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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엔모기가내가보는앞에서 당당히내피를포식해도불난집구경하듯바라만볼수밖에없다. 어느 날 승일의 길고 가는 팔에 모기가 날아와 앉는다. 따끔한 느낌. 몹쓸 곤충이 피를 빨아먹는데도 그는 바라만 볼 수밖에 없다. 축 늘어진 팔다리를 뒤척일 수도 없는, 그러면서도 감각은 끔찍할 정도로 완벽하게 살아 있는 루게릭병 환자의 비극적 운명. 순간 그는 독백한다. "이건 지상 지옥이다." 정말하루24시간1년열두달을 항상바뀝없제자리에서눈에벗어남없굳건히자릴고수하고있는 지긋지긋한방배경 승일은 침대에 누워 항상 같은 사물을 바라본다. 정면에 TV와 컴퓨터, 왼쪽에 화장대, 오른쪽에 어항과 화초. 세 평 남짓한 공간이 그가 볼 수 있는 전부다. 정신이 지배할 수 있는 육신은 오른손 약지 끝마디와 얼굴의 일부 근육뿐. 그는 가끔 조물주에게 기도한다. "눈꺼풀을 움직이고 눈동자를 굴릴 수 있는 힘만은 남겨 주세요." 그의 소통 수단은 '안구 마우스'라는 특수 장비. 이 장비를 이용해 눈동자를 움직이고 눈을 깜박거려 메일을 쓴다. 비장애자였을적엔1분에늦어도2백타가넘었는데.. 이제는1분에다섯글자도버겁다. '눈'으로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은 '손'으로 쓸 때보다 40배 이상.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지키지도, 오.탈자를 고치지도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간단한 메일 한 장을 보내는 데 세 시간이 걸린다. "눈이 벌겋게 충혈되고 눈물이 나지만 글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는 거의 매일 자신의 인터넷 팬카페에 글을 올려 "루게릭병 환자를 도와 달라"고 호소한다. 기자에게 메일을 보내온 것도 "언론을 통해 루게릭병 환자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그를 초인(超人)으로 만든 동력은 다른 데 있다. 세상에서 고립되면 더 이상 인간일 수 없다는 깨달음. 응급실에가지까지 난사람들과눈을최대한많이마주칠려했.. 집에와그순간의기억을다시꺼내면서내지루한시간을달레는거 어쩌다 병원에 갈 때 그는 최대한 많은 사람을 보고 많은 사물을 기억하려 한다. 또 매일 아침 눈을 뜰 때 자신에게 외친다. "나 여기 살아 있다." 국내 최연소(당시 31세) 프로농구 코치. 그가 갖고 있는 타이틀이다. 지구에서 최초로 루게릭병에서 벗어난 인간. 그가 도전하는 또 하나의 타이틀이다. 하지만 그는 이미 다른 기록 하나를 만들었다.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인공호흡기 없이는 숨쉬지도 못하면서 세상과 소통한 최초의 인간. 우리는 그의 e-메일을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인간의 내면을 처음으로 탐사(探査)할 수 있었다. 글=이규연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letter@joongang.co.kr> 루게릭병은 … 루게릭병의 공식 병명은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운동신경 세포가 파괴돼 근육이 서서히 마비되는 병이다. 1930년대 미국의 유명 야구선수 루게릭이 이 병으로 38세에 요절하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아직까지 발병 원인이나 치료법이 밝혀지지 않았다.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도 루게릭병 환자다. 그는 21세 때 진단을 받았지만 블랙홀에 관한 활발한 연구를 계속해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루게릭병 환자는 자신의 의지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다. 초기에는 젓가락질이 힘에 부치는 등 손의 악력(쥐는 힘)이 약해진다. 나중엔 휠체어나 침대에 의지해야 하고 인공호흡기가 없이는 숨쉬기가 힘들다. 그러나 후각.청각.촉각.미각 등의 감각 신경과 의식은 그대로다. 살아 있는 감각과 의식을 굳은 몸 속에 가둔 채 평생을 사는 셈이다. 이 병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병'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한양대 의대 신경과 김승현 교수는 "착하고 잘 웃는 사람이 잘 걸리는 병이라는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한국루게릭협회에 따르면 국내에는 1500여 명의 환자가 이 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
