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홍준표의 서로를 겨눈 ‘배신자’ 낙인 놀이
유승민 전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이후 보수 진영 일각으로부터 줄곧 ‘배신자’라는 비판을 받아 온 데 대해 “같은 잣대라면 윤석열 대통령이나 홍준표 대구시장도 배신자”라고 주장하자 홍 시장이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를 끌고 들어가지 말라”고 맞불을 놓았다(서울신문 기사 인용).
유승민은 탄핵 정국부터 지금까지 보수진영으로부터 엄청난 공격을 받아오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 간 역적 간신이라는 이유에서다. 유승민은 자신이 왜 보수진영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는지를 분명히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탄핵과 관련돼 있어 그것이 자신의 족쇄가 되어 정치적 행보에 늘 걸림돌이었다는 것이다.
유승민은 다른 탄핵 역적들이 수두룩한데 자신만이 탄핵 역적 낙인이 찍힌 것에 대해 억울해 하는 모습을 보인다. 유승민은 “그런 식으로 따지면 윤 대통령은 물론이고 권성동·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등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홍 시장 전부 다 배신한 사람들로 드글드글하다”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에게 대들었다가 좌천당하고 나중에 박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하고 45년을 구형했다”고 했다. 자신이 탄핵 역적이면 저들도 모두 탄핵 역적이라는 것이다.
유승민의 이러한 하소연도 맞는 말이다. 권성동·장제원·김성태는 탄핵 당시 자당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주도하면서 거들먹거리는 모습은 마치 점령군의 모습이었다. 윤석열은 박 전 대통령을 엮기 위해 소수의 인연 검찰과 함께 온갖 죄명으로 수사 후 구속까지 했고 박 전 대통령이 감옥에서 살아서는 나올 수 없도록 45년을 구형까지 했기 때문이다.
당시 새누리당의 유승민·김무성·권성동·장제원·김성태 등 62인 의원들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찬성하여 탄핵이 의결되었다. 홍준표는 국회의원이 아니어서 탄핵 표결에 찬성표를 던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탄핵에 찬성하였던 인사다. 대통령 후보로 나선 홍준표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쏟아냈던 숱한 말들은 62인 탄핵 역적들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었다. 탄핵 수괴급 인사들이 탄핵에 집중하였다면 홍준표는 박 전 대통령의 숨통을 끊으려고 시도했다고 볼 수 있다.
유승민이 자신만 탄핵 배신자로 낙인 찍힌 것에 대해 억울하다는 것에 대해 홍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유 전 의원처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누구를 배신한 일이 단 한 번도 없다”, “나는 박 전 대통령과 당만 같이 했을 뿐이지 아무런 개인적 신뢰 관계가 없다. 박 전 대통령이 궤멸시킨 한국 보수집단의 재건을 위해 당을 맡았다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탄핵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든 책임을 내가 지고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킨 것”이라고 했다.
홍준표의 말 중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누구를 배신한 일이 단 한 번도 없다는 것은 일응 맞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박 전 대통령이 궤멸시킨 한국 보수집단의 재건을 위해 당을 맡았다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탄핵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든 책임을 내가 지고 박 전 대통령을 출당시킨 것이라고 한 것은 인정할 수도 없는 궤변이다.
홍준표는 새누리당 소속이었고 이후 2017. 3. 제19대 대통령 선거 자유한국당 후보, 2017.7. 초대 자유한국당 대표가 된 사람이다. 박 전 대통령이 2017. 3. 10. 헌법재판소에서 파면이 되자 경선을 통해 자유한국당 후보가 된 사람이다. 그런 홍준표가 박 전 대통령을 ‘박 전 대통령이 보수를 궤멸시킨’ 사람으로 지칭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판단이다. 보수를 궤멸시킨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 아니라 탄핵 역적들과 홍준표와 같이 탄핵에 찬성한 사람들 때문이라는 것을 정녕 모른단 것인가.
유승민, 홍준표 등 탄핵에 관련된 사람들은 어떤 누구도 자신들로 인하여 보수의 궤멸이 이루어졌다고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 유승민은 자신이 2016년 가을날 수상하고 음흉한 반역을 기도했던 것을 되돌아보고, 홍준표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쏟아냈던 악하고 거친 비난을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보수의 궤멸한 정당과 그 소속 인물들이 표를 얻기 위해 여전히 보수 흉내를 내고 있다. 그러한 정당과 인물을 지지하고 표를 주는 사람들 역시 자칭 보수인 척하고 있다. 이들은 입으로는 보수를 말하고 있지만 부끄러워할 줄도 모르고 있다. 이것이 소위 보수의 현재 모습이다. 유승민, 홍준표는 지금이라고 ‘나는 보수가 아니다’라고 선언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는 것이 정치인의 올바른 태도다.
유승민·홍준표의 서로를 겨눈 ‘배신자’ 낙인 놀이를 보고서도 입을 닫는 자칭 보수들도 배신자가 아닐까. 유승민·홍준표 그리고 탄핵 역적들이 정치에서 사라지지 않은 한 보수 재건은 요원하다. 배신자들이 보수의 자리를 꿰차고 있고, 이를 직시하지 못하는 우매한 대중이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참담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보수 재건을 위해 정통보수 조원진 대표와 우리공화당의 6년간 눈물겨운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가시밭길을 가는 그들의 앞날에 언젠가는 꽃길이 펼치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