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위를 서늘하게 식혀 줄 추천 공포소설 10선 -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로 지쳐가는 이 즈음이면 서점에 들러도 공포소설에 손이 가곤 합니다.
열대야를 서늘하게 식혀 줄 추천 공포소설 10선을 선정해 보았습니다.
1. <미저리> - 스티븐 킹
동명의 영화(위 이미지 중 오른쪽이 미국판 영화 포스터)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스티븐 킹의 역작입니다.
눈길에 교통사고를 당한 유명 작가 폴 셸던. 그의 열성 팬이었던 애니 윌크스가 그를 구조해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면서부터 두 사람의 피할 수 없는 악몽이 시작됩니다.
<미저리> 시리즈를 끝내고자 하는 작가와 그 시리즈가 계속되기를 바라는 독자의 팽팽한 대결이 장장 561페이지에 이르는 두툼한 소설을 단숨에 읽어내리게 합니다.
영화 <미저리>를 보셔서 원작소설은 보고 싶지 않으시다고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영화 <미저리>만 보셨다면 반쪽짜리 <미저리>를 보신 겁니다. 소설 <미저리>는 스티븐 킹 특유의 세밀한 묘사와 풍부한 유머 감각까지 겸비하고 있어서 영화 <미저리>보다 훨씬 풍부한 맛과 향을 즐길 수 있답니다. 스티븐 킹의 열성 팬이어서 팬 블로그까지 운영 중인 조재형 씨가 번역했다는 사실을 알고 읽으면 더욱 재미있는 걸작 공포소설.
2. <나는 전설이다> - 리차드 매드슨
윌 스미스 주연의 동명 영화(위 이미지 중 오른쪽이 국내 개봉 영화 포스터)로 영화화된 소설입니다.
정체 불명의 바이러스로 대부분의 인류가 죽고 흡혈귀만 득실거리는 세상에 홀로 살아남은 로버트 네빌이라는 남자의 고독과 공포를 가슴 시릴 정도로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미저리>와 마찬가지로 영화에서는 맛볼 수 없는 철학적 깊이가 옹골집니다. 제목이 상징하는 '전설'을 그저 세상을 구하는 헐리우드식 영웅으로 전락시켰던 영화와 달리, 소설은 '전설'을 인류의 마지막 흔적으로 상징하고 있어서 그 절망감과 여운이 훨씬 뛰어납니다.
중편 분량의 비교적 짧은 본편 뒤에 수록된 여러 단편들은 짭짤한 부록입니다.
3. <이프> - 이종호
미국에 스티븐 킹이 있다면 한국에는 이종호가 있다. <이프>는 미국산이나 일본산이 아닌 국산 공포소설도 얼마든지 재미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알린 이종호 작가의 수작입니다.
스뱅가리의 선물이라는 정체불명의 동영상 메일을 열어본 사람들이 하나, 하나 죽어갑니다. 그 사건을 쫓던 기자 도엽은 감당할 수 없는 진실과 마주치게 되는데...
영화화가 진행되고 있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전개와 반짝이는 아이디어, 진실의 끝에 놓인 전말은 책을 덮고도 가슴 싸한 여운으로 독자의 마음을 휘저어놓습니다. 동영상의 전파라는 내용과 반전이 다소 식상한 감이 있지만 그런 단점을 다른 장점들이 상쇄하고도 남는 멋진 소설입니다.
4. <붉은 죽음의 가면> - 에드가 앨런 포
에드가 앨런 포를 모르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포는 오늘날 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준 천재 작가입니다. 이미 하늘연못에서 그의 모든 소설을 <우울과 몽상>이라는 양장본으로 출간한 바 있지만, <붉은 죽음의 가면>은 그의 소설 중에서 공포소설 14편을 엄선해서 출간한 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양장본과 문고본을 별도로 출간해 독자의 입맛대로 구매할 수 있게 해준 출판사 측의 배려도 높이 사고 싶습니다.
표제작 <붉은 죽음의 가면>은 '적사병 가면'이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진 걸작 단편으로 세기말적 공포와 광기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1964년 로저 코먼 감독, 빈센트 프라이스 주연의 영화(위 이미지 중 오른쪽이 미국 영화 포스터)로 영화화되어 호평을 받았으나, 좀처럼 찾아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붉은 죽음의 가면> 외에 <검은 고양이>, <어셔 주택의 붕괴>도 영화화된 소설로 유명하며, <윌리엄 윌슨>이나 <아몬티야도 술통> 같은 단편들은 문학적 완성도도 높은 필견의 걸작들입니다.
5. <한국 공포문학 단편선> - 이종호, 김종일, 신진오, 우명희 외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한국은 공포소설이 그다지 인기가 없는 장르에 속합니다. 그러나 느끼한 스테이크나 스파게티 같은 외국 음식보다는 칼칼한 된장찌개나 불고기가 우리 입맛에 맞듯, 소설도 마이클이 샌프란시스코에서 활약하는 이야기보다는 철수가 지하철 3호선에서 뛰어다니는 이야기가 더 동질감 있기 마련입니다. <한국 공포문학 단편선>은 그런 독자의 갈증을 해갈시켜 주는 공포문학 창작집단 매드클럽의 고마운 시도입니다.
현재 2권까지 출간되었고, 3권 출간을 목전에 두고 있는 이 시리즈는 교통 지옥이나, 외톨이, 이웃 간의 불화, 부부 갈등 등 우리 주변의 현실에서 볼 수 있으며,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소재들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와 닿고 가슴 서늘한 이야기들입니다.