[루게릭 '눈'으로 쓰다] 1. 소통
반갑네요 제목소리(루게릭홍보)가첨보다많이작아저겨우몇카페분들만귀기울뿐이었는데 난수표(亂數表) 같은 문장. 이게 정말 최연소 프로농구 코치가 될 정도로 영리했던 그가 보낸 건가. 몸 상태를 알게 되면서 혼란은 더 커졌다. 지난해 늦봄부터 병세가 나빠져 호흡기를 포함해 전신이 마비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메일은 어떻게 보낼 수 있었던 걸까. 메일 교환이 거듭되면서 의문이 풀려 갔다. 3년 반 전, 그는 자신이 루게릭병 환자임을 세상에 알리고 이 병의 홍보대사를 자처했다. 하지만 지난해 초 손과 입이 모두 굳어버려 침대에 눕게 됐고, 인터넷 팬카페 활동마저 중단해야 했다.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운명. 그는 당시 심정을 이렇게 적는다. 한동안희망은어디도없어보였다 기적은 갑자기 찾아왔다. 눈동자를 움직여 컴퓨터 화면에 글을 써 보내는 '안구 마우스'로 세상과 소통하게 된 것이다. 이 장비를 쓰는 데 엄청난 고통이 따르기 때문에 메일의 맞춤법을 고칠 여유가 없었다. 그가 '눈'으로 쓴 첫 문장은 짤막했다. 난다시돌아왔다 기적만큼이나 불행도 갑자기 찾아온다. 미국 야구선수 루게릭은 '방망이에 힘이 떨어지면서',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신발 끈을 잘 맬 수 없게 되면서' 불길한 예감을 받았다. 승일은 인생의 정점을 앞두고 신호를 받았다. 농구코치를 꿈꾸던 2001년 미국에서 근육 강화 훈련을 하던 중이었다. 벤치프레스에누어 가벼운바벨봉을쥐고들어올리는순간 왜이리도무거운지(네 번째 메일에서) 2002년 봄, 현대모비스 농구코치로 발탁돼 귀국했다. 부모의 만류를 뿌리치고 농구 유학을 떠난 그였다. 문경은.이상민.우지원.서장훈 등 잘나가는 동료 틈에서 무명으로 보낸 연세대 시절과 짧았던 프로선수(기아차 농구단) 생활에서 쌓인 한이 이제야 풀리나 싶었다. 외아들의 농구 뒷바라지에 평생을 바친 어머니 손복순씨와 아버지 박진권(67)씨도 감격했다. 하지만 봄날은 너무 짧았다. 2002년 6월 4일을 승일은 잊지 못한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이광우 교수의 방. 다리는 이미 얼마 전부터 심하게 후들거리고 있었다. 하루 동안 근조직.혈액.소변.뇌척수액 검사가 이어진 뒤 그의 진료차트에 'ALS'라는 글자가 적혔다.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루게릭병의 의학명이다. 듣도보도못한병… 머리를강타당한듯했다(다섯 번째 메일에서) 그를 코치로 영입한 최희암 당시 현대모비스 감독(현 동국대 감독)은 진단 결과를 처음 전해듣는 순간에는 장난인 줄 알았다. 그 다음 생각은 "남에게 미움받을 일 없이 살아온 사람인데 어쩌다…"였다. 그날 이후 승일의 인생은 병마가 이끄는 대로 추락했다. 2개월 뒤 장애진단서가 나왔고, 11개월 뒤 걷지 못해 휠체어를 탔으며, 20개월 뒤에는 침대에 누워야 했다. 승일은 오전 9시에 일어나 배에 꽂힌 호스로 액체 영양식을 섭취한다(그는 '밥을넣는다'는 표현을 쓴다). 세면하고 잠시 쉬고 난 뒤 컴퓨터를 켜 세상과 만난다. 오후 2시쯤 다시 밥을 집어넣고 스트레칭을 한다. 몸이 굳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저녁 식사를 하고 나면 TV 시청을 한 뒤 자정쯤 잠을 청한다. 이 모든 하루 일과 중 승일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어머니가 항상 곁에 붙어 수발을 한다. 병마는 승일의 몸을 촛불처럼 태워 들어갔다. 지난해 5월 그의 목에 인공호흡기가 꽂혔다. 호흡기관마저 마비돼 목소리를 잃게 된 것이다. 침묵과 암흑의 세월이 일곱달간 계속됐다. 석고처럼 된 육체 속에서 정신은 오히려 또렷하고 날카로워졌다.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병'을 속으로 곱씹어야 했다. 