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보살과 무착 【무착문희(無着文喜, 821~900) 】 스님
무착문희(無着文喜, 821~900) 선사는 중국 당나라 때의 선승이다. 7살 어린 나이에 출가해 계율을 잘 지키고 경학에 열중했다.
뒤에 성공(性空) 선사를 만나 여러 지방의 다른 사찰들을 두루 참배할 것을 권유받았다.
그 말을 들은 무착은 곧바로 문수보살 성지 오대산(五臺山)으로 갔다. 그리고 오대산 금강굴에서 3년을 용맹정진하면서 문수보살을 직접 친견하기를 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대산 자락에서 소를 몰고 가는 한 노인을 만났는데, 그 노인이 묻기를,
“자네는 어떤 사람인데 오대산에 왔는가?”
“예, 문수보살을 친견하러 왔습니다.”
“문수보살을 친견할 수 있을까? 자네 밥 먹었나?”
“안 먹었습니다.”
노인이 그냥 지나가자, 노인의 모습이 범상치 않음을 느낀 무착은 자기도 모르게 노인의 뒤를 따라가다 보니, 웬 웅장한 절 한 채가 눈앞에 나타났다. 노인이 문 앞에서 “균제(均提)야!” 하고 부르니, 동자가 나와 소고삐를 잡고서 안으로 들어갔다.
무착도 뒤따라 들어가자, 그 때 동자가 아주 향기로운 차를 한 잔 가져왔다. 향기로운 차향과 상쾌한 분위기에서 얼떨떨해 있는데, 노인이 무착에게 물었다.
“자네는 어디서 왔는가?”
“남방에서 왔습니다.”
노인이 찻잔을 들어 보이며,
“남방에는 이런 것이 있는가?”
“없습니다.”
“이런 것이 없으면 무엇으로 차를 마시지?”
무착이 아무런 대답을 못하고 방안에 가득 찬 순금 장식물들에 눈을 주고 있었다.
“남방 불법은 어떻게 행하는가?"
(남방불법 여하주지 : 南方佛法 如何住持)
“말법(末法) 비구가 계율을 지켜 겨우 유지합니다.”
(말법비구 소봉계율 : 末法比丘 小奉戒律)
“대중은 얼마나 되는가?”
(다소중 : 多少衆)
“혹 300명도 되고 혹 500명도 됩니다.”
(혹삼백 혹오백 : 或三百 或五百)
무착스님도 한마디 묻고 싶었습니다.
“여기 불법은 어떻게 행합니까?”
(차간여하지주 : 此間如何住持)
“용과 뱀이 혼잡해 있고 범인과 성인이 동거하고 있다네."
(범성동거 용사혼잡 : 凡聖同居 龍蛇混雜)
“숫자는 얼마나 됩니까?”
(다소중 : 多少衆)
"앞으로 삼삼 뒤로 삼삼
(전삼삼 후삼삼 : 前三三 後三三)
무착은 노인의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다 어느새 날이 어두워져 무착은 노인에게 하룻밤 쉬어가게 해줄 것을 청했다. 이에 노인이 곧 바로,
“염착(染着 : 마음이 속세에 물들어 집착하는 일)이 있는 자는 자고 갈 수 없지”라고 하시고선, 다시 묻기를,
“자네 계율을 잘 지키는가?”
“아, 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지켰습니다.”
“그건 염착(染着)이 아니고 무엇이지?” 만약 집착하는 마음이 없다면 왜 계를 받았는가 하는 말이다.
또 무착 스님은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러자 노인은 동자를 불러 배웅하게 한 뒤에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미 어둑해진 길가로 나와서 무착은 망연자실한 채 동자에게 물었다.
“아까 노인께서 '전삼삼 후삼삼'이라 하시던데 도대체 무슨 뜻인가?”
그러자 동자가 갑자기 큰 소리로 불렀다.
“스님!”
부르는 그 소리에 무착은 엉겁결에 대답했다.
“왜 그러느냐?”
“그 수효가 얼마나 됩니까?”
동자가 다그쳐 물었다. 무착은 또 다시 말문이 막혀 동자를 보고 말했다.
“이 절의 이름이 무엇이냐?”
