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탕의 옥동들
고형렬
꽃봉오리배꼽이 박힌 아이들의 아랫배를
내 속맘은 가지고 싶구나
숨을 들이쉬는지 금방 일어났다가
살짝 꺼지는가 싶다
네 눈도 예쁘지만 네 귀도 예쁘지만
가는 허리와 엉덩이를 미는
가느다란 두 다리로 아버지 앞에 돌아선
사내아이 하얀 아랫배 꽃봉오리 속에는
잘 자리잡은 길고 가는 작은창자
그러나 어른들 배는 밉다오
보기도 민망하게 어쩌자고 저렇게 배가 커져서
허리도 없이 뒤웅박 같을까
울퉁불퉁한 비곗살은 보기 싫다오
귀여운 사내아이들 배꼽만 예쁘다
어머니와 누나는 탐낼만도 하지
군살도 수술 자국도 없는 미끄러운 아랫배는
플라스틱 깔판에 앉아 멍하니
가슴에 물을 퍼부으면서
나를 향해 서 있는 사내아이를 저쪽에서 본다
역시 아이들 몸은 천사의 몸이야
홀쭉하고 약간 볼록한 아랫배를
이 거친 손바닥일망정 한번만 대보고 싶구나
그러고 보니 내 배도 글렀어
다시 가질 수 없는 작고 매끄러운 아이들아
내 배는 글렀어도 벌써 글렀단다
어마어마하게 불러오른 사내들의 배 곁에는
징그럽고 겁나서 가기 싫지만
내 배도 저런 뱃살이 될지 누가 알겠어
엉거주춤 벽에 기대 앚아서
뿍뿍 자기 배를 어떤 물건처럼 밀고 있는
터질 것 같은 거대한 독단지를 안은 남자들
도대체 무엇이 들었기에 그리도 부른가요
한강 옆 너네 동네 금천탕 옥동들아
이 아저씨 아이는 어디에 있겠니
아저씨에게는 아주 작은 아주머니가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