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 정호승 프로필 -정호승 (Jeong Ho-seung) 시인 -출생 : 1950년 1월 3일, 경상남도 하동 -학력 : 경희대학교 대학원 국문학 석사 -수상 : 2008년 제23회 상화시인상 2001년 제11회 편운문학상 2000년 제12회 정지용문학상 1989년 제3회 소월시문학상
▲...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겨울 밤 막다른 골목 끝 포장마차에서 빈 호주머니를 털털~털~털어 나는 몇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하여 단 한번도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그런 날에도 돌연 꽃 소리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빈 호주머니를 털털~털~털어 나는 몇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하여 단 한번도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그런 날에도 돌연 꽃 소리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어느 날 문득 나와 내 인생을 객관화해 각자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게 된 것이다. 마치 오랜 세월 동안 사랑하던 남녀가 다정히 손을 잡고 가다가 잠시 손을 놓고 ‘이 사람이 정말 나를 사랑하나’ 하는 의구심을 지니고 서로를 응시하듯이.
그때 감전이라도 된 듯 화들짝 놀라 뒷걸음쳤다.
나는 내 인생을 위해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왔으나 내 인생은 나를 위해 열심히 살아오지 않았다는 느낌이 불현듯 들었다.
지금까지 나는 내 인생을 위해 어떠한 어려움도 무릅쓰고 모든 것을 다 해주었으나 내 인생은 나를 위해 해준 게 뭐가 있나 하는 생각이 삭풍처럼 가슴을 스치고 지나간 것이다.
그날 밤, 힘없이 인생의 손을 놓은 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인생이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인생이 진정 나를 사랑한다면 가난과 이별과 거듭되는 실패의 고통 속으로 그토록 토끼몰이 하듯 몰아넣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 나를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고통의 도가니에 빠져 허우적거린다고 생각되자 인생에 대해 강한 분노가 느껴졌다.
그래서 그날 밤 ‘술 한잔’이라는 시를 쓰게 되었다.
‘인생은 나에게/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겨울밤 막다른 골목 끝 포장마차에서/빈 호주머니를 털털 털어/나는 몇 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인생은 나를 위해 단 한번도/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눈이 내리는 날에도/돌연꽃 소리 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시는 분노에 의해 써지지 않으나 이렇게 내 인생을 시로써 분노하고 원망했다.
‘술 한잔’이란 사랑의 은유적 표현이다. 누군가가 “다음 주에 술 한잔 살게” 하고 말했다면 그건 그만큼 관심과 애정이 있다는 뜻이다.
반면에 누가 술 한잔 사준 적 없다면 그건 그만큼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돌연꽃 소리 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는 것은 인생이 결코 나를 사랑해주지 않았다는 절망감의 극명한 표현이다. 돌연꽃이란 석련(石蓮)을 말하는데 돌에 새겨진 연꽃이 다시 피었다 질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석련이 피었다 져도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절망감의 무게가 무겁다는 의미다.
인생에는 형식도 정답도 없다는 사실을 그때는 몰랐다.
어떤 정형화된 모범답안 같은 형식이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다른 사람한테는 불행한 일이 일어나도 내겐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 이런 고통을 주는가. 나는 지금까지 열심히 성실하게 살려고 노력한 죄밖에 없다.
그런데 내게 이럴 수가 있는가” 하고 절대자를 원망했다. 내게 고통을 주는 어떤 절대적 행위자가 있다고 생각하고 후미진 골목의 블록 담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그를 증오하고 원망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런 생각이 크게 잘못된 것임을 절감하고 있다.
인생이 나에게 술을 사줘도 한없이 많이 사주었으며 부모자식과 같은 깊은 사랑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신이 인간을 사랑하는 방법이 결국 고통의 방법이라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다. 지금 한 인간으로서 건강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인생이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지금은 분노와 원망에 의해 그런 시를 썼다는 사실이 몹시 부끄럽고 후회스럽다. 다행히 시는 은유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그 은유의 숲 속에 역설과 반어의 잎으로 짐짓 나를 덮는다.
