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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유머나라 원문보기 글쓴이: 활화산 열혈남아
2002년때 썼던 글인데,
최근 2014년 버전으로 수정했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남자들 공감할 수 있는 야하면서 슬프면서 안쓰러운
한 남자의 이야기-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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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주유소에서 알바 했을 때 일어났던 일이다.
주유소 안에서 나와 동갑내기 윤군은
지각,결석이 절대 없었고
꾀를 안 부리다 못해 안 쉬고 일하기로 유명했다.
제발 쉬면서 하라고 사장님이 진심으로 말릴 정도였다.
손님들이 니네 일하는 거 보면
나를 악덕사장으로 보고, 노예계약으로 오해하겠다고.
원래 주유소알바라는 게 일하다보면 발도 붓고 다리도 아프고
손님없을 때 차가 들어오면 옆 동료가 하겠지 하고 미루고 싶어지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나와 윤군은 완전히 달랐다.
차 한대 더 받는다고 영업처럼 인센티브가 붙는 것도 아닌데...
차가 들어오면 서로 받겠다고
둘이서 밀면서 미친듯이 뛰어나갈 정도로
성실의 새역사를 쓰고 있었다.
사장님은 이런 우리를 보며
정말 이번 여름은 애들 너무 잘 뽑았다며
너무나도 행복해하는 것이었다.
우리 보고 개학해도 학교 때려치고 총무하면 안되냐며 제의까지 할 정도였다.
그런데 인간은 환경에 지배받는 동물이라고,
나나 윤군이나 이 정도로 성실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처음에 잘 보이려고 성실한 척 했을 때
사장님을 비롯해서 주유소 모든 사람들이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 라는 책을 단체로 읽었는 지,
작은 성실함에도 칭찬을 과하게 하고
우리를 우상화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성실해졌다.
-_-
우리가 일할 때 사장님은 사무실에서
우리를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아빠미소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처음에는 아빠의 마음이겠지 했는데
일하다가 볼때마다 사장님이랑 눈이 마주치고
계속 우리를 너무 뜨겁게 바라보고 있으니,
진짜 그러면 안되는 건데...
나랑 윤군은 잠시 사장님을 오해한 적도 있었다.
아무리 봐도
저 양반 남자 좋아하는 것 같다고.
결혼은 위장이라고.
사모님 불쌍하다고.
아무튼 나와 윤군은 이렇게 사장님이 흠뻑 빠질 정도로
정말 성실함에 정점을 찍고 있었다.
주유소에서는 이런 나와 윤군을
'드림팀'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이토록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드림팀도
스무살의 김양이 주유소에 새로 들어오면서
초심을 잃고 급격히 몰락의 길로 접어들고 마는데......
참고로 요즘은 주유소에 어르신들이 거의 다 지배하고 계시지만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이 알바를 많이 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주 가끔 가뭄에 콩나듯
예쁜 여학생도 알바를 하러 올 때도 있었다.
우리보다 한살 어린 스무살의 김양.
왜 그 많은 알바 중에 하필 주유소알바를 하러왔냐고 물으니
2학기 때 좋아하는 남자선배때문에
호오~울쭉해져서 학교를 가야된다며
운동량이 쩔 것 같아서 하게 됐다고 말해주었다.
아무튼 김양은 말도 들릴랑 말랑 조곤조곤하게 했고
약간 새침해보이면서 단아하고 여성스러운 첫인상을 주었다.
청순돋게 검지손가락으로 귀뒷머리도 자주 넘겼다.
이런 청초한 여자가
과연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할 수는 있을까 의문이었다.
반나절 하다 도망치거나
오늘 어떻게든 하루 끝까지 하고 다음날 잠수타겠지 했다.
나를 비롯한 주유소 모든 사람들이.
하지만 예상을 깨고
김양은 한달 반이나 하고 나갔다.
그런데 한달 반이 중요한 게 아니라,
김양의 엄청난 행동 하나가 주유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켜버렸다.
처음에는 낯도 가리고 청초하고 얌전했던 김양.
그러나 조금씩 우리와 친해지고
주유소 일에 적응기를 마치면서
그녀의 진짜 모습들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 본 모습이란
너무 심하게 아메리카 마인드였다.
그 무개념중 가장 놀랐던 것이
발랑 까진 것은 아니었지만,
남녀개념이 너무 없다는 것이었다.
특히 스킨십.
너무 스킨십이 자연스럽고 파격적이어서
외국태생 혹은 유학파인가 했다.
