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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노동자들과 한국에 있는 스리랑카 절의 관계는 어떻게 되나요? 서로 돕는 것이 있는지, 힘들 때 스리랑카 절에 가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미얀마는 군사 정부가 들어선 후 젊은이들이 해외로 취업을 많이 나가고 있는데, 한국에는 대부분 남성들이 많이 와 있는 것 같습니다. 미얀마 여성들도 한국에 와서 취업을 할 수 있나요?
스리랑카 절이나 미얀마 절 외에도 노동자들을 도와주는 기관이 있습니까?
정신적인 위로가 필요하다면 어떤 정신적 위로가 필요한지 궁금합니다.
마지막으로 미얀마에서 온 키티사라(Kittisara) 스님이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한 후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절에서 예불이나 생일 축하, 장례식만 할 게 아니고 같이 모여서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를 나눠보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고 절이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얘기하는 장소가 되면 좋겠어요. 그것은 스님이 지도해 줄 수도 있고, 아니면 자기네끼리 모여서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정토회 역시 어떻게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 같이 협력해서 체계적인 방법으로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면 좋겠다는 제안을 드려봅니다.”
두 시간 동안의 대화를 마치며 스님이 정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지금 두 분이 해준 의견을 정리해 보면, 한국이라는 다른 문화권에 와서 살면서 겪는 어려움이 두 가지인 것 같습니다. 하나는 정신적인 어려움이고, 하나는 물질적인 어려움인 것 같습니다. 정신적인 어려움은, 첫째, 고향을 떠나 있으니까 외로움이 큰 것 같아요. 특히 외국에 나와 있을 때 고향에 있는 부모님이나 가족이 돌아가시게 되면 더욱 외로움을 느끼게 됩니다. 둘째, 자신의 정신적인 방황과 번뇌를 누군가에게 충분히 내어놓고 얘기를 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이야기는 자국의 언어로 얘기해야 충분히 마음을 내놓을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스리랑카, 미얀마, 태국에서 많은 스님들이 오셔서 그런 역할을 해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외국인 노동자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방법
물질적인 어려움을 해결해 주는 것은 한국에 있는 불자들과 정토회가 해야 할 일인 것 같습니다. 첫째, 법률적인 문제에 대해 자문을 해주는 겁니다. 둘째, 몸이 아플 때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입니다. 비보험자나 불법 체류자들의 경우 의료보험의 혜택을 누릴 수가 없기 때문에 정토회에서도 병원을 설립하려고 하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정토회는 자원봉사자로 운영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병원을 세우는 건 큰 문제가 아닌데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의사를 구하기가 매우 어렵네요. 의사는 나이가 80세가 되어도 돈을 벌 수 있으니까 다른 직업처럼 퇴직하고 자원봉사자로 일하겠다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대학생 시절부터 정토회 활동을 해서 의사가 된 사람들을 전부 불러 모아서 강제로 명예퇴직을 시킨 다음에 이 문제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웃음)
셋째, 노동자들이 사는 지역에서 가까운 곳에 그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나 공간을 확보해 주는 것입니다. 정토회에서는 일 년에 두 차례씩 외국인 노동자들을 데리고 사찰을 구경하거나 즉문즉설을 함께 했는데,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중단이 된 상황입니다. 앞으로는 정토사회문화회관에서 각 나라별로 일 년에 몇 차례씩 법회나 미팅을 할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해 볼 계획입니다.
함께 협력해야 할 과제
여러분께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이 문제가 곧 여러분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한국 안에서 일어난 문제이니까 한국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또한 여러분들의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기 겪는 어려움이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함께 협력해서 이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관심을 좀 가져달라고 오늘 이런 미팅을 주선했습니다.
베트남의 경우에는 지난번에 제가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 베트남 불교협회 지도자들과 만나서 이 문제를 같이 해결해 보자고 의논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 베트남 사람이 30만 명이 살고 있고, 베트남에 한국인이 10만 명이 살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서로 도울 수 있는지를 찾아본다면 많은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 모두가 동의를 했었습니다.
