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영령들 잠들어 있는 '거친오름'
<제주 오름 탐방 공동취재 홍성은 JDC 오름매니저, 김남수 기자>
환경일보 기사 입력일 : 2021.04.04.
제주시 명림로 50 봉개동 618.5m의 오름···산세가 거칠고 험해 ‘거친악’으로 불려
[제주=환경일보] 김남수 기자 = ‘거친오름’이라는 오름은 산체가 크고 산세가 험해 전체적인 모습이 거칠어 보이는 데서 유래했다. 또한 황악(荒岳) 또는 거체악(巨體岳)이라고도 한다. 제주시 봉개동에 있는 오름으로 높이 618.5m, 둘레 3,321m, 총면적 49만3952㎡ 규모의 기생화산이다.
제주시에서 번영로를 따라 봉개동으로 달리다 보면 절물자연휴양림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온다. 명도암을 지나 4.3평화공원에서 1.1㎞로 지나면 노루생태공원이다. 이 공원으로 들어가면 거친오름이다. 절물 자연휴양림에서는 바다 쪽으로 600미터 정도 내려가면 된다.
오름이 몸집이 크고 산세가 험해 거친오름, 한자로는 거친악(巨親岳)이라 한다. 주봉인 동쪽 봉우리를 머리로 해 북서쪽으로 원만한 경사를 이루며 북쪽으로 향한 말굽형 굼부리를 지니고 있다. 제주의 오름은 말굽형, 원추형, 복합형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름에 걸맞게 모든 비탈은 가파르고 여러 종류의 자연림이 가시덩굴과 엉켜 자라나고 있다.
오름 들머리를 지나 바다 방향으로 15분 정도 올라 걷다 보면 바로 발아래 4.3평화공원이 보인다.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총사업비 993억원을 들여 위령재단, 위령탑, 추념광장, 사료관, 문화관 등의 시설을 갖췄다.
암울한 시대에 억울하게 죽어간 영령들의 비석이 즐비하게 누워 있다. 행방을 찾을 수 없는 이들의 영혼들도 잠들고 있다. 이제 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고 가족들은 비석 앞에 모여 술잔을 올리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는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선 안 된다. 모두 힘을 모아 화해하고 상생하는 삶이 우리 앞에 펼쳐지길 기대해 본다.
거친오름 일대에는 1999년 11월부터 50억4000만원을 들여 50ha 면적의 세계 최대 단일종 노루생태관찰원을 조성해 2007년에 개장했다. 이 오름 둘레 2.6㎞에 이르는 주관찰원, 야생 노루의 일상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상시관찰원, 노루의 생활상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각종 정보를 갖춘 전시실, 야외 노루 소공원, 인공폭폭, 연못 들의 시설이 마련돼 있어 최근에도 가족단위 제주관광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제주시는 이 오름 일대를 2004년 숲 가꾸기 사업 지역으로 선정하고 아름다운 자연 환경과 숲을 가꿔 놓았다. 가을에는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억새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린다. 겨울철 폭설이 내리면 오름 아래 비탈진 곳에서 아이들이 썰매를 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지난겨울에는 이런 광경을 볼 수 없었다.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면 정상에 도착한다. 맑은 날에는 저 멀리 한라산이 한눈에 보인다. 눈아래 연못에는 개구리와 뱀 늪지대 동식물이 자라고 있다. 한라산 방향으로 발길을 돌리면 바로 절물자연휴양림으로 갈 수 있는 오름이다. 제주오름의 보석같은 곳이다 절물자연휴양림을 거쳐 봉개 민오름으로 나갈 수도 있다. 자연과 함께 걷다보면 걸음은 정직하다. 발아래 자연이 숨 쉬고 있다는 느낌을 몸소 느낄 수 있다.
거친오름 안내도
거친오름 주변지역 지도
거친오름 위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