하지만 한번도 경기도 안양을 벗어난 적이 없는
20년산 안양토박이였다.-_-
그렇다.
그냥 아메리카마인드가 타고난 것이었다.
주유소 필드엔 차가 없을 때 주유원들이 앉아서 대기할 수 있도록
플라스틱 의자가 2개가 있었다.
그런데 이 의자로 인해 우리는 김양의 실체를 바로 알 수 있게 되었다...
순진한 우리에게는
김양.
그녀는 정말 야했다.
안쉬고 일하기로 유명한 드림팀, 나와 윤군.
필드에 있는 의자에도 좀처럼 앉지않았는데,
김양이 화장실을 갔다온다며 자리를 비운 사이
나와 Y군은 그날따라 많이 지치고,
차도 없고해서 의자에 잠시 앉아 휴식을 취했다.
우리가 보기 드물게 의자에 앉아 푹 쉬자
사무실 사람들도 "그래. 쉴 땐 좀 쉬면서 해." 라고 하며
안에서 신기해하며 우리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아무튼 그렇게 쉬면서 난 옆에 윤군의 인생상담을 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화장실을 갖다 온 김양이
고민상담하느라 정신없는 나와 윤군 앞에 잠시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래서 "여기 앉아." 라고 하며
신사답게 양보해주려고 엉덩이를 들려고 하는데...
허억! 이...이런!
김양이 이런 날 꾸욱 누르며
갑자기 내 무릎에 털썩 주저앉는게 아닌가!
그것도 조신하게 옆으로 틀어서 살짝 걸터앉은 게 아니라
엉덩이를 뒤로 쭉 후진하더니
완전 제대로 앉아버렸다.
무릎에 앉은 수준을 넘어
그것은
결합이었다.
"저...저...저기...저기
이...있잖아...
여...여기서 이...이러면 안되는데...-_-;;;"
갑자기 난데없이 내 무릎에 앉은
그녀의 돌발행동에 난 너무 크게 놀라
어버버버 됐고
땀 한줄기가 등어리 능선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옆을 보니 나보다 더 순진한 윤군은
순수한 가슴에 너무 놀라고 충격을 받았는 지,
차마 옆에 나와 김양을 못쳐다보고
괜히 저 멀리 잘 보이지도 않는
한 슈퍼를 혼잣말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 세경슈퍼가 저기 있었구나...
왜 저기 있는 지, 지금에야 봤지? 아하하...아하하하..."
세경슈퍼는 사장님이 간식 사오라고 시킬 때
윤군이 늘 간식사러 가던 단골슈퍼였다.
-_-
지금 이 순간 충격을 받은 건 윤군뿐만이 아니었다.
이 주유소는 사장님을 비롯해
다른 집단에 비해
"와! 이런 멤버로만 모일 수도 있구나!" 하고 감탄할 정도로
순진한 사람들만 주를 이루고 있었다.
거의 무슨 종교단체 같은 분위기였다.
그랬기에 그녀와 나의 모습은 그들에겐 그저 충격과 경악 그자체였다.
순간 엄청난 시선들이 느껴졌다!
그녀를 무릎에 앉힌 채
흔들리는 동공으로 주변을 돌아보았더니
역시나 예상대로...
카운터 아줌마 거래처 전화받다 일시정지.
경리누나 장부정리하다 일시정지.
총무형 등유 주유기 점검하다 일시정지.
세차장 할머니 걸.레를 떨어뜨리시며 일시정지.
주유소 옆 지나가던 행인1과2도 일시정지.
세상 모든 것이 멈춰있었다.
주유소는 충격의 도가니탕이었다.
다행히 차 한대 없었고,
손님이 오기전에 이 대담한 여자애를 내 무릎에서 내려놔야만 했다!
옆에 순진한 윤군은 그녀를 내려앉게 하려고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척 의자를 비워주었지만,
그녀는 오히려 내 무릎에서 더욱 안정된 자세를 선보였다.
사실 무릎에 앉은 게 아니라
그...그러니까...
음...
심의를 위해서 자세한 표현은 자제하겠음.
상상의 나래에 맡기겠음.
*-_-*
아무튼 그 순간
이 상황에서 어색해하고 그러면 분위기가 더 심화될 것 같기도 했고
남자로서의 특유의 자존심도 발동되면서...
난 죽을 힘을 다해 애써 태연한 척 했다.
괜히 여자가 무릎에 한번 앉았다고
당황하고 그러면 쪽팔리니까...
마치 수십명의 여자를 무릎에 앉혀본 남자인 것처럼.
능숙하고 여유있는 척.
