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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칠의 장르를 뛰어넘다...현대적 미감이 더해진 한국의 옻칠회화 |
김미숙 작가
[미술여행=윤장섭 기자] 찰나의 아름다움을 천년의 아름다움으로 재탄생시키는 김미숙 작가는 '옻칠'이라는 전통 공예 재료를 회화 매체로 구현하는 새로운 도전을 하며, 한국의 전통을 현대적인 감성으로 재해석한다.
동양화를 전공하여 한국의 미를 화폭에 담던 작가는 우연한 계기를 통해 옻칠을 접하게 되었고, 그러한 옻칠과의 만남은 작가의 작품성을 더욱 확장시키며 전통문화에 대한 고루한 관념을 탈피한 현대미술로서 견고히 다져지고 있다.
순수미술에 접목된 옻칠회화는 기존의 서양화 및 동양화에서는 느껴볼 수 없었던 질감과 색채, 분위기를 조성하며 생경한 듯 익숙한 한국적 정취를 담아낸다. 추위가 잠잠해지고 새 생명이 찾아오는 봄날, 3월의 포커스 아티스트는 살아있는 자연적인 재료, 옻칠로 그림을 그리는 김미숙 작가를 주목한다.
사진: 3월의 포커스 아티스트 김미숙 작가
◈ 천연 도료, 옻칠의 가능성을 엿보다
옻칠을 직접 본 경험은 드물다. '옻칠'은 옻나무 줄기나 가지에서 뽑은 수액을 목재 위에 발라 보존성을 높이는 재료이자 기법으로 흑칠(黑漆)이라고도 한다. 대개 옻칠에 대한 국내의 이해는 그림보다도 가구, 식기 등의 전통공예에 입각한 인식이 강하다.
김미숙 작가는 공예에 한정된 옻칠의 개념을 현대회화로 풀어가며 작품의 기법, 색채, 내구성 등을 다각도로 심도있게 연구를 해나간다. 정통 한국화를 그려나갔던 과거의 작가는 참여했던 전시를 기념하며 터뜨린 파티주가 작품에 튀어 얼룩이 지고, 안료가 변색되었던 경험을 한다.
사진=김미숙, 달리아. 나무에 옻칠, 자개, 61 x 90cm, 2023
해당 경험은 작품을 보완하고 영구적으로 보존하기 위한 방법의 연구로 이어지는데, 동양의 정서를 담되 작가 김미숙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한국적인 색깔을 좇던 일련의 과정은 옻칠장인의 가르침으로부터 시작된다.
정광복 작가에게 옻칠의 기초를, 카이스트 한호규 박사에게 재료연구학을 배우고, 안성의 칠예연구소 전용복 선생님으로부터 전문 옻칠기술을 전승받았다.
김미숙 작가는 정광복 작가에게 옻칠의 기초를, 카이스트 한호규 박사에게 재료연구학을 배우고, 안성의 칠예연구소 전용복 선생님으로부터 전문 옻칠기술을 전승받았다.
수채화는 물을, 유화는 기름을 용매로 사용하듯, 김미숙 작가의 옻칠회화는 옻에 색채안료를 배합하여 물감으로써 사용한다. 기본적으로 짙은 갈색을 띄는 옻칠은 조색된 색상 역시 일반 회화안료보다 더욱 깊이감이 느껴진다.
목재 프레임에 옻칠을 한 겹 입힌 후, 칠장에 넣어져 습식건조된 작품은 단단하게 경화가 된다. 경화된 표면의 탈락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포질 과정이 필요하다. 옻칠로 색상을 쌓아가고, 사포로 표면층을 갈아내어 섬세하게 명암을 밝혀나가는 과정이 수차례 반복된다. 구두를 닦아주어 물광내듯이, 물사포로 표면을 곱게 갈아내어 은은한 광과 고풍스러운 수행적 미를 담아낸다.
보통의 회화가 붓을 이용해 그림을 그려나간다면, 김미숙의 옻칠회화는 옻을 쌓고, 갈아주는 반복된 레이어 작업을 통해 도상을 표현한다고 볼 수 있다.
◈ 현실과 이상의 경계를 허물다...여인들로 은유되는 무릉도원
김미숙은 학부시절부터 인물을 그리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화폭에 담기는 인물들의 표정, 인상은 미묘하게 차이를 주어도 확 달라지는 새로움이 느껴지는 매력이 있었다고 작가는 기억한다.
김미숙은 학부시절부터 인물을 그리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화폭에 담기는 인물들의 표정, 인상은 미묘하게 차이를 주어도 확 달라지는 새로움이 느껴지는 매력이 있었다고 작가는 기억한다. 작품의 주된 도상인 여인들은 빛나는 여성성을 상징하며, 아름답고 빛나던 시기의 순간을 오래도록 보존가능한 천년의 빛, 옻칠로 구현된다.
사진: 작가의 작업 도구와 재료
찰나를 영원한 순간으로 추억하고자 한 열망은 작년부터 '무릉도원'이라는 주제로 나아간다. 여인의 머릿카락 혹은 의상, 배경 등에 나타나는 산수화는 전통 동양철학의 이상향을 자개로 수놓아지며, 현대인들에게 잠시나마 세상의 시름을 잊고 치유를 할 수 있는 상상적 공간을 제공한다. 세필로 찍어낸 것과 같은 세밀한 산수 자개작업은 자개기능장과 협업을 한 것으로 그 독보적인 퀄리티를 체감해 볼 수 있다.
작품 속 여인들은 작가 자신의 생활영역을 바탕으로 겪어왔던 경험들, 내면의 감정들이 독특한 기법과 색채로 체현되는 것이다. 엄마, 언니와 함께 살아왔던, 그리고 여중-여고-여대에서 겪었던 작가 현실환경 속 무수한 경험들이 여인들의 은밀한 시선과 그 너머의 무릉도원을 은유적으로 비춘다.
여자로써, 여자여서 느꼈던 감정들과 관계들을 풀어내는 것에 집중한 결과, 작품 속 미묘한 아우라를 전하는 여성들은 현실과 이상의 경계를 허물고, 작품을 바라보는 이 자신의 깊은 내면으로 한층 더 집중하게 하며 진정한 미美 를 만나보게 된다.
한편 2024년 3월 15일(금)부터 4월 2일(화)까지 열리는 MANSION9 upcoming exhibition→→도원경(桃源境)전시에서 김미숙 작가의 독보적인 옻칠회화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옻칠을 하다보면 생기는 알러지 현상; 옻이 오른다라고 표현을 하는데, 작가는 이렇듯 옻이 오르는 경험을 함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작업에 열중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옻칠화가로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맨션나인은 전통 재료가 현대적으로 승화되고 발전되는 그 역사적인 현장을 3월의 맨션나인에서 직접 확인해 보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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