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에 만날 사람이 있었다.
지하철 4호선을 타고 이동 중에 있었다.
오전 9시 45분쯤 갑자기 열차가 멈췄다.
"무슨 일이지?"
처음엔 영문을 몰랐다.
그렇게 5분, 10분, 20분, 30분이 흘렀다.
안내방송에선 계속 "전장연 시위 때문에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었다"고 했다.
"전장연?"
"정장연이 뭐란 말인가?"
인터넷을 찾아보니 '전국 장애인 연합(연대)'을 이르는 말이었다.
금방 끝날 것 같지 않았다.
지하철에서 내려 외부로 나와 택시를 타려고 했다.
나 같은 사람이 어찌 한둘이겠는가?
내가 나온 출구에만 이미 수십 명.
택시가 있을 리 없었다.
귓볼이 시렸다.
찬바람 부는 길가에 서서 '카카오 택시'를 요청했다.
택시 기사분들 중 어느 누구도 콜을 잡지 않았다.
각 역마다, 수십 개의 역에서 수천 명 이상이 '카카오 택시'를 요청할 게 뻔했다.
할 수 없었다.
상대방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장연 시위' 때문에 오늘은 얼굴을 보지 못하겠노라고.
상대방도 '전장연'이 뭐냐고 물었다.
설명했더니 혀만 끌끌 찼다.
민주주의 나라에선 어느 누구라도 '표현의 자유', '집회나 결사의 자유'를 갖는다.
다 알고 있다.
또한 이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런데 불특정 다수에게 큰 피해를 주면서 까지 꼭 이런 방식과 행태로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분명 다른 방법이나 방식들이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좀 생각해 볼 문제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분들도 있겠지만 고속열차, 비행기, 고속버스, 병원예약, 시험이나 면접, 중요한 계약, 워크샵이나 보고회 등등 바쁘고 분주한 일들이 어디 하나 둘이겠는가?
하는 수 없이 나는 한참을 걸었다.
4호선 말고 다른 노선의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 였다.
결국은 미팅을 포기하고 돌아왔지만 씁쓸한 뒷맛을 지울 수가 없었다.
나의 시간이나 이익, 나의 입장과 논리가 중요한 것처럼 불특정 다수의 이익과 시간도 중요하다.
오죽했으면 '전장연'이 이렇게 까지 할까 싶다.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백 번 양보한다 해도, 자신들의 주장과 입장 때문에 수만은 사람들을 볼모로 잡는 건 아니지 싶다.
그건 너무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본다.
십 인 십 색, 만 인 만 성의 세상이다.
원래 민주주의는 그런 것이다.
그래서 통합하고 설득하기 위해 '정치'가 존재하는 것이다.
국가의 기틀을 이루는 법률도 중요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이나 주장, 현상, 행위들을 법으로 통제하거나 규율할 순 없다.
그런 까닭에 '정치력' 과 '리더십'이 예술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작금 대한민국엔 '정치'가 없다.
내편 아니면 대부분을 적대시 하기 바쁘다.
조사와 처벌 그리고 능멸과 무시 일변도로 가고 있다.
폭넓게 '포용'하고, 끊임 없이 '조율'하며 끝까지 '설득'해 나가는 세상을 보고 싶다.
절대로 법률이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대로 된 정치, 바른 정치, 통섭의 정치를 간절한 마음으로 희구하는 것이다.
그만 쓰고 일하자.
커피도 다 마셨고.
오후 시간도 파이팅이다.
사람하는 모든 분들에게 불금이 되길 바란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