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년 전 아테네에서도, 결혼은 '세 과시'의 수단이었다. 지참금과 선물 액수로 가문의 위세를 다투는 폐단이 극에 달하자, 최고 집정관 솔론은 특단의 대책을 내 놨다. 신부 지참금을 옷 세 벌과 소박한 가구 몇 개. 하객의 축하 선물 역시 값비싼 보석 대신 소박한 생활용품으로 제한했다. '영웅전'을 쓴 플루타르코스는 이를 두고 "결혼이 돈벌이나 재산 회수의 기회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였다."라고 적었다.
솔론의 대책이 무색 하게도. 한국의 경조사는 냉정 한 계산서다. '내가 낸 돈의 회수' 를 넘어 가짜까지 등장한다. 정년 퇴직을 앞두고 이미 결혼한 아들의 청첩장을 돌려 축의금을 챙긴 한 초등학교 교장이 사기 혐의로 입건됐다. 교직원 단체 대화방에 계좌번호가 담긴 모바일 청첩장을 올리고, 스몰 웨딩으 로 치러 직접 모시지 못한다며 양해까지 구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청첩장의 날짜와 장소는 거짓이었고, 심지어 아들은 유부남이었다.
비슷한 촌극이 여기저기서 벌어진다. 퇴직 후 10년 만에 연락해 "내가 낸 만큼 보내라"며 채권자처럼 자녀 축의금을 독촉한 옛 직장 상사의 사연도 있다. 축의금이 축하 표시가 아니라 원금 회수용 채권인 셈이다. 혼인 신고 끝내고 동거한지 1년 넘은 딸의 결혼식을 국정 감사 기간 국회에서 새로 치른 여당 국회의원의 기억도 아직 생생하다. 피감기관 포함된 축의금 명단을 본회의장에서 확인하던 장면이 방송카메라에 찍히기도 했다.반면 요즘 젊은 세대의 셈법은 현실적인 생존방식에 가까운 것 같다.
결혼이 필수 아닌 선택이 된 시대의 청년들은 대안을 찾기도 한다. 기업들이 만 35~40세 비혼 선언 임직원에게 축의금과 동일한 액수의 지원금과 휴가를 주는 이유다. 비혼을 선언한 친구에게 '비혼 축의금'을 건네는 문화 역시 변화된 라이프스타일을 인정하는 현실적 타협으로 보인다.
미국엔 100년 전 시카고에서 시작된 '웨딩 레지스트리 (Wedding Registry)' 문화가 있다 신랑 신부가 필요한 혼수품 목록을 백화점이나 온라인에 등록하면, 하객이 예산에 맞춰 돈을 치른다. 중복 선물의 낭비를 없애고 실질적 도움을 주는 실용 문화다. 비혼 축의금이나 스몰 웨딩처럼 경조사 문화를 유연하게 바꿔보려는 시도 역시 현실적인 선택으로 보고 싶다. 하지만 이미 치른 결혼식을 속이거나 지위를 이용해 돈을 거두는 행태는 차원이 다르다. 염치와 진심마저 계산기 속 숫자에 묻혀버린다면 경조사에 남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