정토회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돕기 위해 안산에 다문화센터를 개원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각 지역마다 하나씩 다문화센터를 열려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자주 오셔서 이분들에게 정신적인 위로를 많이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INEB 방문단 모두 큰 박수로 스님의 제안에 동의를 표했습니다. 간담회를 마치고 스님은 누안 님과 얀나잉표 님을 불러서 따로 제안을 했습니다.
“미얀마 친구들과 스리랑카 친구들을 불러 모아서 일 년에 한 두 차례는 함께 소풍을 가거나 전통 음식을 차려 먹거나 고민을 이야기하거나 하는 자리를 만들어 봐요. 저도 꼭 시간을 낼게요. 미얀마의 날, 스리랑카의 날, 이런 프로그램을 같이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힘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네, 감사합니다. 준비해 보겠습니다.”
스님은 두 분을 다시 한번 격려해 준 후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불교 언론 그리고 NGO 활동가들과 대화
오후 2시부터는 불교 언론과 불교 NGO 활동가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BTN 기획제작부 차장 김범수 님, 법보신문 편집국장 남수연 님, 불광신문 편집장 김남수 님, BBS 기자 이석호 님, 사단법인 더프라미스 상무이사 김동현 님, 불교환경연대 사무국장 한혜원 님이 참석했습니다.
서로 인사를 나눈 후 스님이 오늘 모임을 마련한 이유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이 자리를 마련한 이유는, 첫째, 정토회뿐만 아니라 한국불교 전체가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입니다. 둘째, 여러분들의 관심사와 정토회의 관심사가 맞지 않는 부분도 많이 있을 겁니다. 그러나 한국불교 안에는 여러분의 관심사와 맞는 단체들도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단체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오늘 서로 대화를 나눈 후 여러분들끼리도 다양한 관계를 맺고 활동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이렇게 여러분들이 한국과 인연의 폭을 넓혔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어제 여러분들이 갔던 운문사, 불국사, 자재병원 등은 모두 한국불교의 한 모습입니다. 여러분들도 본인의 나라 상황에 맞게 활동을 하시면서 서로 연계를 맺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은 각 단체와 모임을 대표해서 한 명씩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그것이 불교 사상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자세히 소개해 주었습니다.
이어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미디어, 언론, NGO는 INEB 방문단 모두가 관심을 갖는 주제이기에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보다 K팝, K드라마 등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은 젊은 사람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다가가고 있나요?
법보신문에서는 어떻게 재정 수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나요?
챗GPT에게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고, 누구나 개인 방송을 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현재 상황을 불법을 전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보시나요, 장애라고 보시나요?
베트남에서 사회운동을 하면 많은 불이익이 따릅니다. 이런 외적 어려움과 더불어 내적 어려움도 있습니다. 보통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마음에 분노가 많습니다. 불자로서 사회운동을 하면서 내적, 외적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고 있나요?
발표자들은 동남아 스님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
정토회 대중부 활동가들과 대화
잠깐 휴식한 후 오후 4시 10분부터는 정토회 대중부 활동가들을 초대해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먼저 스님이 어떤 분들과 대화를 나누는지 소개를 해주었습니다.
“여러분이 문경 수련원과 두북 수련원에서 만난 대중들은 모두 절에 들어와서 사는 사람들입니다. 즉 출가 수행자들입니다. 지금 여러분 앞에 앉아 있는 분들은 자신의 집에 살면서 전적으로 정토회 활동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정토회 회원들의 99퍼센트가 이분들처럼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분들입니다. 실질적으로 정토회를 운영하는 사람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정토회의 다양한 구성원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게 정토회 대표, 사무국장, 지부장, 지회장, 모둠장, 불교대학 진행자 등 각 소임별로 골고루 참석했습니다. 먼저 정토회 대표님이 인사말을 해주었습니다.
“정토회는 작년에 1차 만일결사를 마무리하고 올해 2차 만일결사를 시작했습니다. 2차 만일결사에는 세계 전법을 본격적으로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시기에 아시아와 전 세계에서 사회실천 활동을 하고 있는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더욱 반갑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서 전 세계에서 참여 불교를 확대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곧바로 질문을 받았습니다.
