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르네상스의 문을 연 최초의 인문주의자 페트라르카
거장이 남긴 14세기 라틴어 산문의 정수를 만나다
14세기 이탈리아의 계관시인이자 ‘인문주의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의 대표적인 산문작품 세 권이 번역 출간되었다. 고대문화의 부흥을 꿈꾼 최초의 르네상스인 페트라르카는 위대한 서정시인인 동시에 독창적인 산문 작가로서 당대에 명성이 높았던 인물이다. 자전적 소설 『나의 비밀』과 서간문 『고독한 생활』, 『종교적 여가』 세 작품은 각각 ‘자기구원을 향한 의지’, ‘고독한 생활에서 미덕을 구하는 법’, ‘종교적 여가의 실천’이라는 주제를 담았다. 속세를 향한 회한의 감정을 계기로 쓰인 이 작품들은 고대 로마의 작가들이 남긴 문학적 자산에서 영감을 얻어, 창의적인 문체로 진솔한 자기고백을 담아냄으로써 근대적 에세이의 틀을 앞서 보여 주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독교적 인식을 바탕으로 한 깊은 인문학적 성찰을 통해 인간의 보편적 고뇌를 탐구하고 해답을 구한 세 에세이는 페트라르카 산문의 정수이자,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원한 고전이다.
👨🏫 저자 소개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
중세와 근대를 연결하는 과도기적 인물이면서 ‘최초의 르네상스인’이라고 평가받는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는 이탈리아 인문주의를 대표하는 라틴어 학자다. 1304년 7월 20일 이탈리아 아레초에서 태어나 1374년 7월 19일 아르콰에서 생을 마칠 때까지 70년간의 삶을 통해 문학에 대한 사랑을 철저하게 실천한 계관시인이기도 하다. 페트라르카의 라틴어 산문 작품 중 가장 대표적인《나의 비밀》,《고독한 생활》,《종교적 여가》는 명상적·종교적·사상적 특성을 띠며, ‘개인’의 의미와 가치에 비중을 둔다.《나의 비밀》에 이어 페트라르카는 인간 한계의 속성에서 비롯된 고통의 의미를 사랑으로 극복하고자 한 시집《칸초니에레》를 탄생시킨다. 이탈리아어로 쓴《칸초니에레》는 이탈리아 인문주의 시인 페트라르카가 남긴 불후의 명작으로, 이탈리아 서정시의 효시이자 서양 시문학사에서 가장 절대적인 영향력을 보여 준 시집이다.
📜 목차
옮긴이 머리말 5
일러두기 11
종교적 여가의 이점을 알리는 첫 번째 편지 13
수사들에게 당부하는 두 번째 편지 125
옮긴이 해제 277
지은이 옮긴이 소개 301
🖋 출판사 서평
최초의 르네상스인의 자기성찰이 빛나는 에세이
14세기의 계관시인이자 고전연구가로서 르네상스의 문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의 대표적인 산문작품 세 종이 출간되었다. 『아프리카』로 대표되는 서정시의 선구자로 먼저 이름을 알린 페트라르카는 고전문학의 열렬한 지지자이자 독창적인 산문 작가로도 명성이 높았다. 그중에서도 그의 폭넓은 학식과 섬세한 취향이 특히 빛을 발하는 작품이 이번에 번역된 세 편의 산문이다.
1304년 이탈리아 아레초에서 태어난 페트라르카는 26세에 계관시인으로 추대될 정도로 일찍이 재능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그러나 귀부인 라우라를 향한 보답받지 못할 사랑과 때이른 유명세가 불러온 불필요한 대중의 관심으로 평생 괴로워한 예민한 성정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결국 속세에 애증을 느끼고 프랑스 보클뤼즈로 숨어든 그는 젊은 시절 매료된 라틴 고전에 파묻혀 지내며 사상적 전환기를 맞는다. 고독과 인문학적 사유를 통해 내면을 성찰하고 순수한 미덕을 쌓으며 자기구원에 이르는 길을 발견한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자신의 철학과 문학세계를 집대성한 세 권의 에세이 『나의 비밀』, 『고독한 생활』, 『종교적 여가』를 남긴다.
종교적 여가를 둘러싼 치열한 고민, 『종교적 여가』
종교적으로 사색하며 지내는 은둔자의 삶을 예찬한 서간문 형식의 에세이. 동생 게라르도가 몸담은 카르투시오 수도회에 부쳤던 두 통의 편지를 한데 묶었다. “그리스도의 축복받은 가족”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친근한 어조로 운을 띄우는 이 편지는 얼핏 참된 종교인의 자세를 논하는 열정적인 설교로 읽힌다. 그러나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한가로운 생활을 그릇되다고 여기던 당대의 통념에 반기를 들고 여가를 종교의 영역으로 끌어올리고자 했던 문제적인 철학 논고임이 드러난다.
인간의 귓가에 끊임없이 욕망을 속삭이는 ‘작은 악마’를 등장시킨 이 산문에서 작가는 두 개의 목소리를 교차시킨다. 바로 “우리의 불행한 영혼을 파괴하는” 악의 목소리와 이에 맞서는 페트라르카 자신의 목소리다. 그는 세네카를 비롯한 고대 사상가들에게서 지혜를 구하는 한편, 은거자의 삶 속에서 악을 물리치고 구원을 얻은 기독교 교부들의 전기를 하나로 엮는다. 이렇듯 거침없는 필치로 고대 철학과 기독교 교리 사이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글 속에서 당시 이교도적인 생활방식이라 비난받던 여가는 열성적인 그의 고백에 힘입어 종교적 구원을 얻을 길로 재탄생한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크고 작은 악덕에 쉽게 흔들리는 인간의 마음을 포착하되, 이성과 믿음으로 이를 다스릴 방법을 강구한 이 에세이에서 종교적 구원을 향한 페트라르카의 뜨거운 진심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페트라르카 전문가의 번역으로 만나는 중세 산문의 고전
역자 김효신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칸초니에레』와 『서간문 선집』 등 페트라르카의 주요 저작을 번역하여 국내에 소개해 온 전문가다. 이번에 번역한 세 권의 에세이는 라틴어 원문과 이탈리아어 번역문이 함께 실려 있어 이탈리아 내에서도 본보기로 삼는 판본인 Opere Latine vol.1(UTET, 1987)을 저본으로 삼았다. 원전에 충실한 번역으로 페트라르카가 써내려간 인간의 내밀한 감정과 솔직한 생각을 왜곡이나 훼손 없이 본래 뜻 그대로 전한다. 한편 책에 인용된 고전문헌에 대해 상세한 주석을 달아, 한국 독자들이 다소 생소한 라틴 고전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페트라르카의 문학세계의 뼈대를 이루는 사상적 기초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오랜 시간 페트라르카의 사상과 문학세계를 연구하며 쌓은 전문지식이 녹아든 해설 또한 페트라르카 사후 그의 산문이 서양에서 장르로서의 에세이가 발전하는 데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상세히 알 수 있도록 돕는다. 그간 사랑의 두 얼굴을 노래한 서정시인으로만 페트라르카를 알고 있던 독자라면 그의 새로운 면을 엿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