“반야사(般若寺)라고 합니다.”
동자가 말하며 가리키는 곳을 보니, 웅장했던 절은 어느새 간 곳이 없었다. 깜짝 놀라 돌아보니 동자도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사람과 절이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진 허공에서 게송 한 구절이 들려왔다. 문수보살이 무착에게 내리는 게송이었다.
면상무진공양구(面上無瞋供養具)
성 안 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요.
구리무진토묘향(口裏無瞋吐妙香)
부드러운 말 한 마디 미묘한 향이로다.
심리무진시진보(心裏無瞋是眞寶)
깨끗해 티가 없는 진실한 그 마음이 보배요,
무염무구시진상(無染無垢是眞常)
언제나 깨끗해 한결같음이 부처님 마음일세.
균제 동자도 절도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자리에 다만 오색구름 가운데, 문수보살이 금빛 사자를 타고 노니는데, 홀연히 흰 구름이 동쪽에서 와서 감싸버리고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무착이 게송을 읊었다.
각주사계성가람(廓周沙界聖伽藍)
온 누리가 그대로 성스러운 가람일세,
만목문수접화담(滿目文殊接話談)
눈에 가득히 문수보살 만나 말을 나누었으나,
언하부지개하인(言下不知開何印)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으니,
회두지현취산암(廻頭只見翠山巖).
고개 돌려 바라보니 옛 산과 바위 뿐일세.
무착은 문수보살을 직접 뵙고도 알아보지 못한 자신의 어리석음을 한탄하면서 수행에 더욱 힘쓰다가 앙산(仰山, 840~916) 선사의 문하에서 대오 각성해 앙산의 법을 이어받고 어디에도 거리낄 바 없는 대자유인이 됐다.
그런 후 어느 해 겨울 동짓날 무착이 팥죽을 쑤고 있는데, 김이 무럭무럭 나는 죽 속에서 문수보살이 거룩하고 장엄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문수보살이 옛날 오대산에서 있었던 일을 상기시키면서 먼저 인사말을 건넸다.
“무착은 그동안 무고한가?”
그러자 무착은 무엇을 생각했는지 갑자기 팥죽을 졌던 주걱을 들어 문수보살의 얼굴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문수보살이 깜짝 놀라서 말했다.
“이보게, 무착, 나일세, 내가 바로 자네가 그리도 만나고 싶어 하던 문수라네, 문수!”
무착은 이 말을 받아서 대꾸했다.
“문수는 네 문수고, 무착은 내 무착이다(文殊自文殊 無着自無着), 문수가 아니라 석가나 미륵이 나타날지라도 내 주걱 맛을 보여줄 테다.”라고 하자,
이삼대겁수행(爾三大劫修行)
내가 삼대겁을 수행해오는 동안
환피노승혐의(還被老僧嫌疑)
오늘에야 노승의 괄세를 받아보는구나
고호연근고(苦琥連根苦)
쓴 호박은 뿌리까지 쓰고
감고철체감(甘苽徹疐甘)
단 참외는 꼭지까지 달구나
문수보살은 이런 게송을 남기고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다.
위의 이야기는 선종에서 대단히 중요한 이야기로 내려오는 내용입니다.
'전 삼삼 후 삼삼'에 대한 문수보살의 화두가 오늘 날도 거론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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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잠깐 동안 고요히 앉으면, 강가 모래같이 많은 칠보탑을 만드는 것보다 낫도다. 보배탑은 끝내 무너져 티끌이되지만, 생각 깨끗한 마음은 부처를 이루는도다.
약인정좌일수유(若人靜坐一須臾) 승조항사칠보탑(勝造恒沙七寶塔)
보탑필경쇠위진(寶塔畢竟衰爲塵) 일념정심성정각(一念淨心成正覺
위에 게송은 무착문희 선사가 오대산에 가서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문수보살이 '직접' 문희스님에게 설한 법문이라고 합니다.
문수보살과 무착스님 벽화는 해인사, 운해사, 대구 용연사, 대구 화장암 등 간혹 있습니다. 사찰에 가시면 찾아보세요.~~^^
첫댓글 오늘도 통장 잔고를 헤아린다. 오호 통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