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7막7장>을 스무살이 넘어서 읽었다. 러시아로 유학을 간 교회 친구에게 보내줄려고 샀다가 밤을 새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치열하게 삶을 살았던 그의 십대가 부러웠고, 아무런 준비없이 막막하던 나의 이십대가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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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롤드 사장이 되었을 때도, 정치인이 되었을 때도, 또 올가니카를 통해 환경보호에 앞장 설 때도 <7막 7장>의 그림자 때문인지 어딘가 모르게 좀 더 친근한 느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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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책이 나왔다고 했을 때, 이제 정치를 다시 시작하려는가 생각했다. 중앙일보에서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인터뷰를 보고나서 그가 왜 이 시점에 책을 썼는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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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당당하게 밝히고 인간의 노력과 하나님의 은혜가 만날 때 성공이 있다는 이야기들을 통해 인간의 연약함에 대해서 그리고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서 늘 인식하고 있는 것은 어린시절부터 심겨온 신앙의 힘이 생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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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는 좀 더 성경과 신앙에 집중했더라면, 자신의 고민과 여러가지 풀어놓는 주제들이 하나로 연결 되면서 정리가 되었을 텐데, 신앙은 있지만 성경이 중심이 되지 않기 때문에 여러가지 다양한 사상들이 혼합되어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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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무언가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일반은총과 공공선을 극대화 하는 면에서 보면 훌륭한 시민의 삶으로 보이고 또 다양한 책들을 통해 얻은 지식을 자신의 삶의 명제로 삼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반듯한 지식인의 모델을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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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인용하는 다양한 명구들은 다시 한번 꼽씹어 소화하고 싶은 좋은 문장들이 고, 글을 쓰는 것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고 표현하는 방식도 좋고, 어디 하나 걸리지 않고 술술 읽히는 문장의 전개방식도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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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부러워할지도 모르겠다. 성공한 CEO가 세계 각국을 돌면서 배운 지식들을 이야기하고, 또 각층의 사람들을 만나고, 고전을 통해 배운 철학들을 삶의 모델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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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쉬운 것은 그렇게 치열한 10대를 살았고,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성공한 CEO로 살아가지만, 좀 더 신앙적인 세계관을 가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신앙적인 세계관을 통해 더 많은 부분들을 통합적으로 생각했다면 지금보다 더 명확한 삶의 방향을 찾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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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헌터는 기독교의 지도자들이 '권력'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거나 권력을 긍정적으로 생각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력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기독교적 삶인지를 가르치는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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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고지론도 미답지론도 다 답이 아니라고 말하고, 기독교적 권력의 사용방식이란 지금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자리에서 아래로 힘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더 영향력있는 사람이 되고 싶거나, 더 많은 것을 변화 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더 아래로 섬기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는 복음적 삶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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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 대한 내용을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자녀를 키우는 아버지의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안쓰러웠다. 마약을 소지했던 딸에 대해서 여러가지 감정이 있었겠지만 가장 큰 것은 미안함이었다. 아버지로서 그는 딸을 잘 돌보지 못했던 미안함과 앞으로 딸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다짐은 두 번의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책임있는 아버지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7.
"인생의 위대한 비밀은 존재의 목적을 발견하고 성취하는 극소수가 되는 것이다." 라는 그의 마지막 도전은, 나이 50을 먹은 사람의 발언치고는 좀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런 식의 문장들이 책의 곳곳에 자주 등장한다.) 솔직하고 담담한 그의 고백을 읽으면서 때로는 공감을, 때로는 그 추진력과 집중력에 감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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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콜 글래드웰은 <타인의 해석>에서 우리가 흔히 저지라는 실수는 상대방에 대해 잘 모르면서 나의 생각 속으로 사람을 제단하는 것이라 말했다. 어느 누군도 타인에 대해 완전히 알 수 없다는 겸손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이 책을 읽으면서 정치인 홍정욱, 경영인 홍정욱, 인간 홍정욱에 대해 나만의 오해들이 많았음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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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자신의 감정을 글이라는 매개를 통해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문장력에도 박수를 보낸다. 주일 오후 피곤한 시간이었기에 읽다가 잠이 오면 자려고 했는데, 끝까지 다 읽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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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되었건, 누군가의 마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귀한 일이다. 그래서 언제나 삶은 서로가 필요하고 자신의 삶을 나누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마치 홍정욱이라는 한 개인과 옆에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 한 느낌이다. 앞으로 인간 홍정욱에 대해 더 응원할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더욱 신앙적이 되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