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를 알 수 없는 짙푸른 바다에 닻을 내리고, 해류를 따라 닻줄을 풀었다 감기를 반복하는 배. 아무리 무서운 바람이 불어와도 한자리에 멈춰선 채로 견뎌야 하는 새우잡이 배가 멍텅구리 배다.
멍텅구리 배는 직사각형의 상자 모양으로 지은 뭉툭한 무동력선이다. 생김이나 동작이 동해안에서 잡히는 멍텅구리를 닮아 그렇게 불렸다. 큰 올챙이 같은 모습의 멍텅구리는 뚝지라고도 하는데 동작이 매우 굼뜨고 느리다.
새우는 스스로 물길을 가르며 이동하지 못하고 해류를 따라 이동해, 뱃사람들은 닻을 놓고 기다리며 물때에 맞춰 하루 4번씩 그물을 걷어 올려서 잡는다.
멍텅구리 배는 일이 고되기로 유명하다. 모기장처럼 촘촘한 그물을 걷어 올리는 일은 만만치 않다. 멍텅구리 배와 그물이 이동하지 않도록 지탱하는 무거운 닻을 끌어올릴 때는 모든 사람이 용을 써야 한다.
선원들은 한번 출항하면 2~3개월 꼼짝없이 바다에 갇힌 채 햇살과 싸우며 선주들이 날라다 주는 음식으로 끼니를 때워야 했다.
이렇게 일이 힘들다 보니 뱃사람을 구하는 것이 일이었고, 배 안에서는 구타와 협박이 잦았다.
“편의점은 일단 시작을 하게 되면 그 순간 새우잡이 배를 타는 것과 같은 신세가 됩니다. 예상했던 만큼 수입이 안 돼서 그만두려고 해도 해지 위약금이니 인테리어비니 해서 터무니없는 금액을 요구하고, 판매 대금을 늦게 입금하면 고리대금보다 더한 페널티를 물리고….”
대기업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털어놓은 가슴에 묻어둔 억울함이다. 편의점 5곳 가운데 4곳은 남는 게 없는 장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노예계약에 묶여 별다른 대응도 못하고 불공정 거래를 감수하는 게 실상이다.
멍텅구리 배는 1987년 태풍 셀마로 12척이 침몰하고 53명의 큰 희생을 치른 뒤 보상 절차를 거쳐 폐선됐다. 어느 쪽으로든지 혼자 힘으로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를 못하고 풍랑을 맞아야 하는 멍텅구리 배가 뭍으로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