인생에는 형식이 없다. 설정된 어떤 형식이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데에 문제가 있을 뿐이다. 그 형식 속에 실패와 좌절의 고통은 설정돼 있지 않고 소원의 성취와 성공의 기쁨만이 설정돼 있다는 게 더 큰 문제일 뿐이다.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인생에 형식이 있다면 바로 그것이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쓴맛을 보지 않고는 결코 단맛을 맛볼 수 없다는 것이 인생의 정답이다. 그래서 요즘 어떤 불행한 일이 일어나면 ‘다른 사람한테 일어나는 불행한 일이 이제 나에게도 일어나는구나. 내 차례구나’ 하고 겸허히 받아들인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원망할 것이다. ‘내 인생이 왜 이러나. 왜 이렇게 고통이 많고 풀리지 않나’ 하고 연민에 가득 찬 눈으로 자신의 인생을 바라볼 것이다. 그리하여 급기야 나처럼 인생이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고 분노할 것이다.
분노-원망으로 詩썼던 사실 부끄러워 그러나 그렇지 않다.
인생은 나를 사랑한다.
나를 사랑하는 인생의 마음이 어머니와 같다.
어머니가 아무런 조건 없이 나를 사랑하는 것처럼 인생도 아무런 조건 없이 나에게 ‘술 한잔’을 사준다.
어떠한 절망과 고통 속에서도 희망과 사랑의 술을 사준다.
그래서 요즘은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었다’라고 고쳐 읽는다.
이 시를 노래로 부른 가수 안치환 씨가 “인생이 정말 술 한잔 사주지 않았느냐”고 물었을 때 “사줘도 너무 많이 사줬다”고 대답했다.
정호승 시인
"소주 한잔 할래?" 라는말
막걸리 한잔 할래? 정말로 막걸리가 먹고 싶단 뜻이니, 막걸리 안 땡기면 거절해도 됩니다.
맥주 한잔 할래? 만나서 가볍게 웃고 떠들잔 얘기니, 그럴 기분 아니면 거절해도 됩니다.
하지만 소주 한잔 할래? 이 말은 좀 다릅니다.
진짜로 소주가 먹고 싶거나 가벼운 기분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힘들어서 일겁니다. 외로워서 일겁니다. 외로워서 힘들고, 힘들어서 외로운게 사는 일 아니겠습니까?
소주가 맛있어 먹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저 알콜에 물 탄게 소주 아니겠습니까? 그걸 굳이 조그만 잔에 홀짝홀짝 따라먹는 건 왜 이겠습니까?
이 쓴 소주를 핑계삼아, 만나고 싶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같이 놀자고 말하는 법을 잊어버린 어른들이라, 그저 같이 소주 한잔 하자는 말로 대신하는것 아니겠습니까?
숨바꼭질이나 발야구를 할 수 있던 시절은 지나가 버렸습니다. 젊음은 언제나 더 젊었던 날들에 바쳐지는 이름인 것도 같습니다.
너무 멀리 떠나온 우리는 이제 서로의 힘듦과 아픔을 온전히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건, 소주 한잔 함께 마셔주는 것 뿐입니다.
외로운 잔 홀로 비우게 하지 않는 것 뿐입니다. 괜찮다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다 이겨낼 수 있다고 취해서 큰소리칠 수 있을 때까지만이라도 함께 있어주는 것입니다.
비록 어두운 밤 어느 갈림길에선가 비틀비틀 헤어지겠지만, 아침이면 쓰린 속과 흐릿한 기억 뿐이겠지만,
그래도 외롭고 서글픈 밤에 쓴 소주잔 함께 비워 줄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당신 가슴 한 켠에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
"소주 한잔 할래?" 라는 말을 해줄, 말을 건넬 친구나 벗이 있다는 건, 참 인생을 잘 사신겁니다 그 친구 잃기전에 달려가십시오.
< 인생 두번은 살지못한다>
누가 그럽디다 인생 나이별로 구분을 해보면
10대 나이 때 부모님이 가는 곳은 , 무조건 좋아라 따라 나섰던 나이... 인생은 신기했습니다.