정토회의 세계 전법과 청년 전법 계획에 대해 궁금합니다.
정토회의 교육, 연수 프로그램은 어떻게 진행되며, 어떻게 평가를 하나요?
INEB 견학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에 서울에서 머무는 동안 노인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노인을 위한 행복학교 프로그램도 있나요?
계속해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아무래도 청년들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청년 특별지부를 대표해서 나온 분이 가볍게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K드라마를 안 보고 왜 정토회 활동을 하나요?
“청년들이 정토회 활동을 왜 하나요? 맥주도 마시고 싶고, K팝이나 K드라마도 보고 싶고, 다른 것도 하고 싶은 것이 많을 텐데, 정토회 활동이 직장 생활을 하는 데에 어떤 도움이 되나요?”
“요즘 시대는 한 가지 직업만 갖지 않고 다양한 직업을 갖는 시대입니다. 제 인생을 좀 더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저는 정토회 활동을 합니다. 회사에서 일을 하면 월급을 줍니다. 그러면 그 월급을 받는 만큼 정해진 일만 전문적으로 하게 됩니다. 그러나 정토회에서는 전문적이지 않은 사람들끼리 뜻을 모아서 활동을 합니다. 그래서 일이 서툽니다. 그러나 무언가를 해냅니다. 자연스럽게 서로를 돕게 됩니다. 이것은 제가 회사에서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저는 경제학을 전공한 후 기업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요.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미래 문명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한계를 많이 느낍니다. 서로에게 배타적이고 빈부 격차를 양산해 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토회에서 활동을 하면 미래 문명의 대안을 만들기 위해 창의적인 일들을 할 수가 있습니다. 이것은 저에게 큰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청년들이 저와 같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약속한 두 시간이 다 되었지만 손을 들고 질문을 하고 싶어 하는 분이 더 있었습니다. 아쉽지만 여기서 대화를 마쳤습니다.
평화재단 및 한반도 정세에 관하여
3층 설법전에서 저녁 예불을 한 후 곧바로 다시 9층 강당에 모여 평화재단과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원래는 저녁에 일요명상을 함께 할 예정이었으나 질문도 쏟아지고, 스님도 사회활동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기에 예정에 없던 대화 모임을 갖기로 급히 결정했습니다.
먼저 스님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좋은벗들, 평화재단의 사업들을 자세히 소개해 주었습니다. 스님은 조선 말엽부터 일제 강점기, 해방, 6.25 전쟁, 북한의 식량난, 다시 고조되는 한반도 전쟁 위기까지 100년의 역사를 훑어가며 왜 한반도가 분단이 되었고 왜 아직도 전쟁 위기가 끊이지 않는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했습니다.
스님의 설명이 끝나자 이에 대한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한반도의 전쟁 위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한반도가 분단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지정학적인 이유 때문일까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요? 앞으로 전쟁 위기를 막고 분단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법륜 스님은 해결책을 갖고 있으신가요?”
“제가 이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로 가지고 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갈등을 하고 있고, 또 러시아와 미국 역시 갈등을 하면서 유엔 안보리가 더 이상 제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현재 북한은 아무런 규제 없이 마음껏 핵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핵 개발의 양을 늘리고, 기술력을 높이고, 핵을 소형화해서 실제로 전투에 쓸 수 있도록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이미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했고 군수산업이 첨단화되고 있습니다.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첨단무기를 도입하고 있고, 북한에 대해서 압도적인 국방 무력 우위를 갖겠다면서 현재 공격훈련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북한도 남한을 제압할 압도적 핵무기를 만들겠다고 하면서 군비경쟁이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전쟁이 날 확률이 점점 높아집니다.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전 국토가 초토화될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어느 쪽도 물러서지 않고 상대를 제압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해결책은 일단 미국을 설득하는 것입니다. 북한의 핵을 완전히 없애자고 하면 북한이 안 받아들입니다. 현실에서 실현 가능한 해결책은 핵동결입니다. 즉, 핵 개발을 멈추게 하고 미국이 북한과 수교하도록 설득해 내는 것입니다.
