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 허브 배초향(방아잎)…
독특한 향으로 여름 입맛 찾아줘
요즘은 보통 허브라고 하면 로즈마리, 케모마일, 페퍼민트 같은 서양에서 도입된 식물을 떠올린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박하, 머위, 배초향 같은 토종 허브들이 있다.
특히 배초향은 옛 고향집 마당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었던 식물로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허브다.
배초향이란 이름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꽃 모양을 보면 익숙한 식물이라는 것을 안다.
배초향은 방아잎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방아라는 이름이 들어있는 방아풀과는 거리가 멀다. 그 이외에도 방애풀, 토곽향, 곽향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지고 있다. 외국 이름도 ‘Korean herb’로 우리나라 대표 토종 허브라고 할 수 있다.
배초향은 꿀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므로 한 번 심어 두면 두고두고 잎을 얻을 수 있으며 늦여름부터 가을 내내 고운 꽃구경도 할 수 있다. 키는 높이 60~120센티미터 정도 자라는데 많은 가지를 만들어 낸다.
꽃이 별로 없는 7~9월에 피는 꽃은 개화기간도 길고, 한 번 심어 놓으면 특별한 관리 없이도 매우 잘 자란다. 꽃은 아주 작고, 색깔은 진하지도 연하지도 않은 아름다운 보라색이며 꽃잎보다 더 길게 수술이 나와 있다. 우리가 먹는 잎은 길쭉한 심장모양으로 생겼으며 두 장씩 서로 마주 난다.
생채, 건초까지 버릴 것 없어
배초향은 생명력이 강하고 병충해도 거의 없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재배할 수 있다. 또, 다년생 식물로 가을에 씨가 떨어져 이듬해 봄에 자연적으로 발아한다.
배초향의 잎과 줄기는 어릴 때에 식용하는데, 민간에서는 봄철에 나물이나 생채로 먹어왔다. 여름부터 초가을까지는 쌈채소로 먹는다.
특히 6~7월에 채취해 말린 전초(全草)를 곽향(藿香)이라 하는데, 이 역시 귀한 약차로 여겨진다. 동의보감에서는 곽향에 대해 맛은 맵고 성질은 매우 따뜻하며 독이 없으며 소화기 계통의 기능을 돕고 통증을 완화한다고 기록했다.
특히 배초향의 잎에는 암세포 성장분화와 관련된 신호전달의 한 부분의 결합을 저해하는 능력을 가지는 루테인과 항산화활성을 가지는 로즈마린산이 함유돼 있다.
10여년전에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배초향 추출물이 콜레스테롤 감소와 축적 억제에 효과적인 것으로 밝혔고, 동맥경화, 고지혈증과 심장병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토종 향신료로서의 가치 커
배초향은 무독무해하고, 부작용이 없어 잎, 줄기, 꽃에 이르기까지 다 먹을 수 있다.
독특한 향은 이미 향신료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고, 음식에 맛을 더해줄뿐더러 유해한 미생물까지 제거해 준다. 또, 말려서 차(茶)뿐 아니라, 향신료, 허브 양념, 천연 조미료 등 식용과 약용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이밖에도 배초향은 경상남도 지역에서는 물고기의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 추어탕에 넣어 먹거나 생선회에 곁들여 먹는다. 돼지고기를 삶을 때 넣으면 잡냄새를 제거해 주고, 쌈으로 먹으면 달콤한 향과 맛을 더해준다.
덧붙이면 산채로 널리 식용되는 곰취, 참나물, 더덕, 도라지 등 토종 향료식물이다.
조상들은 백합, 박하 같은 향기로운 들풀을 뒷마당 장독대 주변에 심어 퀴퀴한 냄새가 나는 것을 막았다고 하는 것이 비춰보면 우리나라에도 허브는 일상적인 식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
깻잎과 비슷한 용도로 활용 가능
배초향은 비교적 추위에 잘 견디기 때문에 중북부지역에서도 잘 자라지만 이른 봄에 새싹이 나오는만큼 서리 피해를 받지 않는 남부지역에서 재배가 유리하다. 재배환경은 일조량이 많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생육이 양호하고 품질도 좋으며, 토양은 토심이 깊고 어느 정도 습기가 유지되는 물빠짐이 좋은 양토나 사양토가 적당하다.
로즈마린산과 정유 함량이 가장 높은 배초향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개화직전이 수확 적기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잎의 채취 시기는 이용하고자 하는 목적에 따라 그 수확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
농촌진흥청 따르면 배초향은 근래에 와서 향신료의 수요가 늘어나고 특히 로즈마린산 함량 이 높은 식물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재배 생산을 시도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 소면적으로 재배되고 있으므로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으며 국내 수요도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배초향은 깻잎과 비슷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으며 향기도 좋아 가공상품 개발과 용도개발 등을 통한 수요 확대와 재 배 생산을 시도해 볼 만하다.
출처 농업인신문 성낙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