하지만...
그녀는 나보고 왜 이렇게 부르르 떠냐며 물었다.
여유있는 척, 당황 안 한 척 하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게 부르르 떨고 있었나보다...
그녀의 왜 떠냐는 말에 분위기는 더욱 심각해져만 갔다.
하지만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
처음이 어려운 거지...
몇분이 지나자 어느정도 이 낮선 느낌에 적응이 되어갔고...
난 슬슬 안정마저 되찾아갔다.
-_-
그리고 나도 어쩔 수 없는 남자였나보다.
내 깊은 잠재의식 속에 또 다른 자아가
이러면 안된다고 하면서도
적극적으로 그녀를 무릎에서 밀어내지 않고 있었다.
헤헤...
~(-_-)~
하지만 카운터에서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었고,
옆에 순진한 윤군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괜히 손님도 없는데
주유소 필드 안을 유유히 걸어다니고 있었다.
'힘들 땐 가끔 하늘을 봐' 라는 말을 청소년 성장드라마에서 줏어 들었는 지,
가끔씩 하늘도 보면서.
아무튼
내 안에 깊은 내면 속에 또 다른 내가 행복해한다해도.
더이상 이대로 내 무릎에서 그녀를 방치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나와 순진한 주유소 사람들,
그리고 평소 주유소의 깨끗한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내 쾌락을 접고, 그녀를 내 무릎에서 내려놔야만 했다!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용단을 내려야만 했다!
그리고 사실 이 순간 가장 내가 가장 두려웠던 것은
당시 난 21살의 혈기왕성한 젊은 남자다보니...
내 밑에 조...조...존...존슨......
존슨즈베이비로션이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었다.
그놈이 마인부우처럼 봉인에서 풀려난다면
인류에 엄청난 재앙이 일어...
아,아니... 주유소에 엄청난 재앙이 일어날 것이니...
난 다급해진 마음에 그녀의 팔을 잡으며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
"저기... 이제 그만 내려와! 사무실 분들 표정이 엄청 안 좋..."
그러던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말 울음소리가 크게 들려왔고!
우휘이이이~~~이이잉
내 말을 들은 체도 안 하던 그녀가
말 울음소리를 듣더니
갑자기 격하게 함성을 질러댔다.
"꺄아아아악~~~!!!!"
"너...너... 왜...왜 그래?! -ㅁ-;;; "
그녀가 갑자기 흥분하며 함성을 지른 이유는,
잔잔한 발라드 노래만 내내 흐르다가,
그때 갑자기 분위기 확 바뀌며
당시 인기 댄스그룹 코요테 노래 '순정'이 흘러나왔기 때문이었다!
말울음소리는 순정의 시작부분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코요테노래가 나오자
자기는 코요테노래만 들으면 너무 좋아서
좋다 못해 미쳐버린다고 했다.
그녀는 진정한 코요테 노래 매니아였다.
『It's clear night How Y' all fell tonight
Alright let's get it on wit some new wave trance
if you're ready to groove let me hear you say yeah~♬』
"아~코요테 노래 너무 신나! 꺄아악~~!!! 꺅!꺅! >▽<"
"아...지금 그...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이제 그만 내려와.
사무실 분들 표정 진짜 안 좋..."
『nulle Two Three Go! ~♬
워우어~~ 워우워~~워 워 워~~ ♪』
"워우어~~ 워우워~~ 워워워!!! 꺅꺅!>▽<"
"이...이봐... 이제 그만 내려오래도! 여...여기서 이러면 안돼!"
제길... 진짜 위기는 그때부터였다.
가만히 있어도 동생(?)이 잠에서 깨어날까봐 두려웠는데,
코요테 노래에 흥을 주체못한 그녀가 내 무릎 위에서
쿵쿵쿵!!!
방방 뛰어대며 춤을 추기 시작한 것이었다.
"워우어~~ 워우어어~~ 워워워~!!! 꺄아아악~!!!"
"지...진정해... 제발!-ㅁ-;;;"
긴생머리를 휘날리며 테크노처럼 고개를 미친듯이 도리도리하며 춤추는 그녀.
제발 그만 하란말이야! 라고 외치며 그녀를 무릎에서 밀어내려는 순간,
그녀의 옆 얼굴을 볼 수가 있었고...
그 순간 그녀의 눈동자가 너무 편안해보였다.
-_-
그녀는 이미 무아지경이었다...
난 내 위에서 방방뛰는 그녀의 뒷모습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이때 차라도 한대 들어오면
바로 그녀에게서 해방될 수 있는데
평소 그렇게 끊임없이 차가 들어오더니만
이날따라 너무 한가한 것이었다.
