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충원율 80% 미만 지방대 44곳… 학생 구제 위해 퇴로 열라
입력 2023-05-22 00:00 업데이트 2023-05-22 08:43
전남 광양시 한려대 정문 앞에 외부인 출입을 막기 위한 철제 펜스가 세워져 있다. 경영난이 계속되던 한려대는 버티지 못하고 지난해 문을 닫았고, 이로 인해 지역 경제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광양=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학령인구 급감으로 존립 위기에 놓인 지방대학이 크게 늘었다. 4년제 지방대학 214곳 가운데 정부의 재정 지원 주요 기준인 신입생 충원율 80%를 못 채운 대학이 44곳이나 된다. 올해 정시모집에서 14개 지방대 26개 학과는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재정이 부실해 대학으로서 제 기능을 못하는 ‘한계대학’도 84곳으로 증가했는데 이 중 62개가 지방대들이다.
한계대학으로 지정되면 정부의 재정 사업 지원 자격이 박탈될 뿐만 아니라 국가장학금과 학자금 대출 지원도 못 받거나 제한돼 교육 여건이 열악해지고 학생들의 부담은 커진다. 특히 등록금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사립대들의 교육의 질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간호학과 졸업생을 중심으로 취업 잘되는 학교로 유명했던 전남 광양보건대의 경우 재정 위기가 10년째 이어지면서 3000명이 넘던 학교 구성원 수가 200명으로 급감했다. 수백 명에 이르던 신입생 수도 올해는 3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지금은 교수 25명과 교직원 8명이 텅텅 빈 학교를 지키며 수업을 근근이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대학들은 문을 닫아야 학생들이 인근 대학의 유사 학과로 편입해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자진 폐교를 위한 마땅한 유인책이 없어 2000년 이후 23년간 폐교한 대학은 20곳에 불과하다. 현재 국회에는 사립대의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법안이 3건 발의돼 있으나 폐교 후 자산의 일부를 국고에 귀속하는 대신 설립자가 가져가도록 허용하는 문제를 놓고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1997∼2006년 초중고교 사학법인에 잔여 재산의 30% 이내에서 해산 장려금을 주는 한시적 제도를 운용했던 전례가 있다. 사립대도 비리 사학은 솎아내되 재단의 교육 및 학교 재산 형성 기여도에 따라 해산 장려금을 한시적으로 허용해 폐교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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