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조금은 크게 소리내어 둘러보는 법정스님 스님의 뜻과 상관없이 우리는 오늘도 스님의 말씀이 담긴 좋은 책들을 읽고 중요한 구절에 조심조심 밑줄을 긋습니다 늘 푸르고 싱싱한 법문을 다시 듣습니다 자금부터 15년 전 봄 스님의 법구가 불 속으로 자취를 감추시던 그날 많은 이들이 울었고 저도 수도원 골방에 들어가 섧게 울었습니다 지상에서 더 이상 스님의 모습을 볼 수 없어도 우리에겐 스님의 사리처럼 새로운 보물로 살아오는 소중한 책들이 있어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요 오늘도 저는 날마다 새롭게! 라고 써주신 스님의 글씨를 바라봅니다 바닷가의 수녀가 산에 계신 스님께 새로 나온 우표를 보내드리면 새마음이 된다며 기뻐하셨지요 저녁에 달맞이꽃이 피어나는 소리를 들어보라며 절에 초대도 해주섰던 스님 고전음악을 즐겨들으시고 시와 그림도 좋아하셨던 스님 행여라도 수도생활에 방해가 될까 싶어 우정의 표현에도 거리를 두며 때로는 절제된 냉정함으로 지인들에게 서운함을 안겨주곤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셨지요 생전의 스님은 우리에게 좋은 책을 많이 소개해 주신 암자의 멋진 사서이셨고 일상의 평범한 소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치며 지식보다는 지혜를 강조하는 수련장이고 선인이셨습니다 인간관계의 갈등과 고민을 이야기하며 도움을 청하면 중심 잡는 법을 깨우쳐주는 스승이셨습니다 순수한 동심과 소년의 낭만을 엄격함 속에 감추셨던 스님의 그 소나무빛 미소가 떠나신 후 더 자주 그립습니다 산 위의 저녁노을처럼 은은한 그리움으로 나직이 불러보는 우리 모두의 스님 결코 잊을 수 없는 사계절의 스님 종파를 초월해 사랑과 존경을 받으시는 스님의 삶과 가르침을 더 깊이 본받기 위해 연구하고 공부하는 이들이 여기 모인 것을 함께 기뻐하고 축하해 주세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둥근 연꽃으로 자비롭게 피어나 환히 웃어주세요 지구별여행에서 우리가 가진 것 없이도 충만하게 사는 행복을 먼 데서도 가까이 다시 일러주는 <어린왕자>의 별님으로 살아오세요. 감사합니다.
첫댓글 수녀님의 글을 읽으며
가슴이 뭉클해져오네요
스님과 수녀님의 공통점은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고 따스함을 전해준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주에 길상사가려고 하는데
수녀님의 말씀을 새기며 길상사를 둘러보겠습니다
스님이신데 문학에 뛰어 나셨어요.삶은 따르기가 너무 힘들정도로 존경스럽고요 ~
작년 가을에,,.
수녀님과 함께
사랑하는 벗들과 길상사 갔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이번에 수녀님
마음도 여기 담기셨네요
수녀님과 법정스님의 진실된 우정이 느껴집니다.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행복을 주시는 점이 닮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