그때였다!
결국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꿈틀꿈틀...
존슨이 기지개를 펴며 잠에서 깨어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존슨: 흐아아암~ 잘잤다! \(=ㅁ=)/
나: 허어억!!! 아...안돼!!! 놈을 깨우면 안돼!!!-ㅁ-;;;;
이런 내 심정도 모른 체
김양의 춤사위가 점점 무르익어갔다...
춤에 대한 몰입도가 거의 인간문화재 공옥진 여사 수준이었다.
더 이상 내가 막을 수 있는 단계가 아니었다.
'알았어! 춤 춰! 그냥 얼마든지 앉아있게 해줄께!
그런데 뛰지만 말아줘! 제발!
놈을 깨어서는 안돼~~!!! T 0 T '
심각한 위기였다.
존슨의 기상이 버퍼링 85%에 치다르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난 사회생활을 포기해야 했다.
그러던 그때!
드디어 '순정'이 끝나며
주유소에 일순간 정적이 찾아와버렸다.
그리고 내 무릎 위에서 계왕권을 선보이던 그녀도
너무나 아쉬워하며 모든 활동을 마쳤다.
"하하하...코요테 노래 끝났네.
자~ 이제 내 무릎에서 내려..."
하지만...
하늘은 내 편이 아니었다...
그녀가 내 무릎 위에서 엉덩이를 들려고 하는 순간...
코요테에게 최초 1위의 영광을 가져다 준 노래!
'파란'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_-
내 무릎에서 들리던 그녀의 엉덩이는
2부 공연을 위해 다시 자리를 잡았고...
'순정'으로 힘이 많이 빠졌겠지 했으나,
그녀는 '파란' 이란 노래에서 자신의 모든 기량을 쏟아부었고
춤사위의 절정을 보여주었다.......
'파란'의 중간 전주가 끝나고 2절로 넘어가는 순간.
그 순간 난 직시했다!
존슨이 오랜잠에서 완벽하게 깨어났음을......
난 존슨을 다시 잠재우기 위해
액소시스트의 목사처럼 필사적으로 주기도문과 사도신경을 읊었다!
하지만 아무 것도 모른 채 '파란'에 맞춰
내 무릎 위에서 방방 뛰어대며 짓누르는 그녀 탄압 앞에
존슨은 그러면 그럴 수록 굴하지 않고 오히려 앞으로 전진해나갔다!
-_-
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순 없었다!
안 그래도 그녀가 내 무릎에 앉은 것 때문에
순진한 주유소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는데...
거기다 이 공공장소에서 존슨까지 설치게 할 순 없었다!
어떻게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시 재워야만 했다!!
존슨이 가장 싫어하는 경건한 생각과 온갖 잔인한 상상을 해보았다.
놈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토막도 내보았다.
그러자 존슨놈도 괴로워하며
그녀의 파격적 플레이와 내 경건한 생각사이에서
철퇴할까 말까 엄청 고심을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놈은 역시나 만만치 않았다!
중2 때 전철에서 앉아서 가고 있는데
야한 생각하지도 않았는데도 아무 이유도 없이
자신의 건재함을 드러내는 바람에
날 제때 못내리게 하고 4개역이나 더 가게 만들었었던 잔인한 놈.
이번에는 잔인한 상상에 이어서
놈이 가장 싫어하는 경건하고 엄숙한 상상을 해버렸다!
그 순간!
존슨을 사이에 두고
그녀와 나의 필사적인 줄다리기가 계속 되었다!
마치 장풍대결처럼...
파치지지직~~~~!!!!!!!!
[그녀]--> (((존슨))) <--나의 경건한 생각(어머니 은혜,분단현실,일제치하 민족의 한 등)
존슨: 끄아아아아악!!!!!!
제.... 제발 그만해!!! 그만하라구~!!!!!!!!! T 0 T
나: 죽어! 죽어! 죽어버렷!!!
그때 '파란'이 끝나고
고요테 3번째 노래가 흘러나왔다.
메들리였다.
-_-
그렇게 몇분을 그녀와 나 사이에서
존슨놈도 혼란스러워하며
잠들었다 깼다... 잠들었다 깼다를 반복했다.
정말 놈이나 나나 대혼돈의 시간이었으리라...
그러던 그때
다행스럽게도 간만에 차 한대가 들어왔다.
