7은 다른 SUV와 비교할 때 체격이 크다. 우량아 수준이다. 두 번째로 긴 XC90보다도 10cm나 긴 5.05m다. 덩치는 곧 공간이다. 실내는 매우 넓다. 운전석에 앉으면 널찍한 센터 터널부터 눈에 들어온다. 좌우 폭이 꽤 긴데도 앞 좌석 공간을 침범하지 않는다. 2열도 머리와 무릎 모두 넉넉하다. 트렁크는 운동장 수준이다. 2 열은 전동으로 접히고 세워진다. 2, 3열을 다 접으면 원룸 이사 정도는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겠 다. 3열을 세웠을 때에도 트렁크 공간이 여유롭다. 문제는 3열. 2열과 트렁크 공간을 확보가 우선이었는지 기대보다 3열이 좁다. 이번에 비교 시승한 3 대의 7인승 모델 가운데 하위권이다. 미니밴 수준 3열을 기대했는데 아이들이나 태워야겠다.
신형 모델답게 최신 기술로 가득하다. 전체를 디스플레이로 구성한 계기판도 눈에 띈다. MMI 패널은 더 커져서 사용이 더 편리하다. 차선을 알아서 유지하는 기능도 쓸만하다. 아우디가 SUV 시장에 뛰어든 때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5년 나온 Q7이 처음이다. 이후 Q5와 Q3 등이 나왔다. 첫술에 배부른 법은 없는지 Q7은 기대만큼 존재감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2세대는 10년 만에 나왔다. 오랜 시간 준비해서인지 신형 Q7의 완성도는 매우 높 아졌다. 볼보 XC90도 그렇고 오랜만에 나오는 차들이 기대 이상의 실력을 보여준다. 세월의 힘인가? 내년 판매 재개를 시작하면 장바구니에 넣어도 손색이 없는 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