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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시각장애아동의 어머니가 아이가 다니게 될 초등학교를 방문해 수업 참관을 한 뒤, 장학사로부터 부당한 모함을 받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한 뒤 자살한 사건과 관련해 유가족과 장애부모 단체가 울산교육청을 찾아가 항의하고 있다.(사진제공 : 울산장애인부모연대) |
울산에서 예비 초등학생 시각장애아동을 둔 어머니가 울산교육청 장학사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고 밝힌 뒤 자살한 가운데, 유가족과 장애인 부모들이 교육청을 찾아가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울산에서 시각장애아동 최아무개 군을 키우던 故 김아무개(35) 씨는 지난 2일 오전 11시부터 약 한 시간 동안 울산광역시 육아종합지원센터 담당자, 어린이집 담당 교사 등과 함께 울산광역시 육아종합지원센터의 장애아동학교 적응프로그램의 하나로 최 군이 입학하기로 예정된 ㄱ 초등학교에 방문했다.
김 씨는 담당 특수교사를 만나 교육 현장을 참관하고, 저시력 아동을 위한 확대교과서를 대여한 뒤 학교에서 나왔다. 그러나 이날 울산교육청 장학사는 세 차례 전화로 김 씨에게 ㄱ 초등학교 교감의 민원이 들어왔다며, ‘허가 없는 수업 참관으로 교권과 장애아동 인권이 침해됐다’, ‘나라 세금으로 만든 교과서를 무단으로 반출했다’고 따졌다. 이어 장학사는 김 씨에게 수업을 듣고 있었던 장애아동의 부모들과 학교 측에 사과하고, 교과서를 반납할 것을 요구했다.
김 씨는 육아종합지원센터의 자문교사를 통해 수업 참관 공문을 보내 양해를 구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장학사에게 알렸다. 그러나 장학관은 공문을 받은 바 없다며, 김 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몰아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저녁 김 씨는 남편인 최아무개 씨에게 심적 고통을 토로하기도 했으며, 다음날 오전 6시 30분경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더욱이 장학사는 김 씨 사망 후 장례식장에서 유가족들에게 ‘공신력 있는 학교를 학부모 개인보다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하는 등 책임을 회피하는 언사로 유가족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유가족과 울산 지역 장애인 부모들은 장애인 부모 사망사건 대책위를 꾸리고, 8일 울산 교육감과 면담에서 책임자 처벌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김 씨가 교육 행정 담당자들의 과실로 억울하게 죽었다며, 교육감과 사고 책임자가 유가족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과 사고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구했다. 또한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 예비 신입생 학부모 지원 강화, 학교 관리자의 장애이해연수 강화, 특수교육 업무 담당 장학사의 전문성 확보 등도 함께 요구했다.
이에 울산교육청은 이번 사건에 대한 교육청 차원의 감사를 진행하고, 징계가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오면 징계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재발 방지 대책과 최 군의 지원 계획도 수립하겠다고 전했다. 대책위는 12일 교육감과 재차 관련 사항에 대한 면담을 진행하기로 했다.
한편, 대책위는 9일부터 유가족 진정서와 호소문을 배포하고, 10일부터는 울산교육청과 울산 강북교육지원청 앞에서 출근 시간, 점심 시간 1인 시위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 ▲사망한 시각장애아동의 어머니가 학교에서 대여한 교과서. 아이가 학교에 다니게 되면 공부하게 될 교과서였다. (사진제공: 울산장애인부모연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