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색이 창연한 우리 집에도
어느덧 물결과 바람이
신선한 기운을 가지고 쏟아져들어왔다……
이렇게 많은 식구들이
아침이면 눈을 부비고 나가서
저녁에 들어올 때마다
먼지처럼 인색하게 묻혀가지고 들어온 것
거칠기 짝이 없는 우리 집안의
한없이 순하고 아득한 바람과 물결??
이것이 사랑이냐
낡아도 좋은 것은 사랑뿐이냐
-『The JoongAng plus/시(詩)와 사색』2023.07.01 -
작품에는 낡은 집이 한 채 등장합니다. 바닥 한구석이 삐걱대고 창틀은 헐어 문을 꼭 닫아도 적지 않은 바람이 오갑니다. 그래도 정갈한 곳입니다. 부자연스러울 것 하나 없이 정다운 곳입니다. 긴 세월 가족의 입김과 순한 말들을 받아준 친구 같은 곳입니다.
오늘도 식구들은 아침부터 눈을 비비며 집을 나섰다가 저녁 무렵 돌아옵니다. 이 집에 모여 저마다 다른 생각에 빠집니다. 조화라 해도 되고 통일이라 해도 무방합니다. “낡아도 좋은 것은 사랑뿐”이라고 말하는 시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아니 다시 고개를 내젓습니다. 세상에 낡지 않는 것이 사랑뿐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