이 길밖에 길이 없다는 것을 모두 압니다. 그러나 ‘북한의 핵을 동결하는 것에 찬성하는 순간 북한의 핵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논리 때문에 아무도 말을 못 꺼내는 것일 뿐입니다. 현재로서는 양쪽이 한창 싸우고 있으니 설득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서로가 좀 지쳤을 때 제안을 하고 설득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도 지금 상태에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죽는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승리를 위해 왔다 갔다 하다가 더 이상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결국 휴전 협상에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참으로 어리석은 행동이지만 인간이 그렇게 밖에 안 되니 어떡합니까?”
사회활동에 대한 질문이 없자 스님이 다시 말했습니다.
“이제 내일이면 정토회 방문이 끝납니다.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니 무엇이든지 질문을 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이라고 하니 지금까지 한 번도 질문을 한 적 없는 분들도 마이크를 들었습니다. 라오스에서 온 불교단체 활동가 카오 님은 라오스가 처한 경제와 교육 위기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이런 사회문제에 무관심한 승단에 대해 문제의식이 많았습니다. 스님에게 자신의 답답한 마음을 이야기했습니다. 스님은 미소를 지으며 답변을 시작했습니다.
“이런 사회 문제는 어느 나라에나 있습니다. 저도 여러 사회문제에 대해 고민하지만 모를 심을 때는 모를 심고, 감자를 캘 때는 감자만 캐야 합니다. 그러나 그 문제의 해결 과정은 끊임없이 찾아가야 해요. 돌아가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자세히 조사해서 보내주세요. 그러면 제가 아이디어를 주든지, 지원을 하든지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일을 나의 일로 생각하고 일하는 사람
사회 문제를 자기 문제로 받아들여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 일을 하라고 여러분을 한국까지 초대한 거예요. 그저 스님들이 하는 일을 지원한다는 소극적 자세에 머무르지 마세요. 내가 승단을 활용해서 어떻게 이 문제를 풀 것인지 적극적으로 마음을 내야 합니다. 카오 씨가 주인이 되어야 해요. 제가 지난달에 라오스에서 카오 씨를 봤을 때 너무 소극적인 것 같아서 급하게 정토회를 방문할 수 있도록 요청한 겁니다. 수행자는 어떤 일을 하더라도 남의 일을 돕는 것이 아니에요. 모든 일을 나의 일로 생각하고 일하는 사람이 수행자입니다.”
스님의 답변을 듣고 INEB 사무국장 무 님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라오스로 돌아가면 출가를 해서 그 일을 해결하면 되겠네요.”
스님이 그 말을 듣고 다시 대답했습니다.
“스님이 되는 것보다 스님들 백 명을 움직이는 게 낫습니다.” (웃음)
카오 님은 엄지를 들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참가자들이 박수로 격려해 주었습니다. 이어서 베트남에서 온 청년이 질문을 했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지금은 정토회가 많은 성과를 이루셨지만 1992년에 인도에서 학교를 지을 때는 힘든 일들이 많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정토회가 설립되고 30년을 지나오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는지, 지금 마주하고 있는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지난 30년간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습니다. 그냥 매일 사건이 생기고 해결하고, 또 사건이 생기고 해결하고, 이렇게 살았습니다. (웃음)
제가 1992년에 인도에 학교를 짓기 시작할 때는 저도 질문자처럼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습니다. 그냥 아이들이 학교를 못 간다고 하니까 어떻게든 학교를 지어줘야겠다는 생각만 했어요. 처음부터 학교를 크게 지을 생각은 없었고, 조그맣게 대나무와 짚으로 지으려고 했습니다. 학교라는 것이 학생을 모아 가르치는 공간이지 건물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마을 사람들이 계속 벽돌로 짓자고 해서 결국 벽돌로 짓게 되었습니다.
사실 인도 성지순례는 학교를 짓기 위한 돈을 마련하려고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부처님의 일생을 잘 아니까 순례자들에게 안내를 잘해줄 수 있었습니다. ‘내가 안내를 잘해주는 대신에 순례자들이 먹고 입고 자는 것을 좀 절약해 주면 그 돈으로 학교를 지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인도 성지순례를 진행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돈을 벌어서 학교를 지었는데, 학교가 제대로 운영이 되고 나니 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 너무 감사하다고 기부를 해주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학교 운영을 자립할 수가 있었어요.
