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어든이 세계 최대의 스포츠 사이트 ESPN에 올린 칼럼을 발번역이나마 해보았습니다. 우라와, 성남의 몰락과 포항 이야기 도 다양하고 아시아 두루두루 축구 이야기가 풍성하게 담겨 있어 번역하면서도 많이 배운 재밌는 칼럼이었습니다. 강추드리는 칼럼. 어디서 아는척 할때 써먹기 좋은 아시아 축구 이야기들이 꽤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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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의 저주"는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스토리는 이렇다. 어린 마법사는 아시아 최고의 영광을 누린 팀들이 대체 왜 호그와트 급행열차 탑승 시간보다도 짧은 영광만 누리고 금세 무너지는지 조사하는 것이다. 대회가 시작된 2003년 이후, 8번의 대회에서 7팀의 우승팀이 나왔다는 사실과 해리포터 시리즈는 7권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연결시켜보면 꽤나 흥미롭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알이티하드만이, 그 영광을 두번 누린 클럽으로 남아있다. 다른 팀들에게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트로피는 "불의 잔"에 가깝다.
2007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를 우승한 첫 일본팀이 된 우라와 레즈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4년 전 사이타마에서의 그 마법과도 같던 밤들을 생각하며, 우라와의 열혈 팬들은 그들이 그 날 도쿄 북부에서 6만명의 관중 앞에서 아챔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시즌 우라와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와 자국 리그를 동시에 석권하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그 날 이후, 현재 호주 감독 Holger Osieck이 이끄는 우라와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당시 우라와는 5경기만을 남겨둔 상태에서 2위 가시마 엔틀러스와 승점 10점 차이를 벌려놓고 있었다. 이전 해 챔피언인 우라와가 다시 한번 J리그 트로피를 들어올릴 것은 분명한 사실처럼 보였다. 그러나 아시아 대회에서 체력을 소진해버린 우라와는, 나머지 5경기 450분 동안 1골만 득점하고 승점을 3점만 따내는 끔찍한 모습을 보였다.
끝에서 두번째 경기에서 우라와는 여러분도 잘 아는 그 팀을 맞아 홈에서 패배를 거두었긴 했지만 (저는 누군지 잘 모르겠는데 이 이야기가 일본 축구에선 유명한듯;;;) 리그 마지막 경기는, 역대 J리그 역사상 최저 승점을 기록하며 이미 강등이 확정된 요코하마FC와의 경기였다. 그리고 요코하마가 1대0 승리를 거뒀다. 이 놀라운 뉴스는 홈에서 시미즈 S펄스를 상대하던 가시마 앤틀러스에게 전해졌고, 결국 가시마가 우승한다. 이는 가시마의 리그 3연패 중 첫번째 우승이기도 했다.
반면 우라와에게 이는 몰락의 시작이었다. 스타 플레이어는 떠나갔고, 우라와는 그 뒤 7위, 6위, 10위 성적을 이어나갔다. 반 정도 지난 이번 시즌에 우라와는 12위에 머물러있다. 우라와는 투명망토를 뒤집어 쓴 것처럼 중위권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
감바 오사카는 훌륭한 모습을 보이며 2008년 우승을 차지했으나 이 간사이지방의 구단 역시 J리그에서나 아시아에서나 이때와 같은 모습을 더이상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듬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는 다시 한국 땅으로 돌아간다. 포항 스틸러스는 아시아 역사상 최초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전신을 포함하여) 3번 대륙 트로피를 들어올린 구단이 되었다. 그들의 우승 드라마는 결승전에서 알이티하드를 상대로 한 승리와, 역사에 길이 남을 분요드코르와의 8강전을 담고 있다.
스틸러스는 운 나쁘게도 우즈베키스탄에서 3-1로 패했으나 2차전, 스틸야드에서 4대1로 승리했다. 그러나 몇 주 지나지 않아 분요드코르는 포항의 투톱, 데닐손과 스테보를 영입하며 복수에 성공했고 다른 K리그 구단들인 수원 블루윙즈와 FC서울 역시 대한민국 국가대표인 황재원과 최효진을 빼가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최악은 역시 사우디 아라비아의 알 아흘리가 감독 세르히오 파리아스를 빼간 것이었는데, 처음에 파리아스는 포항 보드진에 포항에 남겠다고 했으나 그 말을 지키지 않았다. 포항은 결국 2010년, 9위라는 전례없이 나쁜 성적을 기록한다.
아시아의 제왕 자리는 성남일화의 인상적인 플레이 덕분에 이듬해에도 한국에게 돌아갔다. 도쿄에서 좁 아한을 꺾으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은 성남의 자랑스런 역사에 한 획을 더했다. 성남보다 아시아에서 더 많이 우승한 팀은 같은 K리그의 포항만이 유일하고, 그나마 K리그에선 그 어느팀도 성남의 7회 우승 기록에 도전할 수 없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성남의 상태는 말그대로 "카오스"다. 2008년 AFC는 전년도 우승팀이 자동으로 대회에 출전하는 규칙을 없앴는데 (이전엔 전년도 우승팀은 바로 8강으로 직행하곤 했다) 이는 성남에겐 치명적이었다. 성남은 아시아 무대에서 고군분투 하는 동안 K리그에선 뒤쳐지며 2011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따내는데 실패했다.