비록 1권은 19세 미만 구독불가라는 안타까운 판정을 받았지만, 앞으로도 굳건히 인기 시리즈물로 자리잡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6. <검은 집> - 기시 유스케
보험금을 노린 살인사건은 우리 주변에서도 곧잘 볼 수 있는 사건들입니다. 금전만능주의의 폐해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검은 집>은 보험금을 위해 존속살해도 서슴치 않는 사치코라는 사이코패스를 등장시켜 독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합니다. 사치코를 방울뱀의 15배에 달하는 맹독을 갖고 있다는 검은과부거미에 은유한 점도 재미있습니다.
본국에서도 영화화되었고, 우리 나라에서도 신태라 감독, 황정민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져 개봉(위 이미지 중 오른쪽이 국내 영화 포스터)되었지만 영화는 원작의 섬뜩한 맛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저는 한 치의 인간성도 찾아볼 수 없는 사치코라는 캐릭터가 정말 무서웠거든요. 그 캐릭터에서 굳이 인간성을 발견하려고 했으니 공포감이 반감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고 봅니다.
7. <폐허> - 스콧 스미스
<심플 플랜> 이후 좀처럼 차기작을 발표하지 않았던 스콧 스미스가 무려 13년 만에 들고 돌아온 신작 공포소설입니다.
멕시코의 휴양지로 놀러 온 일군의 젊은이들이 버려진 폐허에 들어갔다가 고립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이 소설은 처음부터 무작정 자극적인 사건으로 독자를 현혹시키지는 않지만, 노련한 미장이처럼 차곡차곡 긴장과 공포를 쌓아 스멀스멀 등줄기를 서늘하게 하는 공포소설입니다. 특히 극한 상황에 처한 등장인물들의 빼어난 심리 묘사는 독자를 소설 속에 풍덩 빠뜨려 몰입하게 하는 일등공신입니다.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져 미국 현지에서는 이미 개봉(위 이미지 중 오른쪽이 미국 영화 포스터)했지만, 역시 원작보다는 못하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정녕 원작을 뛰어넘는 영화는 찾아볼 수 없는 걸까요.
8. <손톱> - 김종일
<몸>이라는 옴니버스 소설로 황금드래곤문학상을 수상하며 등장한 작가 김종일의 첫 장편소설입니다.
다른 누군가가 되어 죽는 악몽을 꾸고 깨어날 때마다 하나씩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손톱. 주인공 홍지인은 자신이 왜 그런 악몽을 꾸며 손톱은 어디로 사라지는지 진실을 찾아 헤맵니다. 그리고 그녀는 감당할 수 없는 진실에 이르게 됩니다.
이 소설 역시 영화화 판권 계약이 되어 영화화가 진행 중일 정도로 기본 이상의 재미를 보장합니다. 일단 첫 장을 펼쳐 읽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을 정도로 굉장한 몰입감을 자랑하는데, 나중에 밝혀지는 진실도 독자를 멍하게 만드는 충격을 선사합니다.
<이프>와 함께, 우리 나라 공포소설은 재미없다는 편견을 시원하게 깨주는 멋진 공포소설.
9. <링 1 : 바이러스> - 스즈키 코지
이 소설이 아직까지 언급되지 않아서 서운하신 분도 계셨을 듯. 출간된 지 어언 17년이나 흘렀지만, 스즈키 코지가 새롭게 연 공포소설의 장은 여전히 퇴색되지 않은 의미로 남아 있습니다.
이 비디오를 보면 일주일 후에 죽는다. 정체 불명의 비디오테이프를 보고난 지 일주일이면 비디오테이프에 담긴 저주대로 한 날 한 시에 죽게 된 4명의 남녀. 주인공 아사카와는 이 사건을 파헤친 끝에 저주의 이면에 사다코라는 여자가 있음을 알게 되지만...
비록 여러 번 영화화(위 이미지 중 가운데가 일본 영화 포스터, 오른쪽이 우리 나라 영화 포스터) 되면서 악명을 떨쳤던 사다코의 텔레비전 출몰 장면은 소설에서 찾아볼 수 없지만, 그보다 더 섬뜩한 두 글자의 단어만으로도 충분히 보상은 됩니다.
저주의 전파라는 점에서 행운의 편지 모티브를 응용한 듯한 아이디어가 반짝이고, 그 배후를 추적해가는 과정도 굉장히 흥미진진한 공포소설의 마스터피스.
10. <귀신전> - 이종호
<이프> 이후 한 동안 신작 소식이 없었던 이종호 작가가 마침내 내놓은 따끈따끈한 신작입니다.
<분신사바>와 <이프>에서 보여주었던 침울하고 무거운 분위기는 온 데 간 데 없고, 개성이 톡톡 튀는 캐릭터들이 아옹다옹하며 귀신에 얽힌 사건도 풀고 퇴마도 한다는 내용의 가벼운 공포소설입니다만, 페이지를 열면 순식간에 읽어내려갈 정도로 몰입감과 재미가 뛰어납니다. 띠지의 "공포랑 놀자!"라는 문구가 보여주듯이 어린 시절 온 가족이 둘러 앉아 시청했던 드라마 <전설의 고향>처럼 온 가족이 돌려가며 읽어도 무방할 정도로 가족용 공포소설이랄까요. 하지만 액막이나 뺑소니 사고 등 지극히 한국적인 한이나 사회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작가의 일관된 테마는 이 소설에서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3권까지 출간될 예정이라는데 1권을 막 읽고 난 지금, 어서 다음 편을 보고 싶어 안달이 날 정도랍니다.
첫댓글 '나는 전설이다'를 읽어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