그때서야 그녀가 내 무릎 위에서의 광란의 댄스타임을 끝내고
손님을 받으러 뛰어나가면서
나와 내 존슨놈은 그녀에게서 해방될 수 있었다...
정말 감격스러웠다.
이런 내 심정도 모른체
긴머리를 나풀나풀 휘날리며
춤을 춰서 기분이 좋아졌는 지,
꺄르르~ 너무나도 해맑게 웃으며
손님에게 뛰어나가는 잔인한 그녀.
그런데 그순간!
순간 뭔가 강한 시선이 느껴져 옆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외출했다 돌아온 사장님이 몇미터앞에 우두커니 선 채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한참을 그렇게 서있었나 보다...
참고로 사장님이 이곳에서 가장 순진했다.
난 그의 촉촉하게 젖은 두 눈동자에서
'딴사람도 아니고 니가 어떻게 날 이렇게 실망시킬 수 있니?'
를 읽을 수 있었다.
-_-
사장님은 여린 마음에 상처를 받았는 지
상처받은 사춘기 소년처럼
헛기침을 크게 연거푸 하며 사무실로 들어가버렸다.
옆에서 자기가 당한 것처럼 거친 숨을 몰아쉬던 윤군은
어느정도 진정이 되어가는 지 차가 한대 더 오자 필드로 뛰어나갔다.
그때 차가 한대 더 와서 사무실 시선도 따갑고
도와줘야 했기에 나도 필드로 나가야만 했다.
방금 주유소 사람들 모두에게 상처를 주고 심려를 끼친 것을
다시 드림팀 원래 모습을 찾아서 성실한 자세로 만회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래! 지금부터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자!"
그렇게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의자에서 슬쩍 일어나는데...
그...그런데
이런 제...제길!!!
일어나려는데
유니폼 바지 뒤에가 평소랑 다르게 타이트하게 꽉 끼는...
남자들만 안다는 바로 그 불길한 느낌!!!
잠든 줄 알았던 존슨놈이 멀뚱히 깨어있는 게 아닌가.
그녀의 여파는 강했다...
폭발 후,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난 그렇게 다시 그대로
의자에 매우 자연스러운 연결동작으로 엉덩이를 내려놓아야 했다...
새색시처럼 아주 다소곳하게.
도저히 일어날래야 일어날 수 없었다.
지금 이 상태로 손님에게 다가갔다가는
주유소 존립의 정체성마저 크게 흔들릴 위기가 찾아올 수 있었다.
-_-
그러던 그때
차가 몇대가 더 들어왔고...
점점 주유소 안이 바빠지자,
뒤에 카운터 이모는 왜 차 안받고 계속 앉아있냐며 질책했다.
그녀와 윤군도 정신없이 손님을 받으며 나보고 왜 일 안하냐고 소릴 질렀다.
그러나 도저히 바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이렇게 오래 지속되어 보긴 처음이었다.
그녀는 강했다...
그리고 잠시 후
난 눈치가 너무 보여서,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허리를 90도 접은채로 간신히 일어나서
필드가 아닌 화장실로 도망치듯 피신해야만 했다.
마치 큰 일이 급한 듯.
그날 이후...
그녀는 나와 윤군 무릎을 둘다 번갈아가며 의자로 사용했으며...
순진하던 윤군도 그녀에게 길들여지며 점점 변해갔다.
윤군 역시 차가 와도 그녀한테 미룬 체
첫날 내가 그런 것처럼
허리를 90도로 접고 화장실로 도망치는 일이 잦아졌다.
-_-
드림팀이라 불리우던 그토록 성실했던 나와 윤군은
일하는 시간보다 의자에 앉아있는 시간과 화장실 가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있었다...
나와 윤군은 그녀로 인해서
주유소 최고의 성실한 일꾼에서
양아치 알바가 되어 있었다...
-_-
그런데 우리들을 양아치로 만들어놓고는
정작 자기때문인 걸 몰랐던 그녀는
우리들이 요령피며 여자인 자기만 부려먹는다고
사장에게 울면서 불만을 토했고...
그토록 사장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아왔던 나와 윤군은
결국 두 할아버지 어르신으로 교체당해야만 했다......
< 끝 >
글쓴이- 활화산.
첫댓글 진짜 재밌게 잘읽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야~ 이분 글 재밋게 잘 쓰시네요~ㅋㅋ
잘 보았습니다
굿!
잼있네요 ㅋ
ㅋㅋㅋ
그....때는........주기도문을 거꾸로 외우면 됨 ㅋ
재밌네요 ㅎㅎ
잼나네요ㅋㅋㅋ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