대륙 무대에 도전할 수 없게되자, 유럽에서 으레 그렇듯, 선수들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뛸 수 있는 팀을 찾아 떠났다. 가장 큰 손실은 콜롬비아의 마법사 마우리시오 몰리나가 K리그 챔피언 FC서울로 이적한 것이다. 국가대표 골키퍼 정성룡은 FA컵 챔피언 수원 블루윙스로 떠났고, (듀어든은 아직 전광진이 한 짓을 모르는듯. 제가 좀 수정했습니다) 전쓰레기는 중국으로 떠났다. 스타플레이어는 오직 두 명 만이 남았는데, 2010 아시아 올해의 선수 사샤 오그네노프스키는 성남이 중국, 일본, UAE, 카타르의 오퍼를 거절했음에도 여전히 떠나고자 하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고 데얀 라돈치치는 부상으로 5개월을 날려버렸다.
하지만 사실, 성남에게 고통스러운 것은 아시아 진출 실패뿐만이 아니다. 한때 한국에서 가장 부자로 꼽히던 성남의 구단주는 이제 투자에 인색해졌다. "우린 이제 거지에요" 성남의 훌륭하고도 거침없는 감독 신태용이 시즌 초반 한 말이다. 아시아 내에서도 손꼽히는 어린 지도자 유망주인 신태용은 이번 시즌이 끝나면 팀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 시즌이 3분의 2 이상 진행된 현재, 성남은 리그에서 뒤에서 두번째다 (칼럼은 7월 31일날 쓰여졌습니다).
도쿄의 그날밤은 이제 너무 먼 일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아시아에서 우승을 한 팀들만 무너지는 건 아니다. 우승도 못해보고 무너진 팀도 있다. 우즈베키스탄의 분요드코르는 히바우두 같은 스타플레이어와 "빅" 필 스콜라리 같은 스타 감독을 영입하며 아시아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었다. 분요드코르에게 필요한 것은 더 이상 국내 무대 트로피가 아니었고, 그들은 아시아를 정복하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했으며, 스콜라리 역시 FIFA 클럽 월드컵에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결론은 "안 됐다". 분요드코르는 아시아 제패에 결국 실패했고, 스타 플레이어들과 엄청난 투자 역시 분요드코르를 떠났다.
몇 년 전만 해도 테헤란의 두 거인, 페르세폴리스와 에스테갈만큼 거대한 구단은 아시아에 없었다. 그러나 그들이 아시아 제패에 실패하며 그들의 명성이 점차 사그라드는 듯 하다. 그들은 놀라운 역사와 팬층을 자랑하고 있고, 여전히 이란 리그 타이틀은 식은 죽 먹듯이 쉽게 차지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아시아에 그들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동안 오히려 이란 리그에선 이 두 팀보다 작은 구단이라 할 수 있는 세파한과 좁 아한 같은 팀들이 아시아 제패에 더 가까이 다가 갔다는 사실은, 테헤란의 두 거인, 페르세폴리스와 에스테갈이 지난 5년간 합계 16명의 감독을 선임했다는 사실과 평행한다. (감독을 엄청나게 갈아치웠네요;;;)
일본에선 가시마 앤틀러스가 아시아에서 뭔가를 보여주려고 했으나, 그러는 동안에 일본 자국 내에서의 퍼포먼스 마저도 추락하고 있다. 2009년까지 3년 연속 리그를 제패한 가시마는 2010년 4위에 그쳤고 2011년, 이 일본에서 가장 성공적이고 인기 있는 구단은 현재 (믿을 수 없게도) 강등권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 트로피는 이 최고의 구단들을 "머글"로 끌어내리고 있는 듯 하지만, 그럴 수록 이 트로피의 매력은 더욱 커져가는 것이 사실이다. 잉글랜드의 성격 좋은 마법사 해리포터의 이야기는 이제 끝났지만, 동방의 이 마법보다 더 흥미로운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다.
첫댓글 이란은 조바한 세파한이 강팀이고 페르세폴리스가 인기팀이군요ㅋ
페르세폴리스와 에스테그랄이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이란 국대 홈이자 원정 팀의 무덤이기도 하죠.. 10만명의 위엄..)을 홈으로 쓰는 리그 전통의 양강이었고 인기도 단연 톱이었는데.. 최근의 추세를
보면 이스파한을 연고로 하는 두 더비 조바한과 세파한 쪽으로 무게중심이 넘어갔어요..
그럼 전북만 잘나가는 건가??ㅋㅋㅋ
전북의 위엄ㅋㅋㅋㅋ재밌게 읽었습니다 감사요
진짜 신태용 감독님 떠나는 건가 ㅠㅠ
글 재미있게 잘 봤어요^^해리포터와 연관시키다니..!!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