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2013년 《에세이 문화》로 등단한 에세이스트 황성자의 여행 에세이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사하라 사막과 천년 고도 마라케시를 품은 모로코를 3년여에 걸쳐 세 번 여행하면서 만난 세상과 사람들에 얽힌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더없이 결핍한 가운데서도 천년이 넘는 고도의 골목을 그대로 지켜가면서 살아가는 모로코 사람들을 보면서, 잘 산다는 것을 넘어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를 뭉클하게 포착하고 있다. 지루한 에피소드가 아닌 여행에 만난 사람들과 새롭게 다가오는 세상을 마치 스냅사진을 찍듯이 그려내고 있다. 발로 뛰며 찍은 생생한 모로코 사진을 곁들인 간명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새로운 여행기의 형태를 보여주는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그동안 수필집 『아버지의 꽃지게』와 『단 하루의 마중』을 펴내어 독자들의 사랑을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여행 에세이집에는 「카사블랑카는 로맨틱한가요?」, 「정신과 육체의 경계 아래에서」, 「밥 말리와 지미 핸드릭스의 거리」 등 79편의 신작 에세이들이 수록되어 있다.
📜 목차
제1장 겨울 모로코
1. 떠나는 마음
떠나는 마음
카사블랑카는 로맨틱한가요?
낯선 시간과 공간 속에서
메디나에서 흥정하기
여행자의 시간
2. 겨울 아틀라스
마라케시의 아침 정경
산딸기 파는 아이들
물아일체
붉은빛 유혹
아틀라스 산맥을 바라보면 먹는 따진 맛
알라딘의 요술램프 탄생지
3. 천년의 시간을 걷다
베니멜랄
아무거나 인샬라
내가 홀린 도시에 잠든 슬픔
여행을 일처럼 하는 사람들
모로코 경찰에게 잡히다
해가 지는 나라 알 마그레브
죽음의 질주
아아 패즈Fez
와인 잔에 담아 온 청년의 마음
천년의 시간을 걷다
탕헤르 가난한 마을 현지인의 초대
4. 탕헤르에서 쉐프하우엔까지
탕헤르의 아침과 사람 마음 풍경
밀입국한 아이들의 허망한 시간
연기처럼 사라지는 인생
영혼 타령
거만한 교통경찰
회귀
제2장 여름 모로코
1. 거꾸로 걷는 시간
기내에서 만난 모로코 처녀
그렇게 여행은 다시 시작되고
거꾸로 걷는 시간
브런치 예찬
마라케시의 아침 정경
생쥐 소동 _ 99
소매치기 소년 _ 100
2 에사우이라 발치 아래에서
정신과 육체의 경계 아래에서
아르가나의 염소나무
밥 말리와 지미 핸드릭스의 거리
예술가들이 사랑한 천국 에사우이라
에사우이라 발치 아래에서
쇼핑센터 화장실에 대한 나의 고백
3. 여름 아틀라스
용서할 수 없는 그녀
풍요의 여신 아틀라스
지난겨울의 회상
아름다운 세티파티마 마을
산악가이드 유세프
미친 프랑스 청년
사하라에서 온 할아버지의 초대
4. 제마 알프나 광장의 두 얼굴
고마운 인샬라
제마 알프나 광장의 두 얼굴
구걸하는 아기와 빵 파는 아기
초록별이 출렁이는 밤
5. 사하라를 위한 위대한 여정
하얀 나비와 행운의 여신
밥 말리를 사랑한 사람들
아나콘다로드 마을 청년과 나의 동상이몽
천상의 카페에서
질주하는 틴기르 마을 소년
이상한 동행
히잡 쓴 여인의 초대
파란 수단 입은 소년과 르느와르 여인
토드라 협곡 뮤지션
자연에 순응하는 사람들
목걸이를 파는 소년
허공에 걸린 카페
광야의 슬픈 들짐승
사하라의 대부호
사하라 사막에서 만난 할아버지
하얀 나비와 베르베르족 소녀
6. 패즈Fez 가는 길
바람이 떨어트린 모래알 하나
풀잎 낙타
이상한 부자마을에서 염소 수육
자이다Zaida의 개
원숭이의 공격
반가워 나의 패즈
7. 물레야꾸 마을
이슬람교와 고양이의 존재
수카이나의 신념
당나귀 신세
남녀 혼탕이야?
올 크레이지 피플
물레야꾸 마을 아이들
잘 몰라, 왜 몰라?
8. 뱀파이어도 사랑했던 도시, 그리고 파란 마을
타죽어도 좋으리라
뱀파이어도 사랑했던 도시
이상한 엘리베이터
꿈과 현실의 거리
하늘로 날아간 아이
영혼을 파는 사람들
석 잔의 민트 차
벤자민의 파랑새
9. 카사블랑
아실라의 군인들
정어리와 노인
지옥에서 딴 운전면허증
카사블랑카의 달
돌아갈 준비
가입씨 좋아해?
개념 없는 인샬라
카페 총각
여행에 대한 나의 소회
🖋 출판사 서평
저자의 말
밀려오는 일상의 버거움을 참지 못하고 나는 떠났다. 비행기가 모하메드 공항에 착륙하는 순간 현재와 과거의 기억이 지우개로 지운 듯 사라졌다. 공항 인부들 발등을 타고 다니는 게으른 햇살과 질레바를 입은 사람들 사이로 의식은 빠르게 이동했고, 양어깨 위에 앉아 나를 누르던 현실의 무게도 사라졌다.
운전자와 보행자는 서로 크레이지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그 사이를 당나귀와 말들이 오간다. 여기저기서 구걸하는 사람들 손이 삐져나왔다. 벙벙하게 부풀려 코에 뒤집어쓴 채 걷는 소년의 눈동자는 허여멀건했고, 갓난아기를 안은 부인을 태운 오토바이 운전자는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질주한다. 뭐가 그리 재밌는지 낄낄대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교통경찰은 정신줄을 놓았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왔고 머플러는 부풀려져 팔랑거렸다. 나의 두 다리는 바람을 따라 방향을 틀었고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체기가 느껴질 정도로 울렁거리던 발걸음이 어느 지점에서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모든 의식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게 여행은 늘 그랬다. 현실에서 도망치듯 급하게 떠났고, 어느 순간 망각의 강을 건넜다. 현실을 잊은 게으름이 그리움으로 변할 즈음 나는 부리나케 일상으로 복귀했다. 어쩌면 나의 두 다리가 견고하게 이 땅을 딛고 서 있는 한, 나는 습관처럼 이역만리 머나먼 땅으로 날아가 망각의 강을 건너고, 다시 그 강을 건너 돌아오는 일을 반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