20대 나이 때 친구들과 함께라면 무엇을 하든 어디를 가든 그냥 좋았던 나이... 남자는 여자를 여자는 남자를 흠모하는 연보라빛 마음 인생은 무지개 였습니다
30대 나이 때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행선지를 묻지 않았던 나이... 인생은 데이트 였습니다.
40대 나이 때 어디 한번 가려면 애들 챙겨야 하고, 이것저것 준비로 걸리적거리는게 많지만 꼭 한번 가보고 말겠다고 다짐했던 나이... 인생은 해외여행을 꿈꾸는 것 같습니다.
50대 나이 때 종착역이 얼마나 남았나, 기차표도 챙기고 놓고 내리는 물건 없나 이것저것 살피는 나이... 인생은 기차여행 같습니다.
60대 나이 때 어딜가도 유서 깊은 역사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나이... 인생은 고적답사 여행 같습니다.
70대 나이 때 나이,학벌,재력,외모 등 아무것도 상관없이 어릴 때의 동무를 만나면 무조건 반가운 나이... 인생은 수학여행 입니다.
80대 나이 때 이때는, 누굴 찾아 나서기보다는 언제쯤 누가 찾아올까? 기다려지는 나이... 인생은 추억여행 입니다. 드문 나이
90대 나이 때 지금 누굴 기다리십니까? 아니면 어딜 가시려 합니까? 아무도 오지않고 갈데도 없는 나이... 눈도 귀도 근력도 다 떨어진나이 인생은 추억 여행 시간 여행 입니다
인생이란? 가는 승차권있어도 오는 승차권이 없으니 한장만 손에 쥐고 떠나는 단 한번 뿐인 여행과 같습니다. 인생은되돌아 오는 길이 없습니다 인생은 다시 라는 말이 없습니다 소풍 이라는단어가 아주정겹게 느껴지는 하루 어느 시인의 시귀 처럼 나 소풍 끝내고 돌아가리라
우리 인생 삶이 별겁니까? 돈 좋아 하다가 사랑 좋아 하다가 인생 끝 장면은 그렇게 끝이 난다니까요
술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
◯ 부주(不酒)=술을 아주 못 먹진 않으나 안 먹는 사람-9급 ◯ 외주(畏酒)=술을 마시긴 마시나 술을 겁내는 사람-8급 ◯ 민주(憫酒)=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기는 사람-7급 ◯ 은주(隱酒)=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고 취할 줄도 알지만 돈이 아쉬워서 혼자 숨어 마시는 사람-6급 ◯ 상주(商酒)=마실 줄 알고 좋아도 하면서 무슨 잇속이 있을 때만 술을 내는 사람-5급 ◯ 색주(色酒)=성생활을 위하여 술을 마시는 사람-4급 ◯ 수주(睡酒)=잠이 안와서 술을 먹는 사람-3급 ◯ 반주(飯酒)=밥맛을 돕기 위해서 마시는 사람-2급 ◯ 학주(學酒)=술의 진경(眞境)을 배우는 사람(酒卒)-1급 ◯ 애주(愛酒)=술의 취미를 맛보는 사람-초단 ◯ 기주(嗜酒)=술의 진미에 반한 사람(酒客)-2단 ◯ 탐주(耽酒)=술의 진경(眞境)을 체득한 사람(酒境)-3단 ◯ 폭주(暴酒)=주도(酒道)를 수련(修練)하는 사람-4단 ◯ 장주(長酒)=주도 삼매(三昧)에 든 사람(酒仙)-5단 ◯ 석주(惜酒)=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酒賢)-6단 ◯ 낙주(樂酒)=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 술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사람(酒聖)-7단 ◯ 관주(觀酒)=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이미 마실 수는 없는 사람(酒宗)-8단 ◯ 폐주(廢酒)=열반주(涅槃酒), 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9단
첫댓글 갑자기 노래가사가 생각나네요.
시도 좋고
여자도 무지 예쁘다^^
시 잘 감상했습니다.
저도 이시는 잘 몰랐는데꽤 오래전 가수 안치완이 부르는 노랠 듣고 가사땜에 뒤지다보니 이게 시 더군요
주말에 어울리는 시...
감상 잘했어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