지난해 12월, 드디어 어둠 속의 독백을 마칠 수 있었다. '안구 마우스'를 누나들이 어렵게 구해온 것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고가(600만원) 수입 장비여서 승일과 다른 근육병 환자, 두 사람만 국내에서 쓰고 있다. 이 장비를 이용해 세상과 소통한다. 중증 루게릭병 환자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새로운 꿈을 찾았다. 병을알리자. 이데로삶을포기하기란절대있을수없다…(여섯 번째 메일에서) 승일은 자신이 숨지면 장기를 기증하겠다고 기자에게 밝혀왔다. 오래전 방송에서 장기를 구하지 못해 생사를 다투는 사연을 보고 결심했다고 한다. '어차피흙으로돌아갈육신으로도움을주는건인데당연한일'이라는 것이다. 이를 아버지.어머니에게 차마 직접 밝힐 수 없다고 했다. 가족에게직전하지못함은 제장기이기도하지만부모님이주시기도한장기이기에 함부로말쓰드릴수없었… 이번이기회(보도)로전하고싶네요 얼마 전부터 그는 인터넷 팬카페에서 홍보 활동도 재개했다. 매일 세 시간을 메일을 쓰는 데 보낸다. 이번엔 루게릭병 홍보 말고도 목표가 하나 더 생겼다. 세상과 단절되면서 깨달은 소통과 일상의 소중함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이다. 말할수있다는그자체가얼마나큰축복인가를 잃고난지금에야깨닳았고…(스무 번째 메일에서) 그는 최근 팬카페 게시판에 글도 올렸다. 왼손에장애가있더라도 장애로할수없는일보다할수있는일이더많으니 당신은지금행복한사람입니다 문득 루게릭이 1939년 양키스타디움의 은퇴 무대에서 외친 말이 떠올랐다. "난 지금 세상에서 가장 복받은 사람입니다." 탐사기획팀=이규연.임미진.민동기.박수련 기자, 박경훈(서강대 신방 4).백년식(광운대 법학 2) 인턴기자 <letter@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uid=isomkiss&folder=1&list_id=5547169
중앙일보 탐사기획팀장. 이규연기자. 가난이란 어둠에 갇힌 사람들을 비춘 '난곡시리즈'를 쓴 그 기자다. 오늘 그 이름이 다시 1면에 실렸다. 근육이 마비되는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환자 박승일의 '소리없는 말'을 전하기 위해서다. 이 시대, 신문이 해야할 가장 절실한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기자와 한 신문에서 일하는 것이 자랑스럽다. 기사를 읽으며 눈물이 핑 돌았다. 꼼짝할 수 없는 몸의 지옥에 갇혀, 박승일은 말한다. "말할수있는그자체가얼마나큰축복인가를" 그는 말할 수 있다. 입으로가 아니라, 눈을 깜박거려 '안구마우스'를 움직임으로써 말이다. 신문을 읽으며 누선이 묵직해져온 것이 얼마 만인가. 신문은 이날 신문 1면 지면의 3분의2를 헐어, 한 환자의 들리지않는 목소리를 담았다. 이 파격적인 편집은 기록해둘 만하다. 나날이 들려오던 그 시끄러운 이야기들을 잠깐 꺼버리고, 적막강산같은 지면을 만들었다. 우린 저 '눈소리'를 위해 마음을 기울일 수 밖에 없다. 박승일은 실물 크기의 얼굴사진으로 '신문 지면' 위에 병상에서처럼 누워있다. 눈 가에는 글을 쓰느라 지친 눈물이 그득 고였다. 이 눈물은 슬픔이 아니라, 자신을 옥죄는 마귀와의 격투의 흔적이다. 2미터2센티미터의 농구 선수 박승일은, 이제 그 마귀를 힙겹게 따돌리고 붉은 공을 덩크슛으로 내리꽂고 있는 중이다. 패배하기엔 너무 아깝고 서러운 나이, 서른 네 살이다. 여름엔모기가내가보는앞에서당당히내피를포식해도불난집구경하듯바라만볼수밖에없다 정말하루24시간1년열두달을항상바뀜없제자리에서눈을벗어남없굳건히자릴고수하고있는지긋지긋한방배경 비장애자였을적엔1분에늦어도2백타가넘었는데이제는1분에다섯글자도버겁다 응급실에가지까지난사람들과눈을최대한많이마주칠려했집에와그순간의기억을더시꺼내면서내지루한시간을달래는거 한동안희망은어디도없어보였다 병을알리자이데로삶을포기하기란절대있을수없다 당신은지금행복한사람입니다 당신은 지금 행복한 사람입니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판에, 기자 이규연은 1939년 미 야구선수 루게릭이 은퇴무대에서 외치던 말을 떠올린다. "난 지금 세상에서 가장 복받은 사람입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우리를 행복하지 않게할 수 있는, 어떤 불행도 없다고, 이날 중앙일보는 말한다. |
첫댓글 앞에서 다른분들이 올린것과 같은기사내용인데 조금은더 구체적인거 같아서 여기다 다시 올려봅니다 신문기사모음란에는 글쓰기가 안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