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승 자전거 타기
복음 : 마르 4,26-34
“그 사람은 어떻게 그리되는지 모르고, 땅이 저절로 열매를 맺게 한다.”
오늘 주님은 하느님 나라를 씨와 열매의 비유로 설명하십니다.
이 세상 나라와 하느님 나라의 차이점을 얘기하는 거지요.
노자의 가르침에 견주어 얘기하면 이 세상 나라는 인위적입니다.
인간본위 또는 자기본위라고 하면 더 적절할까요?
하느님도 없고 땅도 없습니다. 내가 씨 뿌리고, 내가 싹트게 하고, 내가 자라게 하고,
내가 열매 맺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하려고 합니다. 온통 “내”가 하는 겁니다.
이에 비해 하느님의 나라는 씨는 내가 심지만
싹이 트고, 자라고, 열매 맺는 것은 땅이 저절로 그렇게 하게 합니다.
“저절로”라는 말은 人間行爲의 無爲라는 뜻이고, 하느님께서 땅이 그렇게 하도록 하신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땅, 자연은 하느님께서 하게 하신 그대로 하는데,
인간은 하느님께서 하게 하신 대로 하지 않고 자기 생각대로 그리고 자기 힘으로 하려고 합니다.
이것이 인위적인 겁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인간에게 큰 은총을 베푸셨습니다. 씨는 우리가 심게 하신 겁니다.
그리고 애쓰지 않고 코 풀게 하셨다고 할까요?
애쓰지 않고도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그 중간 과정은 하느님 당신이 알아서 해주십니다.
무엇을 해야겠다는 의도는 인간에게 맡기신 겁니다.
자유의지를 무척 존중하신다는 거고, 그것이 당신 사랑이라는 겁니다.
선의를 가지고 무엇을 할 수 있고, 악의를 가지고 무엇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악의를 가지고 무엇을 하는 것은 하느님께서 싹트게 하고, 자라게 하고, 열매 맺게 하실 수 없습니다.
아무리 전능하신 하느님이라도 본성에 어긋나는 걸 하실 수는 없으시니
선하신 하느님께서 악한 것이 자라고 열매 맺게 하실 수 없습니다.
반대로 우리가 선의로 무엇을 하려고 하면
선을 싹트고 자라고 열매 맺게 하는 것은 당신의 전문이시니
우리가 뭘 하겠다고 나서지 않을수록 더 많은 열매를 맺게 하십니다.
하느님께서 하시도록 내가 하지 않는 것, 하느님께서 하시는 대로 나를 맡기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것입니다. 無爲의 爲이지요.
2인승 자전거를 타는 셈입니다.
마라톤 연습을 하러 한강변에를 가면 많은 연인들이 2인승 자전거를 타고
아빠와 딸이 2인승 자전거를 탑니다.
해질 저녁 무렵 그렇게 자전거 타는 것을 보면 너무 아름답습니다.
그때 남자친구와 아빠는 여자 친구와 딸이 가자는 곳으로 데려 가는 것이 기쁨입니다.
여자 친구와 딸은 남자 친구와 아빠가 운전하도록 운전대를 맡기고
그저 페달을 같이 밟음으로 힘을 보탤 뿐입니다.
2인승 자전거처럼 하느님과 우리는 한 곳을 향해 가고 같이 갑니다.
사랑으로 가고 사랑을 향해 갑니다. 가는 길이 쉽고 행복합니다.
김찬선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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