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낮에 근무를 하는데 함께 농악을 하던 지인들로부터 전화가 왔다.
저녁에 막걸리나 한 잔 하자 길래 흔쾌히 약속을 했다.
퇴근 후. 약속 시간이 아직 남아 있어서 집에서 쉬고 있으려니 마음이 요란해 진다.
날도 징허게 추운데 언제 마당바우까지 걸어간담 (10분 거리)
괜히 가겠다고 했네. 이제 못 간다고 하기도 그렇고...
남편은 언제 올지도 모르는데 암말 않고 가면 어디 갔나 찾을텐데...
전화벨이 울린다. 남편이다.
감기약 먹고 푹 자라고 한다.
약속이 있다는 애기를 해야 할까? 아님 어차피 남편은 나보다 늦게 들어올지도 모르니 아무말 말까? 모르면 다행이고 알면 어쩔수 없고..
생각이 빠르게 스쳐간다. 감기에 걸려 아프다면서 밤에 나간다면 좋아하지 않을건 뻔한 일임을 알기에 선뜻 애기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말없이 갔다와서 들킨 후 애기하는 것보다 얘기를 하고 가는 것이 도리임이 느껴져 자초지정을 애기 했다.
남편이 볼멘소리로 “알아서 마음대로 해” 하며 전화를 끊어 버린다.
이 속없는 여자야~ 전화기에서 여운이 흐르는 듯 하다.
그렇다고 안갈 나도 아닌데. 감기 걸렸으니 집에서 쉬는게 좋지 않냐고 부드럽게 하면 덧나냐?
내 맘속엔 이미 가기로 맘먹고 있음인지 남편의 환난 마음은 아랑곳 없이 나의 행선지를 보고 했음에 편한 마음으로 집을 나설 생각에 한결 가벼워짐을 느끼고 있다.
까짓 추위쯤이야 .. 꽁꽁 싸고 가면 그만이지.. 일찍 잔다고 감기가 낫나?
오만 방자한 마음들이 일어나고 있다.
그럼 좀전까지 날이 춥고 걱정스럽고 불편하던 마음은 뭐란 말인가?
본지가 오래된 그들이 전화 했을때 반가움에 약속은 했지만 그들과 내가 어울려 주절대는 시간을 남편이 편한 마음으로 수용하지 못함을 알기에 가기 싫은 마음과 그들을 만나면 반갑고 편안하게 약속은 했으니 지켜야 된다는 마음이 서로 다투고 있었음이리라...
첫댓글 가기 싫은 마음이 춥기도 해서이지만 아마도 남편에 말할 것이 더 걸렸나 보네요 ..그러니 말을 하고 나니 남편이 싫어해도 홀가분해진 것이구요 ... 화가 나면 좋은 말이 나가지 않지요?..그러듯 남편도 그러는 것이겠지요 ..그 화난 마음속에는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