학교를 지을 때 처음 몇 달 동안은 제가 동네 주민들의 집에 살면서 학교를 함께 지었습니다. 지금은 그때보다 일이 더 많아져서 그렇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예요. 지금 제가 조금 힘든 것은 농사일을 할 때 젊을 때처럼 몸이 안 움직인다는 겁니다. 이 정도는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힘을 쓰고 나면 몸이 예전 같지가 않고 많이 피곤해요. 그 외에는 특별히 어려움이 없습니다. (웃음)
많은 일을 하지만 사실은 한 가지 일도 한 바가 없다
부처님의 법을 이렇게 이해하시면 됩니다. 여기 거울이 있습니다. 이 수첩을 거울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컵이 거울 앞에 오면 컵이 비칩니다. 시계가 거울 앞에 오면 시계가 비칩니다. 이 거울에 몇 가지 물체가 비칠 수 있을까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물건들이 비칠 수 있죠. 그렇다고 거울이 힘이 듭니까?”
“No.” (아니요.)
“붓다는 무언가를 가르치려고 한 바가 없었습니다. 붓다의 맑은 마음에 중생이 와서 비칠 뿐입니다. 만약 한 사람이 죽었다는 고통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면 이 붓다의 맑은 마음에 그 고통이 비쳤을 뿐이에요. 붓다는 사람들의 고통이 거울에 비치는 대로 해결하기 때문에 아무런 힘이 안 듭니다. 어떤 생각을 해서 애를 쓰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면 비치고 지나가면 없어지는 거예요. 붓다의 삶은 한마디로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한없이 많은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사실은 한 그림도 그린 적도 없다.’
붓다가 한없이 많은 설법을 했지만 사실은 한마디도 한 적이 없습니다. 조금 이해하기 어렵죠?” (웃음)
갑자기 통역을 하는 분이 이 대목에서 큰 감동을 받고 눈물을 보였습니다. 참가자들도 무언가 큰 감흥을 느꼈는지 모두가 숙연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한 번도 질문을 한 적이 없었던 태국에서 온 스님이 질문을 했습니다.
“저희나라에서 불교는 삶의 일부입니다. 한국에서도 일반 국민들이 불교를 삶의 일부로 여기는지 궁금합니다.”
태국은 전체 인구의 95%가 불자입니다. 한국은 전체 인구의 17%가 불자이며, 종교를 믿는 사람의 숫자 자체가 줄고 있습니다. 스님은 태국과 다른 한국의 상황을 알려준 후 참여불교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종교가 없는 사람에게 붓다 담마(Buddha Dhamma)를 가르치기가 더 쉽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종교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들이 허황되지 않다는 것을 말합니다. 붓다 담마(Buddha Dhamma)를 알려면 좀 합리적이고 영리해야 합니다. 그래서 너무 걱정 안 해도 돼요.
우리가 참여불교를 하는 이유
다만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태국처럼 전통적으로 해 온 것은 그것대로 존중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오늘날 현대 문명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전이 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참여불교(Engaged Buddhism)를 하는 이유는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기후 위기, 전쟁 위기 등 많은 문명의 위기에 대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기존의 불교와 비교해서 ‘참여 불교’라는 용어를 쓸 뿐이지 우리가 하는 일은 ‘참여 불교’가 아니라 부처님의 본래 가르침로 돌아가자는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질문이 많아서 평소보다 늦게 밤 10시가 넘어서 일정을 마쳤습니다. 늦었지만 어김없이 모둠별로 마음 나누기 시간을 가졌습니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모두 웃음을 머금으며 오늘의 감동을 편안하게 나누었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서울공동체 대중과 발우공양을 하고, 조계사로 이동하여 조계사를 참배하고 조계종 총무원장님을 접견한 후 오후에는 자유 시간을 갖고, 저녁에는 6박 7일 동안의 INEB 스터디 투어를 마치며 소감 나누기를 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