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돈과 행복의 관계]에
대한 강의를 준비하다가 몇
가지 개념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한가"는 행복 경제학(Happiness economics)의 가장 큰 논란거리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굳이 이론을 따지지 않더라도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여 돈을 벌면 사고 싶은 것을 사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으니 당연히 행복해집니다. 그런데 돈을 아주 많이 벌면 어떻게 될까요. 그런 돈을 벌어 보지 않아 잘 모르시겠다고요. 그러나 재벌가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언론을 통해 보고 있노라면 그들이 완벽하게 행복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리네 삶과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들도 기쁠 때가 있는가 하면 슬플 때도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한가"라는 주제를 학문적으로 연구한 사람이 있습니다. USC의 Richard Ainley Easterlin 교수입니다. 그는 1974년 "Does Economic Growth
Improve the Human Lot? Some Empirical Evidence"(경제 성장이 사람의 행복을 증진시키는가? 실증적 증거를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발표합니다. 그 논문에서 "일단 기본 수요가 충족되면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국가 차원의 행복은 경제력에 따라 증가하지 않는다"는
그 유명한 Easterlin paradox(이스털린 패러독스)를
제시하였습니다.
그 이후 이
주제에 대해 수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2008년 University of
Pennsylvania의 경제학 교수 Betsey Stevenson과 Justin Wolfers는 정반대 견해를 내놓았습니다. Easterlin paradox를
반박하면서 수입의 증가는 개인과 국가 차원 모두에서 주관적 행복감을 증진시킨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하였습니다. 물론 수입의 증가 속도보다는 아주 천천히 증가하지만, 행복이 만족 점에 도달하지는 않는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즉
수입이 오르면 행복감이 천천히 오르기는 하지만 오른다는 것이었습니다.
한편 당시 의심 없이 받아들여지던 이론 중에 하나가 Hedonic
treadmill (쾌락의 쳇바퀴 이론)이었습니다. 노스웨스턴대학교의 사회 심리학자 Brickman과 Campbel은 1971년
그들의 "Hedonic Relativism and Planning the Good
Society"라는 글에서 "사람은 외부적 사건과 변동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행복 기준점에 돌아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그
예로 복권에 당첨되어 극도로 행복하였던 사람이 얼마 지나지 않아 종전의 행복 수준으로 돌아간다거나, 사고로 다리를 잃어 극도로 불행했던 사람이 얼마 지나지 않아 예전의 평상심을 되찾는다는 등을 들었습니다.
쾌락의 쳇바퀴 때문에 우리는 물건을 살 때는 매우 행복할 것 같은데 사고 나면 그 물건이 주는 기쁨에 빠르게 적응하여 행복감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고 더 비싼 것을 사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 쾌락의 쳇바퀴 때문에 우리는 돈을 벌어도 더 이상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Easterlin paradox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Betsey Stevenson과 Justin
Wolfers의 Easterlin paradox에
대한 반론으로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되어 혼란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현실 세계에서 쾌락의 쳇바퀴는 존재하고 있어 이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 반론에 대해 Easterlin paradox 개념을 제시하였던 Easterlin 교수는 2010년 37개국의 자료를 모아 다시 재반론하여 Easterlin paradox가
여전히 유효함을 입증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는 여전히 통계학적 접근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핵심은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가"였습니다. 경험상 물건을 사고 나면 그때뿐 얼마 지나면 그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그 물건이 행복감을 증진시켜 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한편 돈을 더 벌면 여러 가지 좋은 일이 있어 행복한 날이 많은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좋은 식당도 가고 해외여행도 가고 콘서트도 가고 전시회도 가고 자선도 하는 등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행복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는가?" 아니면 "없는가?" 이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 명쾌한 설명을 하고 나선 사람이 있었습니다. 코넬 대학교의 Thomas Dashiff Gilovich 교수는 2004년 물건 구매라는 개념에 대비하여 경험 구매(Experiential Purchases)라는 개념을 만들어 냈습니다. 물건을 사면 쾌락 쳇바퀴 이론에 의해 행복감이 곧 사라지지만, 경험을 사면 물건을 샀을 때보다 행복감이 더
높고 더 오래 기억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의 이론을 들어 봅니다. "경험은 소유보다 사람을 더 행복하게 만든다. 경험에 대한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달콤해진다. 나쁜 경험도 좋은 이야기가 된다. 우리는 물건을 구매한 것을 이야기할 때보다 무엇을 경험한 것을 이야기할 때
더 즐겁다. 물건 구매에서 오는 행복감보다 경험 구매에서 오는 행복감이 더
오래간다. 경험 구매는 우리를 감사로 이끌고 우리를 더욱 친 사회적 행동을 하도록 이끈다."
Gilovich 교수는 결론적으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사람은 목표 지향적으로 진화되었다. 당신의 목표를 상기하라. 휴가 기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휴가를 어떻게 밀도 있게 지냈는지가 중요하다. 당신의 인생을 위해 무엇인가 특별한 경험을 하라."
제가 이 분야 전문가가 아니라 혹시 잘못 이해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대개는 이런 뜻일 것입니다.
저는 주말 내내 이 생소한 이론들과 씨름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이론이 일면 씩은 다
진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돈과 행복은 복잡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첫째 일정한 소득수준이 넘어서면 돈과 행복은 직접관계가 없습니다.
둘째 물건을 구매하는 것은 행복감을 오래 지속시켜 주지 않습니다.
셋째 경험을 구매하는 것은 행복감을 오래 지속시켜 줍니다.
결론적으로 행복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물건을 구매하는데 돈을 쓰고 나면 그 다음에는 물건 구매보다 경험 구매에 돈을 더 써야 합니다. 이러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돈과 행복은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여러분 휴가를 가서 쓰는 돈이 아까우십니까? 차라리 그 돈으로 전자제품이나 핸드백을 사면 낫지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으십니까? 그
생각은 틀린 생각입니다. 경험을 사십시오. 이번 여름 휴가 기간 중에 경험을 사기 위해 쓴
돈을 아까워하지 마십시오. 훗날 여러분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16.8.8. 조근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